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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서 고생하는 사서 Jul 10. 2023

보이스 컬처

낭독연수 17회 차

2023년의 상반기도 순식간에 지나가버리고 무더위와 장마로 후덥지근한 7월이 시작되었다. 낭독연수도 이제 5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함께 수강하는 사서선생님들 중 1정 연수를 받으시는 분들이 있으셔서 이번 달은 월요일 저녁수업이 주말 수업으로 대체되어서 주일 저녁 7시에 시작되었다. 


오늘 수업은 10명 정도 참가하셨는데 7월 말까지 각자 맡은 부분을 녹음해서 점자도서관에 제공할 오디오북 '그러라 그래'(양희은 에세이)를 각자 맡은 부분 중 한 챕터를 완독 해보았다. 발음에 신경 써야 할 단어들이 있어서 표준 발음으로 정확하게 발음해 주는 것이 포인트였다. 아무래도 시각장애인 분들이 듣게 될 오디오북이라서 더 발음에 신경 써야 할 것 같다. 


2017년과 2018년도에 약 15개월간 경기도 분당에 있는 점자도서관에서 사서로 근무한 적이 있다. 그때 당시에도 시각장애인 분들을 직접 뵙고 함께 독서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했었는데 당시 만났던 시각장애인 분들이 갑자기 떠오르기도 했다. 나이가 지긋하신 70대 남자분들이 많았었는데 매주 도서관에서 방문하셔서 오디오북 CD를 빌려가시는 단골 고객님들이 문득 떠오르면서 그분들을 생각하며 낭독했다. 


챕터의 끝은 명확하게 마무리하는 느낌으로 문장의 끝을 확실하게 낭독해 주고, 띄어쓰기와 문단과 문단사이는 좀 더 포즈를 두어서 여유 있게 낭독하는 것도 성우님이 코치해 주셨다.  


두 번째로는 양발을 털어내면서 발가락 윗부분을 아래로 당기고 상체는 양팔을 벗어 나무 모양으로 위로 끌어올리는 자세를 취하며 스트레칭을 해보았다. 그리고 양손을 빨대모양으로 뱃고동 소리를 내면서 복부를 밀어내며 '우~~~~~' 하는 소리를 내어보았다. 손을 내리고 오른손은 배꼽 위에 두면서 '부~~~~'하는 소리를 내며 발성해 보았다. 뱃고동 소리 톤을 유지하면서 광고문을 낭독해 보았다.


CJ 기업과 에스티로더 갈색병을 광고하는 글을 릴레이로 낭독해 보았다. 광고문은 무엇보다도 신뢰감이 있고 목소리가 기분 좋은 톤으로 가볍게 내는 것이 포인트라고 하셨다. 아래는 함께 낭독해 보았던 에스티로더 갈색병 리페어 광고문이다. 


당신을 처음 만났을 때를 기억해요.

당신은 아기처럼 좋은 피부를 갖고 있었죠.

어느새 시간은 흘렀고 당신은 많이 성숙해졌어요.

하지만 변하지 않은 건 여전히 빛나는 당신의 피부.


당신의 피부가 나이들 틈 없도록

앞으로도 영원히 나는 당신을 위한 갈색병입니다.

에스티로더(발음에 주의, 한국식으로 끊어서 발음하도록) 갈색병 리페어


누군가에게 대화하듯이 남자가 여자에게 얘기해 주듯이 기분 좋은 느낌으로 낭독하라고 팁을 주셨다. 그리고 목소리의 톤을 업해서 조금은 당당하게 20대의 젊은 목소리로 광고문은 선생님들마다 각자 개성이 묻어 나와서 낭독을 듣는 내내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게 들었다. 


세 번째로는 에세이 '깊이에 눈뜨는 시간' (라문숙 지음, 은행나무, 2019)을 릴레이로 한 챕터씩 낭독해 보았다. 강사님이 직접 오디오북에 참여해서 녹음했던 에세이기도한데 에세이는 감정을 조금 더 넣고 여유 있게 시낭송 하듯이 낭독하는 것이 팁이라고 하셨다. 그리고 나에게 물어보듯이 감정을 이입해서 낭독하라고도 하셨다. 


아래는 내가 낭독해 보았던 에세이의 일부분이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누가 그리운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어디로 갈 수 있는지,

누구를 웃게 하고 누구를 울게 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지난 시간들, 내가 건너가고 있는 시간들을 바라본다.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과 나를 감싸고 있는 물건들, 내 머리와 가슴을 울렁거리게 하는 갈망을 헤아려본다. 


작은 것부터 나로 사는 일, 좋아하는 것은 온몸을 다해 좋아하고, 싫은 걸 억지로 해내느라 기진맥진하는 대신 싫다고 말하는 일.

나로 사는 일에 관해서도 까다롭게 굴기.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호사라는 생각을 한다. 


낭독을 하며 작가의 생각과 감정을 좀 더 머리와 가슴으로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몸은 피곤했지만 7월의 두 번째 일요일에 17번째 낭독연수를 마치며 지난 3월에 처음 낭독을 시작했을 때보다 많이 성장한 선생님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가지만 함께하는 힘을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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