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탄광이라는 촐퍼라인

날것 그대로의 탄광역사를 전시한 그곳에서 일본 하시마 탄광을 떠올리다

by 네딸랜드


어느덧 작년. 2015년은 8월 15일은 광복 70주년을 맞이한 기념비적인 날이었다.

타국에서 뜻깊은 광복절을 보내기 위해 독일 에센 지방의 촐퍼라인(ZOLLVEREIN) 탄광에 갔었다.


루르 박물관 전경


가는 내내 차 안에서 아이들과 나눈 이야기는 우리나라의 근현대사와 독일의 역사.


특별히 이 날 가는 곳에 대한 촐퍼라인 탄광에 관한 이야기들이었다.
들으면서 너희들이 재밌다며 또 역사 퀴즈 게임도 하는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럽고 기특했는지 모른다.



촐페어라인 문화단지
SF영화를 찍는 기분으로 관람하였다. 어디선가 안젤리나졸리가 나타나거나 전지현이 와이어 타고 내려올 것 같은 전시장


독일 에센 지방은 학창 시절부터 배워왔던 라인강의 기적을 일구어 낸 주역인 루르 공업단지가 형성된 곳이다.

촐퍼라인 탄광 단지는 한때 독일의 철강, 탄광 산업의 중심지였지만 폐광된 이후의 새로운 변신은 이 곳을 새로운 문화 중심지로 바꾸어놓았다.


- 촐페어라인에서는 일 년 내내 콘서트와 다양한 문화 이벤트가 열린다-


2001년에 세계 최대 탄광 단지인 촐퍼라인(Zollverein)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사실과 2010년 에센(ESSEN)이 유럽 문화수도로 지정된 이후 이 일대는 문화도시의 메카로 성장하게 되었다.

폐광 이후 이 탄광시설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논의와 연구를 통해 탄광산업의 시작과 진행, 결과물 폐광이 되기까지의 역사적 사실과 노력들을 전시하는 박물관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실제로 건재하고 있는 건물들과 시설 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여기에 문화의 옷을 덧입힌 것이다.



폐기처리하지 않고 재활용을 통해 더 나은 건물로 승화시킨 것은
독일인의 자부심이자 그들의 삶 속에서 노련하게 추출된 창의적인 생각이자 시도였다.


산업시설의 자료를 영상과 조형물로 전시하고 있다


이는 새 것을 사기보다 가지고 있는 물건을 수선하여 계속 사용하는 독일인의 생활태도가 그대로 묻어나는 생활중심적 발상이다.


탄광매립지, 건물, 주변경관, 노동자들의 주택 등 다양한 자료를 사진과 설명으로 전시하고 있다


창의적 발상이 엉뚱하거나 전혀 새로운 것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전통을 유지하는 가운데 새로운 변화를 꾀한 부분 혁명적인 사고방식인 것이다.

- 左 기존의 탄광 시설 右 탄광 이전부터 이 일대에서 발굴된 동식물, 광물 등을 함께 전시한다 -

촐퍼라인 탄광의 문화적 혁명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문화를 기반으로 탄광의 역사와 자료들을 통사적으로 보여줌과 동시에 현재를 체계적으로 바로 볼 수 있도록 지질학, 고고학, 인종사, 자연사 등의 자료를 각각의 특성에 맞게 촐퍼라인 안의 박물관, 미술관 속에 전시한 것이다.



또한 현실에서 중요한 생태학적 관점을 놓치지 않고 간학문적(interdisplinary)인 접근을 하여 유기적으로 자연스럽게 모든 자료와 역사를 엮어낸 그들의 사고와 시도들이 얼마나 놀라운지!


네덜란드의 세계적 건축가 램콜하스가 설계한 게단, 시작점에 '강제노역이'라는 글씨가 새겨져있다


건축학적인 관점으로 뛰어난 여러 설치물.

미술사적 관점으로 탁월한 미술관 활용능력과 전시상태.
역사를 제시하는 데의 객관성과 사실성은 보는 내내 감탄을 하게 만들었단다.



촐퍼라인 탄광 단지 내에서는 일 년 내내 콘서트나 각종 문화적 이벤트가 열린다. 지역주민을 포함하여 이곳을 방문하는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풍성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제공한다.


그중 가장 유명한 곳은 탄광산업의 현재가 기록, 역사를 전시하는 루르 박물관 (Ruhr museum)과 디자인의 성지라 불리는 레드닷 디자인이다.

오늘 엄마와 너희들이 간 곳은 바로 루르 박물관

- 左 루르 박물관 입구 右 엘리베이터 내부 모습, 층이 아닌 높이로 표시되어 있다 -


현재, 기억, 역사 이 세 가지 테마로 전시한다.

특이한 것은 엘리베이터를 포함하여 각 층에 몇 층이라는 층을 표기하지 않고 주요 설치물이 있는 높이로 층을 표시한다.
0m, 6m, 12m.17m... 45m
이 곳이 탄광시설이었기에 의도적으로 자연스럽게 암시하는 것이리라.


박물관 입구의 선명한 주황색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24m층에는 매표소와 카페, 기념품 가게가 있다. 여기서부터 박물관 관람이 시작된다.

맨 꼭대기층 45m는 파노라마를 볼 수 있는 곳으로 곳곳에 위치한 탄광시설이 주변의 녹지와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를 조망할 수 있다


-24m 매표소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24m층 매표소 유리창에 한글을 발견하고 아이들이 좋아했다 -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보았던 곳은 6m 층의 상설전시관의 역사.
어쩌면 정말 어쩌면 우린 직접 눈으로 이것을 확인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유대인을 상징하는 유대인의 별


세계 제 1,2차 대전을 일으킨 독일이 자기반성적인 태도를 어떻게 주변국에게 보여왔는지 특히 촐퍼라인 탄광이 네거티브 세계문화유산의 모범적인 한 예로 기록되기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관건이었다.



유대인 강제노역의 사실, 유대인 학살 사실, 주변국(폴란드, 헝가리를 포함하여 인근 약소국)에서 강제 징집한 내용들을 여과장치 없이 기재하고 있었다!!!

여기서 탄성과 탄식을 동시에 하게 되었다.

일본의 하시마탄광 세계문화유산 등재시 논란이 되었던 강제노역(강제징용)에 대한 언급이 분명하게 적혀있다


작년 2015년 7월 5일에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일본의 하시마 탄광 (일명 군함도)에 대한 끊임없는 잡음이 생각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시마 섬(군함도)

너희에게도 간단하게 알려주었지만 일본은 우리 민족을 강제 노역시킨 사실을 숨기고자 세계문화유산 등재 신청 시 하시마 탄광의 역사적 연대도 축소하였단다.

강제징용의 사실과 우리 민족에 대한 사과나 보상 따위는 그들의 의도적인 관심 밖의 일이었지.


여러 번의 말장난 같은 변명 아닌 변명 가운데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사실만 자축하는 그들의 환호성 속에 또 다른 그들의 제국주의의 망령이 여전히 살아있음을 묵시하게 되는 정말 기분 나쁜 사건이었다.


이 곳에 살면서 새삼 독일을 새롭게 보게 된다.

베를린에 위치한 유대인 박물관이나 홀로코스트 메모리얼, 곳곳의 유대인 학살 장소, 오스나브뤼크(Osnabruck)의 펠릭스 누스바움 등에 드러난 이들의 역사의식과 자기반성 노력.

반성이 허울이 아닌 흔적으로 역사로 기록되어 있음과 동시에 독일 최대 철강회사인 크루프는 전쟁 후 1959년에 이어 1999년 유대인 강제노역 피해자들에게 거액을 보상한(경기일보 5월 25일 자 신문 참고) 사실은 충격에 가까운 진실이었단다.

고고학 전시실


미화나 은폐라는 비겁하고 비열한 태도가 아니라 직시와 반성, 사과와 보상이라는 정면 승부로 나간
이들의 생각과 행동의 근원지가 어디인가?


- 역사 자료실, 고고학 전시실, 고대 미술 자료 전시실 -

가슴 벅차게 궁금한 지적 호기심일 뿐 아니라 마음에 감동을 주는 진심 어린 행보였단다.

더 놀라운 것은 독일 자국 내에서도 나치에 대한 반성과 이들을 응징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부정 척결은
역사 속에 꽃 피운 예술이었다.





엄마
역사 이야기 또 해주세요

이렇게 이야기하던 너희들의 눈망울 속에 우리 민족의 미래를 꿈꾸어본다.

이제껏 타 본 것 중 가장 높고 길었던 것 같다


오늘의 반성이 내일의 희망으로 현실화되는 그러한 꿈

너희들에게 진정 물려주어야 할 세계문화유산이 무엇인지 늘 되묻고 너희 가슴에 새겨주고 꽃 피울 그 날을

너희 세대에는 통일이 되어 비무장지대로 금강산으로 놀러 가는 꿈을 꾸어보련다.


의미있는 현재를 살아가게 만드는 전시장, 한국 정선에도 폐탄광촌을 재활용한 삼단아트마인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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