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서 고생하는 사서 Sep 04. 2023

오디오 북 녹음

북 내레이터

올해 3월부터 전 MBC 성우이기도 하시고, 현재 중앙대예술대학원 교수이신 '조예신' 성우님에게 낭독에 대해 배우고 있다. 1분기 수업 3개월이 끝나고, 2분기 수업도 이제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지난 수업시간에 수강생에게도 오디오 북 녹음 하는 기회를 주고 싶다고 하셔서 성우님이 녹음하신 오디오 북 중 한 챕터를 두 명의 사서샘이 직접 녹음할 수 있도록 출판사에 의견을 전달하셔서 감사하게도 주말 오후에 성우님에게 연락이 왔다. 


출판사에서 오디오 북 녹음 연락이 왔다고 축하한다며 주일 오전 10시 40분까지 목동에 위치한 녹음실로 가서 녹음을 하면 된다고 하셨다. 부랴부랴 녹음을 맡게 된 분량을 읽어보고, 성우님이 녹음한 오디오 파일을 보내주셔서 성우님의 목소리 톤과 비슷하게 해 보려고 여러 번 들었다. 


역시나 빠른 속도가 문제 이긴 했지만 녹음 당일 새벽에 일어나 다시 또 읽어보며 녹음시간인 한 시간 전에 목동으로 출발했다. 주일 아침이라 차가 안 막힐 줄 알았는데 웬걸 도로에는 은근히 차가 많았다. 설상가상 녹음실 근처에 주차할 곳도 없어서 유료 주차장이 다행히 눈에 들어와서 주차하고 약속시간 보다 10분이 늦게 도녹음실에 도착했다. 


녹음실 대표님은 녹음실로 안내해 주시고, 긴장하지 말고 평소 하던 대로 낭독해 보라고 하셨다. 녹음실 안에는 마이크와 이어폰이 놓여 있었다. 의자에 앉아서 숨을 고르고 이어폰을 착용하고 해당 부분을 낭독했다. 대표님이 목소리가 너무 작다고 좀 더 크게 소리를 내달라고 하셨다. 그리고 "무슨 급하신 일 있으신 건 아니죠? 빨리 가셔야 하는 거 아니면 최대한 천천히 읽어주세요!"라고 하셨다.


낭독하면서 늘 빠른 속도는 나의 최대 걸림목이었는데 다시 한번 천천히를 머릿속에 생각하며 창작동화 '검은 눈물'(서동애 글, 김유진 그림, 글라이더)의 122페이지부터 128페이지까지 낭독했다. '검은 눈물'은 일제 강점기 강제 노역으로 섬에 끌려간 서동애 작가의 아버지가 직접 경험한 일을 바탕으로 쓴 동화라고 한다. 그래서 등장인물은 모두 실제이고 이름도 실명이라고 한다. 모든 게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최대한 등장인물의 감정을 이입해서 남자 목소리를 내는 게 쉽지 않았지만 3~4번 정도 NG를 내고 녹음을 마쳤다. 두 번째로 창작동화 '사랑별에서 온 아이'(이정순 글, 김진희 그림, 글라이더) 중 70페이지에서 76페이지를 낭독했다. 내 앞에 녹음하신 선생님의 목소리를 듣고 이어서 비슷한 톤으로 낭독해 보았다. 


초등학교 4학년 남학생들의 목소리 연기와 장애를 갖고 있는 주인공의 살짝 의기소침하고 톤이 낮은 목소리를 내는 것이 어려웠지만 '사랑별에서 온 아이'는 장애인에 대한 우리의 시선을 다시금 돌아보게 하는 동화로 내가 낭독했던 부분은 장애인 소년은 몸에 장애를 가지고 있었지만 마음만은 어느 누구보다 밝고 따뜻한 아이 '우주'의 역할을 할 때는 나도 모르게 눈물도 났다. 


이어폰을 꽂고 녹음하니 내 목소리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고, 내 목소리가 이렇구나라는 걸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녹음은 40여분 정도 걸려 두 권의 책을 끝냈다. 


마지막으로 녹음실 대표님이 "재미있는 경험이셨죠?" 하시는데 정말 그런 시간이었다. 녹음실에서 온전히 내 목소리에 집중하며 책에 몰입하며 녹음하는 경험은 매우 신기하기도 했고, 특별했던 순간으로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북 내레이터로 데뷔하려면 아직 갈길이 멀겠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그 꿈에 한 발자국 내디딘 것 같아 너무 감사한 시간이었다. 



작가의 이전글 보이스 컬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