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집착인지 아닌지 좀 헷갈린다

매일 도서관에 출근하며 생각한 나의 외로움

by 니디

어제 저녁에 강아지 두 마리와 함께 도서관에 갔다.

녀석들 산책 겸 책 반납을 하기 위해서였다.


1.3km를 쭉쭉 걷다보니 어둑하게 불이 켜진 도서관이 눈에 들어온다.

도서관 입구와 멀찍이 떨어진 난간에 녀석들의 리드줄을 꽉 묶고,

도서관 입구 바깥 쪽에 마련돼있는 자동 도서반납기에 빌린 책 4권을 차례대로 집어넣었다.


자동반납 기계는 한 번에 한 권의 책만 삼켰다.

예전 커다란 철통에 적당한 크기로 구멍이 난, 느낌 있게 말하자면 올드-스쿨, 쉽게 말하면 아날로그 도서관 반납함은 한 번에 많게는 3권까지 쑥 밀어 빠뜨릴 수 있었다.

근데 요즘의 그것은 꼭 한 번에 한 권씩만 넣어야하고, 그것도 방향에 맞게 넣어야해서 내가 아무리 급한 사정이 있다고 한들 여유를 가져야만 한다.


가방에 담겨있던 4권의 책이 암흑 속, 네모난 반납 기계로 모두 다 들어갔다. 책 반납이 끝났다.


이제 나는 묶인 녀석들의 리드줄을 풀고 곧장 집으로 향해야 했다. 그렇지만 왠지 도서관 안에 들어오니 차가운 에어컨 바람이 무척이나 시원하게 느껴져 나가기가 싫어졌다. 그도 그럴것이 땀에 입이 있던 회색티셔츠가 진한 색으로 물든지 오래였다. 거기다가 도서관의 열람실이 워낙 환하게 밝혀져 있어 도저히 무시하고 그곳을 지나칠 수가 없는 노릇이었다.


한 번도 강아지를 밖에 두고 책을 빌려본 적은 없었지만, 나는 시도해보기로 결정한다.

거의 마감 시간이라 사람도 없고 사실 열람실에서도 녀석들이 난간에 별 수 없이 꽁꽁 묶여있는 모습을 아주 잘 볼 수 있었기에.


호다닥 책 두권을 골라냈다. 기분이 좋고 마음이 여유롭다. 귀여운 나의 녀석들은 출입문을 한참을 바라보아도 엄마가 돌아오지않자, 난간 주변에 아무렇게나 삐죽 자라 있는 풀에 그들의 관심을 분산했다. 현명한 녀석들.


삐쭉 나 있는 풀의 모습이 나의 녀석들에게 마구잡이로 뜯긴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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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쉬는 날이다. 기상은 11시 30분에 했고, 고백하자면 더 일찍 일어날 수 있었는데 일주일 중 쉬는 날은 오직 수요일 하루 뿐이라 그러기가 싫었다. 그래서 난 눈을 감고 한 시간을 더 버틴 후에 아무런 기분도 없이 침대를 빠져나왔다. 남편은 며칠 전부터 심해진 목 통증 때문에 한 시간 반 전에 병원으로 향했다.


그때 반가운 메세지가 내 모바일을 울렸다. 예약해둔 도서가 도착했으니 어서 빌려가라는 도서관으로부터 온 메세지.


마지막 도서관 방문이 딱 13시간 전이었다. 13시간의 사이에는 한 밤, 꼭두새벽, 새벽, 아침, 아점이라는 시간이 머물렀다가 흘렀다.


다시 또 녀석들의 몸에 하네스를 채우고 길을 나선다. 복장을 설명하자면 티셔츠는 오늘은 화사하고 싶은 마음에 흰 티를 골랐고, 바지는 과하지 않은, 편하고 귀여워 보이는 스포츠 브랜드 반바지를 짝꿍으로 맞추었다.


날은 흐리지만 습했다. 날은 흐리지만 뚜렷했다. 날은 흐리지만 기분은 괜찮았다.


책을 빌리러 도서관에 가는 길.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요즘 내가 책에 집착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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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도 두 권을 도서관에서 빌리고

지금도 한 권을 빌리러 가는 중이고

그런데 이미 나는 일주일 내로 다 읽고 서평을 써야 할 책 두 권이 있을 뿐더러

다다음주 화요일까지는 독서모임을 위해 책 두 권을 또 읽어야만 한다.

이것도 모자라 여기저기 출판사에서 보내주신 책 3권 정도가 곧 도착 예정이다.

이 책들 또한 서평을 기한 내에 써야 한다. 책 값이다.


집착이지 않을까. 욕심같고 과하게 느껴진다.

아무리 읽을 책이 많다고 한들 책을 대충 읽거나 안 읽었는데 읽은 척은 절대 하지 않지만,

그래도 이건... 모르겠다. 사실 좀 헷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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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 꿈에서 등장한 나는 마음이 굉장히 외로운 나 였다.

마음이 외로웠다. 외로운 마음이 너무 추워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나는 꿈 속에서

내 남편의 살갗에 꼭 붙어있었다. 아마 팔짱을 끼고 있던 것 같은데, 그런 꿈 속의 나는 왠일인지 더 허망하고 외로웠다. 왜 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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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가는 길에 음악을 들으려고 오랜만에 이어폰을 챙겨 나왔다.

예전에는 음악 없이 집을 나서기란 말도 안되는 일 중 가장 파이가 큰 것이었는데, 지금은 음악을 거의 듣지 않는다. 우선 혼자 이렇게 길을 나서는 일이 많이 없고 있어 봤자 녀석들 산책 때 뿐이다. 아파트 근처만 뱅뱅 도는 그런 의미없는 산책. 오직 녀석들의 배변욕구만 해결해주는 그런 산책. 그럴 때는 아무래도 음악이 당기지 않는다.


그렇기에 오늘 난 무슨 음악을 제일 첫 곡으로 선택해 귀에 흘려보낼지 감이 오지 않았다.

과거에는 '아, 내일 아침에는 이 노래 먼저 들어야지.'라는 생각에 설레며 잠들곤 했는데.

집 신발장부터 음악을 재생해 출근길 내 발걸음이 더 가볍고 산뜻했는데.

그렇게 내 기분에 맞춰 흐르는 음악 한 곡 덕분에 내 하루가 행복하게 시작했는데.


고민 끝에 내가 좋아하는 크러쉬 2집 앨범을 천천히 걸으며 찬찬히 듣기로 했다.

그러다가 중간 트랙의 곡 가사가 귀에 꽂혔는데, 그 가사는 다음과 같다.

'감싸줄께. 살결이 닿아있어 너 외롭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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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라는 우주의 차원과 현실은 정말로 이어져 있는 것 같다. 영화 인터스텔라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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