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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병현 Sep 06. 2021

초코칩 쿠키

또 봄 (완)


초코칩 쿠키


재료

  무염 버터 170g 계란 1개

  흑설탕 70g 백설탕 80g

  박력분 105g 강력분 105g

  소금 1/2ts 초코칩 140g

  베이킹 소다 1/2ts 베이킹 파우더 1ts



재료 밑준비

  ① 버터는 그릇에 담아 전자렌지에 30초 돌려 녹인다

  ② 초코칩은 반으로 나누어 2그릇으로 소분해 둔다

  ③ 바닐라에세스 등 달콤한 향을 첨가하고 싶다면 녹은 버터에 투입한다

  ④ 오븐트레이에 유산지를 깔아둔다

  ⑤ 백설탕은 믹서에 한 번 갈아서 체에 거른다



버터 크림 만들기

  베이킹의 시작은 반죽을 만드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반죽의 첫 모습은 마치 하얀 도화지와도 같아, 드넓은 하늘을 올려볼 때와 같이 사람을 두근거리게 하는 마력이 있다.

  반죽을 만드는 데에도 단계와 순서가 있다. 분명 비슷한 재료를 사용하는 것 같은데 순서에 따라 전혀 다른 음식이 나오기도 하니, 어찌 보면 우리의 삶을 닮은 것도 같다.

  녹은 버터에 흑설탕과 백설탕을 모두 넣고, 설탕 입자가 눈에 보이지 않을 때까지 천천히 저어준다. 조금씩 버터가 크림화될 것이다. 점성이 충분해져 거품기에 저항감이 느껴질 때쯤 계란을 까서 넣는다.

  계란이 들어가며 비로소 설탕 가루가 녹기 시작한다. 나는 요리를 일종의 화학 실험이라 생각한다. 어린 시절부터 시작된 생각이다. 재료와 재료 사이의 화학반응으로 재료의 성질과 맛이 바뀌는 것도 신기하고, 열을 가하여 식재료를 전혀 다른 차원의 무언가로 변형시키는 과정도 놀라운 일이다.

  쿠키를 굽는 과정에도 굉장히 많은 화학 반응이 수반된다. 순간 엉뚱한 곳에 집중하다 보니 손에 힘이 조금 더 들어갔다. 반죽이 튀어 옷이 더러워졌다. 피식 웃음이 나온다.

  나라는 녀석은 항상 이렇다. 내 진심을 전달해 줄 핑곗거리를 만드는 중에도 금새 과학 이야기가 떠올라버리니 말이다. 너도 이해해 주리라 생각한다. 이 또한 나의 뿌리와 맞닿은 나의 본질 중 하나이니.

  어찌 보면 나라는 녀석은 요리를 하는 동안 가장 솔직한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실없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틀림없이 나의 모든 진심이 이 반죽에 담겼을 것이라, 오히려 잘 됐다고 생각하며 옷에 묻은 반죽을 닦아낸다.



밀가루 추가하기

  버터 크림 위에 밀가루를 추가할 차례다. 고운 체를 준비하여 밀가루를 얹고, 그릇 위에서 톡톡톡 부드럽게 체를 두드려 밀가루를 자유낙하시킨다.

  한 번에 밀가루를 모두 부을 생각은 내려두는 것이 좋다. 소복히 쌓였다 싶으면 잠시 체를 내려놓고, 스패츌러로 반죽을 천천히 저어준다. 밀가루 입자가 반죽 사이로 스며들어 눈에 띄지 않을 때까지. 그리고는 다시 조심스럽게 체를 들어 밀가루를 투입하는 것이다.

  요리란 정성의 집약체라는 말이 있다. 베이킹은 그 중에서도 특히나 많은 정성이 요구되는 분야인 것 같다. 조바심을 가라앉히고 마음을 느긋하게 먹는 것이 베이킹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덕목일 것이다.

  사실 나는 그래서 베이킹을 좋아하지 않는다. 중식이야말로 나와 가장 잘 맞는 요리 장르다. 투박한 칼질도 환영받고, 양념을 만들 때에도 간을 보지 않는다. 약간의 감각만 있어도 그럭저럭 화려한 식탁을 차릴 수 있으니까.

  그렇기에 이토록 번거롭고도 지루한 시간을 감내하며 밀가루를 천천히 젓고 있는 것은 순전히 너를 위함이라. 나는 그저 너에게 나의 진심을 내비치고 싶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거치며 나는 기다림을 배웠다. 사랑에 있어서 조바심과 이기적인 용기는 별 도움이 되지 않더라고. 그저 너에게 내 마음을 전달하되, 네게 갑작스러운 선택을 강요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것이 내 마음이라.

  밀가루가 충분히 섞인 것 같다. 다시 체를 사용하여 소금과 베이킹소다, 베이킹파우더를 차례로 투입하자. 이 세 가지 가루들이 반죽에 놀라운 활력을 불러올 것이라. 지금부터가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 할 수 있다.

  마무리로 반쯤 덜어두었던 초코칩을 반죽에 투입하고 대강 저어 마무리한다. 초코칩 아이스크림과 비슷한 비쥬얼이 되었다면 모든 준비가 끝났다.



숙성

  유산지를 깐 오븐트레이 위에 쿠키 반죽을 얹는다. 한 번에 쿠키 한 개 분량씩, 서로 달라붙지 않게. 공간을 넉넉히 띄워 두자.

  숟가락이나 아이스크림 주걱을 사용하면 편리하다. 혹시 주변에 아무런 도구가 없다면 비닐장갑을 끼고 손으로 동글동글 조심스럽게 반죽을 뭉쳐 보는것도 좋다.

  이제 다시 기다림의 시간이다. 오븐 트레이를 냉장고에 넣어두고 12시간 가량 기다린다.



굽기

  180도로 20분 가량 예열된 오븐에 트레이를 삽입하고, 10분 가량 기다린다. 그리고는 오븐 앞에서 내부를 유심히 들여다보도록 하자. 반죽의 크기나 온도에 따라 굽는 시간을 조금씩 더 추가해야 한다.

  반죽의 중간 부분이 부풀어오르면 대충 완성되었다고 생각해도 좋다. 트레이를 꺼내어 쿠키가 아직 뜨겁고 말랑말랑할 때, 쿠키 위에 초코칩을 하나씩 박아넣도록 하자.

  너무 힘을 많이 줄 필요는 없다. 베이킹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과유불급이다. 느긋한 마음으로 천천히. 쿠키가 완전히 식을 수 있도록 그대로 한동안 내버려둔다. 쿠키 표면의 뜨거운 온도가 반죽 내부까지 고루 퍼지고, 쿠키의 열기로 초코칩이 약간 녹아내릴 수 있도록.

  쿠키가 완전히 식을 때까지 기다린 다음에야 비로소 유산지와 분리시킬 수 있다. 완성이다.



봄 초코칩 쿠키

  내 앞에 놓인 15개의 쿠키들. 하나를 집어 맛을 봤다. 실패한 요리를 너에게 대접할 수는 없기에. 음. 평소보다 맛있게 된 것 같다. 썩 만족스러운 결과물이다. 너를 생각하며 요리했기에 그런 것인지, 그저 내 숙련도 증가에 따른 결과물인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아무러면 어떤가? 너에게 맛있는 쿠키를 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지.

  밤이 깊었다. 습기가 차면 곤란하니 포장은 내일로 미뤄야겠다. 내일 일정이 시작할 때 너에게 선물을 건넬 것이다. 너는 하루 종일 내가 준 선물을 들고 다니느라 신경이 쓰일 것이고, 주변 사람들은 너에게 그 선물에 대하여 물어보겠지. 우리 사이의 애매한 기류를 네 입으로 제삼자에게 설명하고 다니기를 바란다. 네 마음 속에서 우리의 관계에 대한 질문을 재차 던지길 바라고, 네가 하루 종일 내 생각만 하기를 바란다.

    네가 내 선물을 받고 당황하면 좋겠다. 짧은 순간이나마 네 표정에 기쁨이 머물 수 있다면 나도 행복할 것이다. 일과를 마치고 혼자 남은 시간에 내가 준 선물 포장지를 열어보고 미소 지으면 좋겠다.

  너는 먼저 부드러운 그 손으로 쿠키를 조심스레 들어올려 잠시 모양을 감상할 것이다. 그리고 작은 입술 사이로 오물오물 쿠키를 맛 볼 것이다. 네가 만족하면 좋겠다. 달고 부드러운 시간이 너에게 하루를 환기하는 휴식의 장이 되기를. 그리고, 내 생각을 하면서 웃어 주기를.



치즈케익 스튜디오의 첫 번째 프로젝트북이 곧 발간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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