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칵테일, 러브, 좀비>를 읽고
난생처음으로 읽어본 미스터리 단편집이었습니다.
이 책은 저로 하여금 읽는 순간 고도의 집중력을 끌어내
단숨에 한 권을 뚝딱 끝내게 만들었어요.
그 주인공은 바로
조예은의 <칵테일, 러브, 좀비>입니다.
(스포라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을 수 있어요!)
총 4개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초대 / 습지의 사랑 / 칵테일, 러브, 좀비 /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
라는 제목을 가진 이야기들이죠.
이 이야기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왠지 의도하지 않은 스포를 하게 될 것 같아
조심스럽긴 하지만 간단한 주제를 나름대로 정해보면,
초대 - 가스라이팅
습지의 사랑 - 잊혀지는 것에 대하여
칵테일, 러브, 좀비 - 코로나 바이러스가 좀비 바이러스였다면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 - 인생의 필연성
요롷게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이야기 하시는 주제에는 부합할 수도, 아닐 수도 있는데요,
저는 그냥 이 책을 읽으며 이런 것이 작가의 의도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여기에 좀 더 제 주관적이고 제 가치관에 입각한 생각을 더해보자면
이 책을 지탱하는 한줄기, 즉 뼈대는
흔한 말이지만 상하관계에서 피어난 '권선징악'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이야기는
인간 사이가 아닌 자연과 인간 사이에서 피어 오른 권선징악이고,
첫 번째와 마지막 이야기는 인간관계 속 상하 관계에서 오는 권선징악인 것이죠.
연인과의 상하 관계, 가족 간의 상하 관계
그리고 주제넘게 자연을 정복하려 들었던 인간과 자연의 상하 관계.
책에 의하면 벌을 받는 쪽은 상하 중 '상'에 위치한 인간.
사람은 잘 알아차리지 못하는 동물 같습니다.
사랑하는 나의 연인 그리고 가족들의 말과 행동이
내 안에 악마를 잉태한다는 사실조차도 잘 모르니까요.
결국 우리는 내 안의 악마를 이기지 못하고
이런 저런 일을 저질러버리는 행태를 벌이고야 맙니다.
예를 들어,
가족을 죽이거나
동물을 죽이거나
자연을 파괴하거나
타인을 저주하거나
타인을 조종하거나
하는 것들이요.
이것들 대부분은 상상 속에서만 벌어지지만,
만약 그 무대가 상상 속 나의 어두운 세계가 아닌 현실세계라면?
우리는 이 악마가 뉴스에, 매체에, 휴대폰에, 길거리에 존재함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수가 예전보다 훨씬 많아지고 있다는 것 또한 충분히 알고, 느끼고 있죠.
살인자, 폭력가해자, 데이트폭력, 가정폭력, 동물학대범, 야생동물을 돈으로 보는 장사꾼, 성폭행범,
보복 운전자, 스토킹 등등.
한마디로 이 책은
우리와 함께 이 현실 속에서 살고 있는 악마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자기 마음도 잘 읽어내지 못하는 인간이 자연의 경고는 읽어낼 수 있을까요.
여전히 인간들은 심각성을 잘 깨닫지 못하고 있습니다.
요컨데,
박쥐를 섭취함으로써 시작됐다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지난 몇 년 간 우리 인간들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았어도, 여전히 상어 지느러미는 비싼 값에 팔리고, 곰의 담즙이 뽑히고 있으며, 보양즙을 짜기 위해 흑염소를 고아내고, 몸이 굳었다며 고양이를 산 채를 삶아내고 있죠.
언젠가
자연의 분노가 우리 현실이 되었을 때,
혹은
악마가 되어버린 개인의 분노가 내 눈앞에서 활개를 칠 때
그때 우리는 알 수 있을까요?
우리가 정복할 수 없는 자연을 정복하려 들었고
조종할 수 없는 누군가를 조종하려 들었고
그것이 우리 자신을 파멸로 이끌었다는 사실을요.
얇고 가벼운 단편집이지만
결코 그 이야기들의 무게는 가볍지 않았던,
여러모로
생각의 각도에 따라 다양한 이야기가 나열될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책이 '괜찮다'라는 평과 함께 사람들에게 읽히는 거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