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I_장소_4.초등학교 도서관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퇴사를 한 후 나는 엄마의 간병을 하며 엄마가 호전되기만을 간절히 바랬다. 하지만 나의 기도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엄마는 투병하신지 1년도 채 안된 2003년 5월 하늘나라로 떠나시게 된다. 그 후 내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갑자기 모든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었고, 세상과 단절하며 살게 된다. 겨우 정신을 차려서 2004년부터 3년간 국회도서관 사서직 공무원과 지방직 사서공무원 준비를 하게 된다. 당시에도 사서공무원을 대체할 만한 정규직 자리는 없었고, 여전히 대다수의 사서는 비정규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무원은 아무나 되는게 아니었는지 나는 국회도서관 사서직 불합격, 서울시 교육청 사서직 불합격, 경기도 지방직 사서직 불합격 등 몇 번의 도전을 해보았지만 공무원이라는 안정된 계급으로 정착하지 못했다.
2006년 7월 선배 언니의 소개로 경기도에 소재하고 있는 초등학교 도서관 사서직에 추천받아 지원하게 된다. 당시 경기도는 교육청의 전폭적인 지원과 예산으로 학교마다 학교도서관이 만들어지고, 매우 활성화되는 해였다. 그래서 내가 근무하던 초등학교도 2004년도에 개교하여 새로 만든 학교 건물 4층에 교실 3개를 합친 규모의 도서관에 대형 어항과 최신 학습 기자재들로 탑재된 초등학교 도서관에서 나는 20대의 마지막을 사서로 다시 일하게 된다.
학교도서관 사서의 주 업무는 일반 교사처럼 수업권이 있지 않았기 때문에 도서관의 운영과 도서구입, 정리, 대출, 반납을 하는 정도였다. 도서관을 담당하는 일반교사가 업무의 결재권도 갖고 있어서 실질적으로 사서가 업무를 수행하는데 있어서 큰 힘이 없었다. 나의 주 업무도 도서관에 설치된 대형 어항에 물고기들 밥을 주는 일과 도서관 환경미화, 도서구입, 대출반납 업무로 매우 제한적인 일만 하게 되었다.
초등학교 도서관은 학생들이 거의 수업 후 쉬는 시간 10분 혹은 점심시간, 방과 후에 잠깐 들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도서정보검색용으로 도서관에 PC가 3대 구비되어 있었는데 초등학교 고학년 남자 아이들은 이 PC를 게임용으로 사용하려고 도서관에 오기도 하였다. 그래서 내 주요 업무는 “게임하지 마세요!” “뛰지 마세요!” 와 같은 사감선생님처럼 아이들에게 “하지마세요!” 라는 멘트를 하는 사서의 역할이 컸다.
그에 반해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은 너무 귀여웠다. 난생 처음 학교라는 곳에 와서 좌충우돌하는 모습들이 안타깝기도 하면서 순수한 그 모습이 보기 좋았다. 단골 고객님 중에 유빈이라는 1학년 여자아이는 도서관에 매일같이 오면서 그림책을 읽어달라고 하기도 하고, 방과 후에도 도서관에 들려 꼭 책을 읽고 가는 귀여운 아이들도 있었다.
학교도서관은 학생 뿐만 아니라 교사들도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기에 점심시간이나 방과 후에 잠시 들려 책을 읽거나 도서 대출을 하려고 방문하는 교사들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참 좋은 선생님과 동료들을 만났던 것 같다. 보건교사, 특수교사, 영양사, 4학년, 6학년 담임 선생님 등과 교류도 좋았고, 대다수의 선생님들이 도서관을 자주 이용하려고 하셨다. 지금처럼 도서관활용수업이 활성화되었던 시절은 아니라 교과시간에 도서관을 오는 학급은 거의 없었다. 그래도 CA시간에 도서관으로 와서 DVD를 시청하거나 교과와 연계된 책을 찾거나 발표수업을 할 때 도서관이 이용되었다.
운이 좋게도 신생학교의 초대교장선생님과 도서관 담당교사가 내 의견을 많이 수렴해주어서 학교도서관에서 해보고 싶었던 일들을 몇 가지 실행에 옮길 수 있었다. 처음으로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도서관 이용자 교육을 시행했다. 학부모님들이 당시에 사서의 점심시간에 1시간 동안 자원봉사자로 오셔서 도서관을 교대 해주셨는데 그때 단순히 자리만 지키는 것이 아니라 사서의 업무도 체험해보면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학부도 자원봉사자를 대상으로 대출반납업무, 도서분류법, 청구기호 보는 법, 도서검색 등에 대해 교육을 진행하였다. 자원봉사로 단순히 시간만 때우는 것이 아니라 1시간 동안이지만 무언가 아이들을 위해 본인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시켜주고 싶었던 내 마음이 통했는지 참여한 학부모 자원봉사자들이 도서관 봉사는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분들이 많아졌다고 나중에 교장선생님께 칭찬도 들었다.
초등학교 내에 유치원, 특수학급도 있어서 당시에는 ‘도움반’이라고 불렀는데 특수학급 장애인 학생들이 도서관에 오기도 했었다. 6학년에 지혜라는 여학생이 있었는데 몸을 잘 가누지도 못했고 거의 어머니가 학교 등교도 도맡아 하시고, 학교에 출석하는 날 보다 결석하는 날이 더 많았지만 도서관에 오면 차분하게 그림책을 펴서 보고 가는 학생이었다. 졸업식 날 선물이라며 손거울도 내게 건내며 도서관에서 사진 찍고 가고 싶다고 찾아와 준 마음이 참 이뻤던 학생이 기억난다.
돌이켜보니 초등학교 도서관에서 참 따뜻한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던 것 같다. 여름방학기간에는 직원들끼리 관광버스를 대절해서 외도로 1박2일 연수도 다녀오고, 교장선생님을 비롯해서 교사들과 정말 허물없이 모두와 잘 지냈던 곳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학교도서관 업무는 무언가 루틴하고 답답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이직을 결정하고 1년 6개월 동안 근무했던 초등학교 도서관을 그만두게 된다. 이렇게 두번째 퇴사를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