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째 계속되는 수면 전쟁
알콩이는 옆에서 굿을 해도 안 깨고, 달콩이는 이불만 아주 얇은 이불만 덮어줘도 잠이 깬다.
같은 집, 같은 방, 같은 침대 위에서 자는데 어떻게 이렇게 다를 수가 있을까?
8년간 계속되고 있는 우리 집의 수면 전쟁 실화를 공개한다.
생후 60일쯤? 밤수유를 끊기로 했다.
이 정도 컸으면? 이제 밤에 안 먹어도 된다!라는 철학으로~ 과감하게..
첫날밤.
각오하고 있었다. '밤새 울어댈 텐데.. 둘이 동시에 울면 어떡하지?'
그런데..
알콩이는 그냥 자더라.
밤 9시쯤에 마지막 분유 주고, 아침 6시까지 쭉~~~~~
'어? 벌써 통잠이야?'
'어? 쉬운데?'
가끔 엥~ 하려는 순간 쪽쪽이 찬스~~
그다음은 고요했다.
옆에서 달콩이가 새벽에 깨서 동네가 떠나가게 울어댔는데도 꿈쩍도 안 했다.
귀가 아플 정도로 울어재꼈는데도 안 깨더라.(엄청 신기신기)
진짜 신기했다. 어떻게 저렇게 잘 수가 있지??
문제는 달콩이었다.
아무도 건들지 않았는데 새벽 1~2시쯤 갑자기 깨서는..
"앙~~~~~~~~~~~~~~~~~~~~~~~~~~~~!!"
그것도 강성울음으로.
분유? 싫단다!
안아주기? 것두 싫단다!
쉬? 것도 아니란다!
달래기? 밀어낸다!
뭐! 어쩌라고?
그렇게 한 시간쯤 울다가 그냥 지쳐서 자고, 어떤 날은 두 시간 울다 자고.
왜 우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신생아는 시원하게 키워야 한다길래 10월에도 에어컨 켜고 24도에 맞춰놨다.
그랬더니 달콩이는 여지없이 감기에 걸렸다.
생후 2개월짜리가..
어쩌라는 건지..
25도로 올리니까 이번에는 자다가 깨서 짜증을 낸다.
덥다는 걸 온몸으로 증명한다.
태열이 올라온 것이다.
그리고 울어재낀다!
온도를 내리면 감기 걸리고, 온도를 올리면 더워서 못 잔다.
우엥~~~~~ 내가 울고 싶다.. 어째야 하는거지?
그 와중에 우리 알콩이는 아무 상관없다는 듯 그냥 잘 잔다.
알콩이는 침대에서 한 번도 떨어진 적이 없다.
침대 가드가 없는 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아이라서 움직이기는 하는데 떨어지지 않는다.
한번 자면 새벽에 깨는 일은 거의 없다. (아플 때 빼고는..)
어디서든 잘도 잔다.
시끄러운 펜션, 딱딱한 온돌방, 높은 베개든 낮은 배게든..
어디서든 잘 잔다.
완전 노숙자(?) 기질?
하지만 치명적인 조건이 하나 있다.
엄마가 옆에 있어야 한다.
혼자서는 절대 안 잔다. 그런데 엄마만 옆에 누우면 5분도 안 돼서 스르르 잠든다.
환경은 전혀 상관없지만, 엄마라는 안전기지는 필수인 녀석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한다.
제발~ 사춘기에도 그래주라.. 엄마 서운하지 않게~
8살이 된 지금도 여전하다.
침대에서 자다가 새벽 12시나 1시쯤 잠에서 깨서 거실 소파로 이주작전 시작!
지금은 물어본다.
"왜 자다가 나와서 소파에서 자?"
"몰라. 그런데 소파에서 자면 잠이 잘 와"
온갖 생각을 다해봤다.
철분이 부족한가?
마그네슘 부족?
아니면 비타민 d 부족?
것두 아니면 체력이 남았나?
방이 덥나?
답답한가?
아직은 아이도 잘 모른다.
엄마인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
그래도 중간에 소파에 나와서 자면 아침까지는 딥슬립하니까 안심이다.
더 웃긴 건 여행 갈 때다.
달콩이가 집에서는 그렇게 까칠하면서, 여행지에서는 어디서든 잘 잔다는 것.
호텔, 펜션, 캠핑장 등등..
"어? 너 집에서는 소파에서만 잘 자더니.."
"여행 온 거잖아. 괜찮아"
이건 또 무슨 경우냐.. 이 녀석아~
혹시 집에서 너무 편해서 더 예민해지는 건가?
아니면 여행 흥분상태에서는 환경이 상관없나?
정말 알 수 없는 녀석이다.
시도했던 것들
철분제 먹이기 → 소용없음
낮에 빡세게 놀리기 → 더 예민해짐
수면교육 책 10권 읽기 → 달콩이는 책에 안 나옴
온습도계 3개 설치 → 여전히 불만..
가습기, 제습기, 공청기 → 돈만 날림
처음에는 고쳐보려 했다.
"한 곳에서 자야지!"
"자다가 깨서 돌아다니는 것은 좋은 게 아니야"
"왜 자꾸 옮겨 다녀?"
안되더라.
이제는 그냥 둔다.
소파에서 자든, 바닥에서 자든, 거실 식탁 밑에서 자든.. 상관없다.
잠만 잘 자면 된다.
아이들에게는 노는 것만큼 자는 것이 중요하다!
주변에 물어보니까 다들 있더라.
환경에 극도로 예민한 아이들
"우리 아들도 베개만 바뀌어도 못 자요"
"딸은 이불 바뀌면 징징거리고 안 자요"
"온도가 1도만 달라져도 바로 알아채요"
아~ 우리 집만 그런 게 아니구나.
달콩이도 정상이구나.(다만 비정상적으로 예민하긴 하지만)
수면도 기질이다.
억지로 바꾸려 하지 마라.
각자에게 최적의 환경이 있다.
그들만의 수면 방식이다.
어디서든 어떤 상황이든 딥슬립하면 된다!
8년간의 수면 전쟁에서 얻은 결론이다.
혹시 여러분의 집에도 달콩이 같은 환경 예민러, 완벽주의자가 있나요?
댓글로 사연 공유해 주세요~ 함께 웃고 울어요~
분리수면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으니 그건 다른 편에서 계속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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