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2년차 사장의 킹받는 순간들 <2>

by 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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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남자와 여자 두명의 손님이 가게에 왔다.

남자는 베이지색 반팔니트에 부드러운 머릿결을 쓸어넘겼고

여자는 턱 언저리까지 오는 단발 머리에 까만색 알루미늄 안경을 쓰고 있었다.


여자의 말투가 예사롭지 않다.

아마 카드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와서 카드를 가져간 후 계산을 하라고' 할 것만 같다.

그런 뉘앙스의 여자다.

세상에 여자는 많고 그리고 그 여자들은 각기 다양한 뉘앙스를 풍긴다.

그리고 그 다양한 뉘앙스 중 이 여자가 풍기는 그것은 내 맘 속에 '재수없음'에 분류된 그것이다.


다행이다.

남자가 계산을 선불로 마쳤다.


여자의 입술이 가만히 있지를 않는다.

오물오물 음식도 씹어야 하고 할말도 많은 것 같다.


남자와 여자가 식사를 하는 동안에 다른 손님들이 계속해서 가게를 찾았다.

그래서 남자와 여자가 식사를 금방 마친 것 같이 느껴졌다.


여자가 계산을 하려고 계산대 앞에 서 있다.

나는 선불로 모두 마치셨고, 음식이 괜찮았냐고 물었다.

'아, 그래요?'라고 여자는 손을 내밀며 대답했다. 찰나, 나는 왜 손을 내미는 것인가 의아했다.

그리고 나의 의아함은 삽시간에 분노로 바뀌고 말았다.


내민 손에는 자기가 먹은 약봉지와 자기 손을 닦은 물휴지 그리고 자기 입을 닦은 마른 휴지가 구겨져 담겨 있었는데, 동그랗게 말린 쓰레기는 예상대로 내 손으로 옮겨져 왔다. 아주 자연스러웠다.


이 여자는 돈 얘기를 하면서 나에게 쓰레기를 넘겼다. 갑질인가?

나는 화를 낼 수 있는 순간을 노련하게 포착하지 못했다.

그래서 난 아무런 저항도 없이 쓰레기를 받아들고야 말았다.


나는 손님에게 음식을 제공하고 그와 관련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버이지,

그들의 쓰레기를 받는 쓰레받이가 아니다.

그럼에도 안녕히 가라고 친절한 말투를 내뱉는 내 자신이 무력하게 느껴진다.


분노가 인다.






2.

시엄마로 보이는 중년여자와 그녀의 아들로 보이는 남편, 아내 그리고 젤로 머리를 반듯하게 빗어 넘긴 아들까지 총 4명의 한 가족이 가게를 찾았다. 아들은 초등학생 같다.

그리고 아들의 작은 몸에 입혀진 티셔츠에는 영문으로 '지방시'가 적혀 있었다.

지방시의 정확한 철자는 모른다. 그래서 그게 진짠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더더욱 관심이 없다.

당연히 편견은 없다. 그냥 이 어린이가 지방시 티셔츠를 입고 있었을 뿐이다.


바쁜 시간이 지나고 찾은 이 가족은 내가 강아지들을 케어 하고 있는 도중에 홀에 입장했고,

나는 손님을 보자마자 옷에 묻어있을 수 있는 털을 돌돌이로 제거하고 화장실로 달려가 손세정제로 손을 씻고 페이퍼 타올로 물기를 닦았다.


주문을 받고 서빙을 막 하려던 그때,

여자가 높은 '솔'의 톤으로 나에게 말했다. 목소리와 그 톤이 1번의 여자와 다름이 없다. 예감이 좋지 않다.


"사장님 죄송한데요, 강아지 만지고나서 손 좀 닦아주실래요?"

나는 말했다.

"오시자마자 닦았어요. 당연한거잖아요~ 어떻게 안 닦을 수가 있겠어요?"

"아, 제가 못봐서요. 저희 아이가 있어서요."


화장실을 간다고 티를 팍팍 내고 가야했었나 싶었다. "안녕하세요 손님, 저 지금 손 닦으러 화장실 갑니다~"


식사가 나오고 어린이의 할머니는 불에 구워져 내어진 닭꼬치에 붙어있는, 거뭇하게 그슬린 노란 부분을 일일이 떼어내고 있었고, 이 어린이는 오늘 가게로 출근한 우리집 고양이를 만져보고 싶어 안달이 난 상태였다. 그리고 중년여사가 만지고 있던 닭꼬치는 어린이가 먹을 것이었다.


엄마가 아들에게 말한다.

"그거 만지지마."

여기서 '그거'가 고양이를 말하는 것인지 펜스를 말하는 건지는 알 수 없다.


-


여자의 '발리 리조트 어디를 갔는데 너무 좋더라' 하는 이야기를 끝으로 식사도 마무리 됐다.

별로 너그럽지 못한 나이지만 그래도 내 가게인지라 무던한 미소를 지으며 배웅을 했다. 해냈다.


그리고 테이블을 정리하려 소독제와 행주를 손에 들고 테이블로 향했다.

내 시선이 머문 풍경은 다음과 같았다.


테이블 밑에 커다란 빵이 여기저기 떨어져있다.

그리고 그 커다란 빵의 조각에서 나온 빵가루가 선풍기 바람에 살살 휘날리고 있다.

의자에도 부스러기가 흥건하다. 자기들이 가져온, 물이 반 쯤 담긴, 먹다 남은 삼다수 생수병은 테이블에 아무렇게나 쓰러져 있다. 가족은 조미김을 따로 가져와 함께 식사에 곁들였다. 김 봉지와 용기가 널브러져 있다.


또 분노가 치밀어오른다.


전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은 한 티벳 비구니는 말했다.

"화와 분노의 차이를 알아야 합니다. 화는 불쾌해요. 즉 너와 나, 상처와 불안이 있어요.

분노는 마땅히 해야할 일을 하지 않았을 때 지적하는 것입니다."라고.


내 안에 분노가 일고 있다.

그 빵은 여기 동네에서 유명한, 우리 가게와 가깝지는 않지만 관광객에게 명성이 자자한 빵집이었다.

우리 식당에서 밥을 먹고 디저트로 다른 가게의 빵을 먹는 일, 외부음식을 가게로 반입하는 일.

나는 아무렇지도 않다. 솔직히 말하면 관심이 그다지 있지 않다. 그냥 없다는 말이다.

휴게음식점이라 술만 반입하지 않으면 된다. 오션뷰가 죽이는 우리 가게라 아마 디저트는 꿀맛일거다.


근데 그것이 이렇게 아무렇게나 자기들이 가져온 음식을 내 가게 막 버려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줍기 힘든 조무래기도 아니고 떨어진 빵을 왜 바닥으로부터 줍지 않는 것인가..


분노가 인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사람때문에 내가 피해를 본다는 사실이 열이 뻗친다.

하지만 장본인들을 불러 세울 수도 없는 노릇이다. 왜냐면 난 가게 사장이니까.


별로 돈에 욕심은 없는 사장이지만 그래도 성격만큼 행동이 멋대로 나오지는 않는다.

이것을 두고 위치가 사람을 만든다고 말하는 것인가.


-


글을 쓰고 나면 조금은 열이 가라 앉는다.

아무래도 난 자비로운 사람이 될 수는 없는 인간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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