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낙엽처럼
삶이라는 대의를 이어가려면 역시 의미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대학에 가면, 연애를 하면, 차를 사면, 집을 사면, 전역을 하면 동화 속 신데렐라처럼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가봐요. 삶이란 참으로 치열하고, 지루하고, 길고,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구나 깨닫고 있습니다.
쌓아올린 것을 꺼내고, 내어놓고, 자랑하며 성장하고 있다 생각해 왔습니다. 그리고 그것이면 된다고 생각해왔습니다만 그건 또 아닌 것 같네요.
채워넣은 것을 꺼내던, 그릇의 크기가 커지건 빈 자리라는 것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이 자리를 무엇으로 채워넣어야 할 지를 20대에 정해두지 않으면 때아닌 방황을 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또래들과 나를 비교하고, 도로 위에서 내 차와 다른 차의 가격을 비교하면 행복이라는 것이 찾아올 줄 알았는데 그건 또 아닌 것 같아요.
요즘은 강아지 한 마리를 들였습니다. 이제 막 3개월이 된 귀여운 시바견이에요. 우리 나나를 껴안고 누워있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빨리 은퇴하고 개나 산책시키면서 살고 싶다."
막상 실천으로 옮기면 근질근질한 일상을 견뎌내지 못 할 제 자신을 너무나 잘 알기에 웃음이 나더라고요.
당장은 자선활동의 규모를 넓혀 가며 조금 더 고민을 이어가보려 합니다.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록되고 싶은걸까요?
몇 달 뒤면 서른인데, 이제 와서 꿈을 찾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