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혜정 성우님 연수 5회 차
6월의 황금연휴가 끝나고, 월요일 저녁 퇴근 후 9명의 사서선생님들과 줌으로 모여서 서혜정 성우님의 낭독연수 다섯 번째 시간을 맞이한다. 오늘은 '낭독, 어린 왕자'의 마지막 27장을 총 5페이지 되는 분량을 돌아가면서 전체적으로 낭독하고 피드백을 받았다.
첫 번째로 지목되어서 순간,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늘 고수님들 앞에서 낭독할 때는 아직도 많이 부끄럽다. 내 목소리의 자신감을 갖고 발음에 주의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는 평소 낭독할 때보다 더 버벅거리는 듯하다. 오늘도 피드백받은 부부는 종결어미를 강조하는 특유의 습관과 포즈를 잘 살리지 못한 점이다.
낭독에 있어서 목적어를 잘 강조해 주고, 문맥에 맞게 강조를 해야 하는데 나는 문장의 끝을 강조하는 경우가 있다. 또한 성우님이 매 연수에서 중요하다고 언급해 주시는 부분은 끊어 읽기이다.
'끊어 읽기'는 단순히 글을 소리 내어 읽는 것을 넘어서 문장의 의미와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낭독의 핵심적인 기술이자 예술이라고 한다. 그리고 '쉼'(포즈)은 낭독자가 제대로 쉬지 않고 낭독하게 되면 아무리 좋은 목소리로 읽어도 감동이 전달되지 않는다고 한다.
감정 및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마침표, 쉼표, 말줄임표 등의 부호를 무시하지 않고 악보에서 음표와 쉼표라고 생각하고 각 부호들을 잘 활용해서 적절히 숨을 고르고, 짧게 끊어 읽거나, 여운을 남겨 글의 의미를 선명하게 전달해야 한다.
또한 정확한 끊어 읽기는 문해력 증진으로 이어지며, 특히 어린이들이 글을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고 한다. '끊어 읽기'와 억양을 정확하게 익히는 것은 집중력을 높이고 문해력을 향상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한다.
끊어 읽기의 방법에는 마침표(.)는 잠시 숨을 고르고 충분히 쉬어 주며, 쉼표(,)는 짧게 끊어 읽는다. 말줄임표(...)는 여운을 남기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텍스트를 읽을 때 가장 중요한 점은 문맥을 파악하여 의미를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지점에서 끊어 읽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일어 보면 공통으로"가 아니라 "읽어보면, 공통으로"와 같이 어디에서 끊어 읽느냐에 따라 미묘한 차이로 문맥의 의미를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 부분이 낭독을 하면서 제일 어려운 점이다. 문맥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그 뜻을 전달하기 위해 적절한 부분에서 끊어 읽고, 호흡도 조절하면서 감정도 담백하게 담아내야 한다.
그리고 여전히 많이 지적받고 있는 부분인 발음은 호흡과 입모양을 조절해서 발음을 정확하게 하기 위해 호흡과 입모양을 의식적으로 조절하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한다. 예를 들면 '시작한 나'에서 '시' 발음을 길게 해 주어야 '시작'이라는 단어가 잘 들린다고 한다.
연수 후 질문 중에서 읽는 동안 눈과 입이 일치되는 것이 어려운데 그것을 어떻게 연습하면 되는지에 대해 성우님은 읽는 동안 눈과 입이 같은 글자를 보고 있어야 발음이 엉기지 않고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다고 알려주셨다. 앞서 나가는 두려움 때문에 읽기가 막히는 경우를 피하고, 현재의 글자에 집중하여 읽으면 다음 글자는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된다는 것이다.
낭독에서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매 순간 현재에 충실하여 자신감 있게 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태도라고도 언급해 주셨다. 이는 인생과도 같아서, 꾸준한 낭독 연습이 삶의 자신감과도 연결될 수 있다고 한다.
낭독은 내 목소리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목소리가 그 사람의 감성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가식적인 사람은 목소리도 포장하려고 한다. 서혜정 성우님의 지인이기도 한 배한성 성우님은 전화통화만 해도 그 상대방의 직업이 무엇이며, 연령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고 한다. 낭독을 해보면 어릴 때 어떤 트라우마가 있어서 벗어나지 못해 목소리에서 무언가를 감추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도 있다고 한다.
사람의 목소리 두께에서도 그 사람의 성품이 드러난다고 한다. 목소리에는 그 사람의 정보가 담겨있다는 것이다. 성대의 떨림음은 감정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60세가 넘으면 자기 본질이 목소리에 드러난다고 한다. 80세가 넘어가면 아무것도 숨길 것이 없어진다. 목소리가 위대한 이유는 익어갈수록 와인처럼 좋아진다는 것이다. 80세 정도가 될 때 인생이 묻어나는 진정한 내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한다.
문득, 나의 60세 때 목소리에는 어떤 본질이 담겨 나올까 궁금해졌다. 낭독을 통해서 인생을 배울 수 있고 현재에 충실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미래가 보장된다는 것이 참 인상 깊었다.
다음 주에는 서혜정 성우님과 마지막 연수가 진행된다. 낭독회로 이루어질 다음 주 연수도 기대하며 오늘도 5분 낭독, 5분 모니터 해보며 나의 현재에 집중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