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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병현 Apr 01. 2020

높은 IQ의 허와 실

코딩하는 공익

  이전 글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https://brunch.co.kr/@needleworm/202



  3월 중순에 총 5곳의 단체에 가입 신청을 보냈다. 인터텔로부터는 꾸준히 신속한 답변을 받을 수 있었기에 가입 신청도 빠르게 진행되었으나 Poetic Genius Society와 Qolloquy Society는 아직 메일을 열어보지조차 않았다. 아마 더이상 운영이 안 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다행히 CIVIQ와 ISI Society에서는 답변이 왔다. 오늘은 그 두 군데의 가입후기를 다루기에 앞서 IQ의 허와 실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려 한다. 수학적인 이야기니 흥미가 없다면 다음 편으로 넘어가기 바란다.


  보통 미디어에서는 천재들의 IQ를 어마어마하게 높은 숫자로 기재한다.  뭐 예를 들면 소년탐정 전일의 IQ가 180 이상이라거나. 자신의 IQ를 430이라고 주장하는 정치인도 있지 않은가. 그런데 IQ를 실제로 검사해 보면 그렇게 높은 숫자가 나오지도 않을 뿐더러, 그런 높은 숫자는 사실 의미조차 없다. IQ는 일정 수준 이상을 벗어나면 통계 오차에 지나지 않는다.


정규분포 그래프 (출처 : 위키백과)

  위 그림은 정규분포 그래프다. 필자가 학창 시절일 때에는 문과생도 '미적분과 통계 기본' 과목에서 정규분포를 배웠다. 요즘은 문이과 통합이라고 하니 고교생 이상이라면 모두 익숙할 그래프다. IQ는 인간의 지능을 정규분포 그래프로 그린 다음, 점수로 환산한 것이다.


  지구상의 인간을 모두 불러다가 시험 문제를 풀게 만들고, 결과를 성적순으로 나열한다. 그리고 그 평균을 100이 되도록, 그리고 표준편차가 15(또는 16, 24)가 되도록 수식을 적당히 변환해 주면 IQ를 계산할 수 있는 그래프가 완성된다. 평균에서 밑으로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100보다 작은 숫자가 나오고, 위로 올라갈수록 100보다 큰 숫자가 나온다.


  그런데 저런 그래프가 예쁘게 그려지려면 표본 개수가 많아야 한다. 아래 예시를 보자.


주사위를 n개 던져서 나오는 눈의 합을 정규분포로 나타낸 것 (출처 : 위키백과)

  보시다시피 한 번에 던지는 주사위의 개수가 많을수록 예쁜 정규분포가 나오고 적을수록 오차가 커진다. IQ테스트도 마찬가지다 충분한 표본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통계적인 의미가 없다.


중심 극한 정리 (출처 : 위키백과)

  위 그래프는 표본 개수가 적을 때 정규분포를 따르지 않는 표본이, 표본 개수가 늘어날수록 점점 더 정규분포 형태로 변해간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어려운 설명은 이만 하고, 요약하자면 정규분포를 사용하는 통계 기법은 표본 개수가 충분히 많을 때에나 의미가 있다는 이야기이다. IQ테스트의 경우에는 응시자 수가 충분히 많아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표본이 얼마나 많아야 하는지 체감을 해 보자. 10명이서 시험을 쳤는데 1등을 했다면 이 사람의 IQ는 대충 상위 10%라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보다 더 낮은 수치를 주장할 의미는 없다. 100명이서 테스트한 시험에서 1등을 했다면 상위 1%인 것이지, 이걸 보고 세계 1위라고 하지는 않는다. 심지어 이조차도 별로 공신력은 없다. 그 100명이 전 세계 인구를 충분히 대표한다고 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현실적으로 IQ테스트를 공신력 있게 치르려면 많은 사람들을 상대로 시험을 치러서 정규성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인이 접해봤을 시험 중 가장 정규화가 잘 되어 있고,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응시하는 시험은 수능과 모의고사다. 그 중에서도, 필자의 연령대 기준으로 보자면 고등학교 1학년 교과과정의 모의고사가 가장 신빙성이 있다. 아직 문과 이과가 구분되기 전이라 전국의 63만 명 수험생이 모두 시험에 응시하기 때문이다. 모의고사와 수능의 표준점수가 바로 일종의 IQ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하나 생긴다.


  63만명이 응시한 시험에서 만점을 받아 1등을 했다면, 이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머리가 좋은 사람인가? 63만 분의 1은 대충 0.00016%에 해당한다. 지구상에는 75억명의 사람이 살고 있다. 계산을 편하게 하기 위해 63억이라 낮춰서 잡아 보자.


  이 사람이 '저는 지구상에서 가장 머리가 좋은 1만명의 사람 중 한 명일 가능성이 높습니다.'라고 주장한다면 참명제다. 그런데 그보다 높은 수치를 주장한다면, 타당성이 있을까?


  그러니까, 한 100명 정도를 모아놓고 테스트를 한 다음 '저는 이 테스트 결과 상위 20만 분의 1에 해당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라고 주장하는게 의미가 있냐는 말이다. 이런 값은 통계적 오차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고, 현실에서는 상위 1/100이라고 보면 족하다. 왜냐면 사람은 연속적 변량이 아니라 이산적 변량이기 때문이다. 이걸 직관적으로 이해해 보자.


누적분포함수 (출처 : 위키피디아)

  최상위권과 최하위권은 경사도가 의미가 없다. 거의 수평이다. 이런 그래프 양 끝에서 x축 방향으로 한 칸 더 멀어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어차피 y축 값은 대동소이한데 말이다. IQ가 어마어마하게 높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문제점이 이거다.


  현재 가장 공신력이 있고, 병원에서도 사용하고 있으며, 보험금 지급 기준의 척도가 되기도 하는 권위있는 IQ 테스트는 웩슬러 지능 검사(WAIS)다. 이 검사는 아동에서부터 90세까지, 세상에서 가장 다양한 표본을 폭넓게 수집하여 만든 테스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규성에 의문을 제기받기도 하는데, 이렇게 가장 표본이 많은 테스트에서도 만점을 160점으로 둔다. 중심으로부터 4시그마 떨어진 수치이고, 이 위의 수치는 전혀 의미가 없다고 보는 것이다. 참고로 4시그마는 33,333명 중의 1위다.

  

  물론 그보다 상위권인 사람을 평가하기 위한 테스트도 있긴 하다만, 이게 공신력이 있는지도 전혀 의문이다. 타이탄 테스트를 예로 들어보자.



  타이탄 테스트는 최대 IQ를 190까지 측정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테스트는 문제가 많다.


  1. 시험 응시 기간이 무제한이다. 사이트 권장 사항이 '한 달 이내'다. 다른 IQ 테스트들이 2시간 이내인 점에 비하면 너무 너그럽다. 게다가 이 테스트를 30분만에 다 푼 사람과 한 달 걸려서 푼 사람의 점수가 차별화되지 않는다.

  2. 감독관이 없다. 이걸 혼자서 풀었을지, 수백명이 SNS에서 달려들어 문제의 해답을 알아냈을지 알 수가 없다.

  3. 정규성이 담보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이 위 문제의 답을 알아내 만점인 IQ 190을 달성했다고 치자. 이 사람이 주변 지인들에게 정답을 알려줘서 지인 10명이 정답을 배껴서 제출했다고 치자. 위 테스트의 응시자는 극소수이므로 이 경우 통계적으로 생각하면 11명 모두 IQ 100 근처로 내려가야 한다. 평균 점수가 확 올라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11명 모두에게 IQ 190을 부여할껄?

  4. 영어다. 이 경우 영어문화권이 아닌 사람이 문제를 풀었을 때에는 가산점을 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당장 떠오르는 것만 해도 이런저런 문제들이 많다.


  


  이런 이유로 공학자인 필자는 160이 넘어가는 IQ를 신뢰하지 않는다. 간혹 본인의 IQ가 160이 넘어간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있는데, 필자는 속으로 이들을 두 부류로 분류해버린다.


  1. 거짓말을 치는 경우

  2. 본인이 응시한 검사가 정규성이 부족한 것을 알지만 머리가 좋음을 과시하고 싶어 그 숫자를 곧이곧대로 믿는 경우


  애초에 P-value도 임계치인 0.05 혹은 0.01보다만 낮으면 그게 그거 아닌가. e-6이나 e-7이나 둘 다 통계적으로 유의할 뿐이지, 과연 후자가 전자보다 10배 더 유의한 값이라 주장하는게 의미가 있기나 한가?


  오늘 갑자기 IQ의 허와 실에 대해 논의한 까닭은 본인의 IQ가 198이라 주장하는 에반겔로스 카치울리스 때문이다. 이 양반, 일 처리 방식이 아주 마음에 들지 않는다. 다음 글에서 찾아뵙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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