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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의 삶을 읽고 나서

김영하 작가의 산문

2025학년도 1학기 신간도서 구입을 하면서 희망도서로 신청된 김영하 작가의 신작 '단 한 번의 삶'을 입고되자마자 처음으로 읽게 되었다.


워낙 유명한 작가님의 책이라서 '여행의 이유'나 '오래 준비해 온 대답' 같은 책일 거 같았는데, 이번 작품은 소소한 일상을 작가 특유의 말로 잘 담아낸 작품이었다.


얼마 전 작가님 인스타에도 책에 등장한 '머리서기' 동영상을 업로드하셨다. 책에서 머리서기 자세를 연습하는 일화가 나오는데 웃음이 나면서도 그 자세를 완성하신 노력이 새삼 대단하다 싶었다.

단 한 번뿐인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본인이 경험한 여러 가지 일들을 통해서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지 생각해보게 하고 조언해 주는 책이었다.


총 열네 편의 이야기에는 본인의 가족사와 인생을 살아오며 경험한 여러 이야기들을 담담하게 써 내려간다.


인생은 중간에 보게 된 영화와 비슷한 데가 있다. 처음에는 인물도 낯설고, 상황도 이해할 수 없다. 시간이 지나면 그럭저럭 무슨 일이 일어났고, 일어나고 있는지 조금씩 짐작하게 된다. 갈등이 고조되고 클라이맥스로 치닫지만 저들이 왜 저렇게 행동하는지, 무슨 이유로 저런 일들이 일어나는지 명확히 이해하기 어렵고, 영원히 모를 것 같다는 느낌이 무겁게 남아 있는 채로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간다. 바로 그런 상태로 우리는 닥쳐오는 인생의 무수한 이벤트를 겪어나가야 하고 그리하여 삶은 죽음이 찾아오는 그 순간까지도 어떤 부조리로 남아 있게 된다. 이 부조리에다 끝내 밝혀지지 않은 어떤 비밀들, 생각지도 않은 계기에 누설되고야 마는, 굳이 숨길 필요도 없어 보이는 사소한 비밀들까지 더해진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나에게 가장 와닿았던 문장은 책 제일 뒷부분에 나오는 문장이다.

어린 시절의 일기에는 '나'에 대한 말들로 가득했다. 내가 누구이며, 어떤 사람일까를 알기 위해 애썼던 십 대의 내가 거기 있다. 그러나 돌아보면, 나라는 존재가 저지른 일, 풍기는 냄새, 보이는 모습은 타인을 통해서만 비로소 제대로 알 수 있었다. 천 개의 강에 비치는 천 개의 달처럼, 나라고 하는 것은 수많은 타인의 마음에 비친 감각들의 총합이었고, 스스로에 대해 안다고 믿었던 것들은 말 그대로 믿음에 불과했다.


단 한 번의 삶을 사는 우리는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어쩌면 나와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닌가 싶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 책을 읽으며 나도 나의 과거와 주변의 사람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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