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이래 봬도 한때 뮤직비디오를 만들며 먹고 살았다. 뭐 제대로 챙겨 먹은건 아니니까 일단 살긴 살았다 정도로 정정하겠습니다. 지금이야 내 나태함을 느끼고 회사에 들어가 충성하고 있지만, 당시엔 꽤나 큰 꿈을 가지고 비디오를 만들었다. 미술 감독이 따로 없어서 자체 제작으로 소품을 만들었으며, 버리기는 아깝고 또 어디 쓸데는 없던 차에. 아! 이런걸 콘텐츠에 소개하면 되잖아! 하고 꺼내들었다. 뭐 대부분이 이런 식이다.
샤이니의 카세트 테이프를 꺼내 킨코스에서 프린트한 스텔라장의 커버 사진을 끼워 넣고, 은박을 살살 긁어내 디테일을 추가했다. 정작 본편을 보면 이런 디테일은 찍히지도 않았지만, 내가 알잖아(이상순 톤으로)! 이 뿐 아니라, 기본적으로 뮤직비디오를 만든다는 것은 수많은 일회용품을 사들이는 것과 같다. 실제로 1회(뮤직비디오 촬영)만 사용하니까요. 촬영이 끝난 다음 미술 소품들은 늘 처리가 애매하다. 기본적으로 미술 감독님이 들고 가시긴 하지만, 본인 취향이 아니거나 부피가 크거나, 혹은 그냥 마음씨 착한 감독님들은 템 뿌려요 시간을 가지곤 한다. 사실 냉정하게 굴면 그거 다 제작비로 산거니까 다 주세요 할 수도 있지만, 다행히 싸이코패스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애초에 이렇게 낮은 페이를 받고 참여한다는건 제품 구매비까지 본인의 페이에 포함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나 왜 이런 얘기를 하고 있죠? 이제 뮤직비디오에 미련은 없을건데…
어쨌든 이 경우엔 미술 감독님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었고, 소품이 탐날 정도로 매력적인건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나중에야 요령이 생겨서 애초에 갖고 싶었던 물건. 혹은 이미 가지고 있는 물건들을 소품으로 사용했지만, 요령이 없는 때라 촬영이 끝나고 20L 쓰레기봉투를 가득 채울 만큼의 소품 쓰레기가 나왔다. 그 와중에 도저히 버릴 수 없던게 이 카세트 테이프다. 암만 봐도, 예쁘지 않나요? 국내에서 손 꼽히게 좋아하는 리에 작가님의 사진이다. 어쩌면 이것도 하나의 덕질일지도 모르겠다. 좋아하는 작가가 좋아하는 가수를 찍은 사진을 뽑아서, 오려 붙여서. 케이스에 끼우고, 좋아하는 노래의 뮤직비디오를 찍은 뒤. 그때 사용된 좋아하는 소품을 콘텐츠로 찍어 소개하고, 그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내고 있는 지금. 덕업일치란게 바로 이런걸까 생각하게 된다. 아무래도 책이 나오면 스텔라장님, 리에 작가님에게 선물로 보내드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