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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서 고생하는 사서 Sep 11. 2023

보이스 컬처

낭독연수 25회 차

낭독연수는 이제 2분기를 지나서 3분기에 접어들었다. 오늘은 강사님의 급작스런 스케줄로 월요일 수업을 미리 당겨서 토요일 주말에 하게 되었다. 처음 21명의 사서샘들과 함께 시작했는데 2분기에는 16명, 3분기에는 14명으로 인원이 줄어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나는 4분기까지 도전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이왕 시작한 거 일단 완주는 해보고 싶다. 오늘부터는 한국단편소설 중 이상의 '날개'를 릴레이로 10줄 정도 씩 낭독해 보았다.


1935년에 나온 작품이라 그런지 사용되는 어휘나 단어도 어려웠고, 무엇보다 발음도 꼬이고 쉽지 않았다. 그리고 강사님이 포인트로 지적해 주신 점은 낭독할 때 호흡이나 발성도 중요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감정과 발음이라는 것이다.


글에 등장하는 등장인물에 몰입해서 적절한 감정을 잘 드러내며 낭독하는 것과 발음을 정확하게 소리 내서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듯이 자연스럽게 글을 읽는 것이 포인트인 것이다. 읽는 것에서 말하는

것으로 진화하는 것이 3분기의 목표이다.


이상의 ‘날개’ 중 내가 낭독했던 부분은 아래와 같다.

좀처럼 이 노기가 풀리기 는 어려울 것 같았다. 나는 그대로 눈을 감아 버렸다. 벼락이 내리기를 기다린 것이다. 그러나 쌔근 하는 숨소리가 나면서 부스스 아내의 치맛자락 소리가 나고 장지가 여닫히며 아내는 아내 방으로 돌아갔다.

나는 다시 몸을 돌쳐 이불을 뒤집어쓰고는 개구리처럼 엎드리고 엎드려서 배가 고픈 가운데도 오늘 밤의 외출을 또 한 번 후회하였다.

나는 이불속에서 아내에게 사죄하였다. 그것은 네 오해라고…… 나는 사실 밤이 퍽이나 이슥한 줄만 알았던 것이다. 그것이 네 말마따나 자정 전인지는 정말이지 꿈에도 몰랐다. 나는 너무 피곤하였다. 오래간만에 나는 너무 많이 걸은 것이 잘못이다.

내 잘못이라면 잘못은 그것밖에 없다. 외출은 왜 하였더냐고? 나는 그 머리맡에 저절로 모인 오 원 돈을 아무에게라도 좋으니 주어 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뿐이다. 그러나 그것도 내 잘못이라면 나는 그렇게 알겠다.


사죄하였다는 단어는 발음이 불분명해서 자음을 빼고 모음만 다시 발음해 보라고 강사님이 지적해 주셨다. 'ㅏ ㅚ ㅏ ㅕ ㅏ' (아외아여아) 그리고 '네 오해' [내]라고 말고 [네]로 정확하게 발음하는 것이 좋다고 하셨다.

그리고 낭독 속도는 최대한 느리게 포즈를 두고 문장과 문장사이를 낭독하는 것이 좋다고 하셨다.


문장 중에서 '오 원 돈을 아무에게라도 좋으니 주어 보고 싶었던 것이다.' (돈을 너무 강조하지 말고, 문장에서 주어보고 싶었던 것이다를 강조하지 말고 부드럽게 대화하는 느낌으로 낭독해 보라고 하셨다. )


문장을 너무 끊어 읽지 말고, 문장의 의미를 떨어질 듯 이어지는 느낌으로 낭독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두 번째로는 5줄 정도를 릴레이로 낭독하면서 2시간여의 수업을 마쳤다. 행동을 나타내는 문장은 내가 직접 그 행동을 하면서 느껴지는 감정을 갖고 낭독하는 것도 포인트였다.


내가 이상이 되여서 살짝 무기력한 감정을 잘 살려서 낭독해야 하는 것이다.


참여하는 사서샘들마다 각자 다른 목소리와 톤으로 낭독하는 이상의 '날개'는 아직 연습이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또 느끼면서 3분기 첫 수업을 아쉽게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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