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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창섭 Dec 17. 2018

한글은 원래 그랬다

- "한글"의 용법과 의미에 대하여

올해 한글날에도 "한글"과 "한국어", 즉 문자와 언어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지적들이 난무한다. "한국어"라는 용어는 "언어체계"를 지칭하는 용어가 분명한 것처럼, "한글"이라는 용어는 "문자체계"를 지칭할 뿐 "언어체계"를 지칭하지는 않는다는 지적들.


역사적 배경을 제시하는 것이 언제나 정확한 논증이 되지는 못하겠지만, "한글"이라는 용어가 "문자체계"만을 내포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체계"도 내포하게 된 것은 역사적 배경이 존재한다. 간단히 말해 "한글"이라는 용어 자체가 그렇게 만들어졌었다.  


"한글"이라는 용어의 시원은 기껏해야 1910년대로 추정된다. 학계는 1910년 아니면 1913년을 "한글"이라는 용어가 처음 사용된 연도로 잡는다.(많은 이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이 지점이다. 세종이 만든 그 문자를 이 시기까지 "한글"로 지칭한 적이 없다. "한글"의 최초 문증은 1910년대이다.) 즉 100년 정도밖에 되지 못한 말. 


"한글"은 일제강점기에 먼저 만들어진 "배달말글"이라는 용어를 대체/계승한 용어이다. "배달말글"은 그 용어의 꼴에서 알 수 있듯 "언어체계"인 "말"과 "문자체계"인 "글자", 나아가 "문장체계"인 "글"의 개념을 포괄하는 용어였다. 이러한 "배달말글"이라는 용어를 이은 용어이다 보니 '한글"이란 용어 역시 자연스레 언어/문자/문장체계를 모두 포괄하는 용어로 사용되어 온 것이고.


그뒤로 "한글"이라는 용어는 이러한 의미로 널리 확산된다. 조선의 말과 글을 가르치는 "조선어강습원"이 "한글배곧"과 같이 이름을 바꾸게 되고, 조선어와 조선글을 연구하는 "한글학회"가 창립되는 등, 언어와 문자를 포괄하는 의미의 용어로 사용되며 지금까지 온 것이다.


그러므로 언중들이 "한글"은 분명히 글자, 즉 문자체계를 지칭하는 말인데 무식하게도 "언어체계"로 의미를 잘못 사용하고 있다!! 문자와 언어의 차이도 모른다!! 라는 식의 지적들은 개인적으론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한글"이라는 용어가 첨 생겨날 때부터 언어/문자/문장체계를 포괄하는 용어였으며, 그렇게 사용되어 왔다라는 진술이 더 정확할 것이다. "한글"을 "한국어"를 지칭하는 개념으로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혼동"이나 "오용"으로 싸잡아 버릴 것이 아니라. 심지어 지금도 "한글맞춤법"이라는 공식적인 용어에서 "한글"은 단순히 문자체계가 아니라 "언어"와 관련된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어원이 그러므로 지금도 반드시 어원적 의미로 사용하자는 말은 아니다. 그렇지만 "한글"을 언어체계의 의미로 사용한다고 해서 "무식", "비상식"의 범주로 너무 뭐라 그러지는 말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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