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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닐슨 Apr 28. 2021

밥풀 구구단

조각 수필(소설) #16

#할애비 

허허오늘도 이 녀석은 젓가락질을 하는 둥 마는 둥 깨작거리며 식사를 마쳤다나에게 가장 큰 손주 인 이 녀석은 입이 참 짧다하기야우리 집안 내력이라 볼 수도 있겠다건더기 없이 국물만 떠먹는 건 나도 그러니 내 손주임은 분명하다하지만 다른 식구들보다 입이 더 짧은 녀석이 조금은 걱정된다또래 아이들처럼 밖에서 뛰기보다는책을 보거나 혼자 무언가에 열중하는 걸 더 좋아하는 걸 보면 공부를 더 시켜서 의사를 만들어야 할지 아니면 성당의 신부로 키워야 할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부디 건강하게만 자랐으면 싶다


그런데 이 녀석이 매번 밥공기에 밥풀 몇 개를 남겨둔다몇 번 이야기했지만 알아들은 것인지 귓등으로 들은 것인지 잘 모르겠다밥공기에 붙어있는 밥풀이 여간 거슬리는 게 아니다오늘은 조금 구체적으로 잔소리를 해야겠다난 현명한 할애비니까


얘야저녁은 잘 먹었느냐?
할아버지오징어 젓갈이랑 김치랑 해서 아주 잘 먹었어요


싹싹 비웠다는 밥공기에 역시 몇 개의 밥풀이 남아있다이제 시작한다.
밥공기에 남아있는 밥풀이 몇 개인지 세봐라일곱 개가 남았구나우리 식구가 여섯 명이니 똑같이 일곱 개씩을 남겼다고 해보자그럼 마흔두 개의 밥풀이 남겠지그게 저녁 한 번이니 하루에 세 번 밥을 먹는다고 치면 하루에는 백이십아홉 개의 밥풀이 남겠지우리 연립주택에 여섯 가구가 사니까 모든 집에서 매일 그렇게 남긴다면 칠백칠십네 개의 밥풀이 남겠지그게 한 달이면 이만삼천이백이십 개의 밥풀이 될 테고일 년이면 이십칠만팔천육백사십 개의 밥풀이 될 게다대략 밥 한 공기에 이천 개 정도의 쌀알이 담기니 백사십 공기 정도 되는 밥이 매년 버려진다는 계산이 되는구나백사십 명이 한 끼 식사할 수 있는 쌀을 네가 버린 셈이 되는구나


나는 이 말을 하기 위해 치밀하게 계산을 했고 정확히 기억해 두었다가 한 번에 내뱉었다훌륭한 설명이었다더군다나 언성을 높이지 않고도 논리적으로 설명을 잘해주었다. 나를 닮아 머리가 좋은 녀석이니 잘 알아들었을 거다그러니 얘기 도중에 치를 고 제 밥공기를 싹싹 어먹었을 테지이제 쌀 한 의 소중을 알게 되었을 게다빙긋이 웃는 걸 보니 제대로 이해했구나 싶다나는 현명하고 자하고 진 할애비임에 틀림없다



#손주 

오늘은 밥을 먹는 내내 할아버지가 계속 쳐다보신다는 모르지만 무언가 나에게 하실 이 있는 게 아가 싶다할아버지는 이야기가 시작되면 언제 끝날지 라 지루해진다은 무까지 으라고 해서 다리가 아지기도 한다그걸 하기 위해서는 시작되자마자 무슨 이야기인지 리 고 른 행동에 기는 게 고다할아버지를 신경 쓰며 디어 밥을 다 먹었다내가 좋아하는 오징어 젓갈이 있어 밥을 먹기가 조금 수했다하지만 국그에 남아있는 건더기는 정말로 먹기 


밥 먹기 에 다가 어둔 <재크와 콩나무>를 마저 어야 한다재크가 에 은 이 쑥쑥 자라는 부분까지 었다그다이 무척 궁금하다하지만 할아버지가 밥을 다 시기 에는 자리에서 일어나면 안 된다다른 집에도 이런 규칙이 있는지 모르지만 우리 집엔 할아버지가 계시니까 그렇게 해야 한다


할아버지는 밥을 먹는 도가 무척 느리다밥을 먹으면서 삼들에게 라고 말하시는데 부를 이해할 수는 없다몇 개는 알아들을 수 있는데 대부분 이런 거다을 어 신지 말라거나 거리에 을 지 말라는 이야기인데 이건 나도 학교에서 워서 알고 있는 것들이다나는 가에서 공이를 하면 안 된다는 것도 알고 있다그런데 오늘은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나를 해 시작


내 밥공기에 붙어있는 밥알의 개수를 일곱 개그리고 우리 가이 여섯 명이니까 육을 곱해야 한다고 했다그리고 하루에 세 번 밥을 먹으니까 또 삼을 곱해야 한다고 하는데난 아직 곱셈을 우지 않았다당연히 구구도 모른다더군다나 두 자릿수의 곱셈은 다른 나라 이야기다그러고 보니 구구은 이년이 돼야 배울 수 있는 거다난 아직 일 학년이다. 왜 밥알의 개수에 우리 가을 곱해야 하는지 도무지 모르겠다할아버지는 르게 은 자를 말하는데 하나도 알아들을 수가 없다


할아버지는 내가 백 명도 는 사들을 겼다고 했다장하겠다난 아무 도 안 했는데뉴스에 서는 보리나 을 어서 밥을 지어먹는 게 건강에 더 좋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밥에 들어있는 을 먹으면 재크처럼 란 콩 나무를 고 오를 수 있게 될까할아버지는 계속 밥풀 얘기를 하는데 나는 할아버지 뱃속에 들어있는 이 쑥쑥 자라서 할아버지 으로 삐져나오는 생각을 하니 웃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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