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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서 고생하는 사서 Oct 31. 2023

보이스 컬처

낭독연수 30회 차

어느덧 10월의 끝자락이다. 강사님도 '10월의 마지막 밤을'이라는 노래가 떠오르신다며 시간이 참 빠르게 지나간다. 울긋불긋 물든 단풍들도 떨어지는 낙엽들도 이제 곧 겨울이 찾아올 듯하다. 


오늘 수업은 우선 신체훈련으로 '백플레셔'에 대해 간단하게 실습해 보았다. 이 백프레셔 기법은 목을 열어주고 두성피치를 만드는데 매우 효과적이라고 한다. 우선 입술을 '뿌' 모양으로 만들고 볼을 빵빵하게 만들어서 구강압력을 높이고 낮은 후두 위치와 목열기를 유지한 채 바람을 불며 복부를 밀어내면서 성대음을 동시에 내어주면 된다. 


그리고 양손가락을 이용해서 성대와 아래턱 밑 부분을 주무르면서 마사지해주었는데 이 동작을 하고 나니 무언가 목이 풀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첫 번째로는 릴레이 낭독으로 김유정의 '금 따는 콩밭' 작품을 읽어보았다. 대화가 나오는 부분에서는 앞뒤로 포즈를 두어서 듣는 사람이 대화의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낭독하는 것이 포인트라고 강사님이 팁을 주셨다. 


아래는 내가 낭독했던 일부분이다. 

아내는 바가자에 점심을 이고서 집을 나섰다. 젖먹이는 등을 두드리며 좋다고 끽끽 거린다. 

인제 흰 고무신이고 코다리고 생각조차 물렸다. 그리고 '금'하는 소리만 들어도 입에 신물이 날 만큼 되었다. 그건 고사하고 꿔다 먹은 양식에 졸리지나 말았으면 그만도 좋으련마는. (포즈 두기, 장면의 전환이 되는 것)

가을은 논으로 밭으로(발음 명확하게 주의하기) 누렇게 내리었다. 농군들은 기꺼운 낯을 하고 서로 만나면 흥겨운 농담, 그러나 남편은 앰한 밭만 망치고 논조차 건살 못하였으니 이 가을에는 뭘 거둬들이고 뭘 즐겨할는지 그는 동네 사람의 이목이 부끄러워 산길로 돌았다. 

솔숲을 나서서 멀리 밖에를 바라보니 둘이 다 나와 있다. 오늘도 또 싸운 모양. 하나는 이 쪽 흙더미에 앉았고 하나는 저쪽에 앉았고 서로들 외면하여 담배만 뻑뻑 피운다. 

"점심들 잡수게유."

남편 앞에 바가지를 내려놓으며 가만히 맥을 보았다. 

남편은 적삼이 찢어지고 얼굴에 생채기를 내었다. 그리고 두(강조) 팔을 걷고 먼 산(강조)을 향하여 묵묵히 앉았다. (목적어를 강조하고 무엇을 하고 무엇을 향하여의 의미를 전달)


두 번째로는 현진건의 'B사감과 러브레터' 작품으로 릴레이로 낭독해 보았다. 이 작품은 주인공인 B사감의 목소리를 히스테리하고 짜증을 부리는 톤으로 낭독하는 것이 포인트라고 강사님이 알려주셨다. 


아래는 내가 낭독했던 작품의 일부부 인다. 

그런 편지의 항용으로 발신인의(발음 또박하게) 성명이 똑똑지 않기 때문에 주저주저하다가 자세히 알 수 없다고 내대일 양이면, "너한테 오는 것을 네가 모른단 말이냐?"(짜증 내는 목소리) 고(발음 정확하게 내레이션 톤으로), (포즈를 두고)

불호령을 내린 뒤에 또 사연을 읽어 보라 하여 무심한 학생이 나직나직하나마 꿀 같은 구절을 입술에 올리면 B여사의 역정은 더욱 심해져서 어느 놈의 소행인 것을 기어이 알려한다. 기실 보도 듣도 못한 남성이 한 노릇이요(쭉 이어서) 자기에게는 아모 죄도 없는 것을 변명변명하여도 곧이듣지를 않는다. 바른대로 아뢰어야 망정이지 그렇지 아니하면 퇴학을 시킨다는 둥, 제 이름도 모르는 여자에게 편지할 리가 만무하다는 둥, 필연 행실이 부정한 일이 있었으리나는 둥, 하다못해 어디서 한 번 만나기라도 하였을 테니 어찌해서 남자와 접촉을(강조)하게 되었느냐는 둥.

자칫 잘못하여 학교에서 주최한 음악회나 '바자'에서 '혹' 보았는지 모른다고 졸리다 못해 주워댈 것 같으면 사내의 보는 눈이 어떻더냐, 표정이 어떻더냐, 무슨 말을 건네더냐,  미주알 고주알 캐고 파며 얼르고 볶아서 넉넉히 십년감수는 시킨다. 


역시나 작품에 사용된 단어들이 입에 잘 붙지 않아서 발음이 어려웠다. 


세 번째로는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을 릴레이로 낭독해 보았다. 이 작품은 낭만적이고 향토적인 분위기 속에서 서정적인 문체로 허 생원의 애틋하고 운명적인 사연을 이야기하고 있는 작품이다. 


허생원의 목소리와 조선달의 목소리를 굵고 낮은 남자 톤으로 바꿔서 낭독하는 것이 등장인물이 다르다는 것을 듣는 사람이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고 강사님이 팁을 주셨다. 


아래는 내가 낭독했던 작품의 일부부 인다. 

"무어 그 애송이가? 물건 가지고 낚었나 부지. 착실한 녀석인 줄 알았더니."

"그 길만은 알 수 있나...... 궁리 말구 가 보세나그려. 내 한턱 씀세."

그다지 마음이 당기지 않는 것을 쫓아갔다. 허 생원은 계집과는 연분이 멀었다. 얼금뱅이 상판을 쳐들고 대어 설 숫기도 없었으나(한 문장을 쭉 이어서), 계집 편에서 정을 보낸 적도 없었고, 쓸쓸하고 뒤틀린 반생이었다. 


총 3 작품의 한국 단편을 낭독해 보았다. 다음 주 수업일까지 한국 단편 1편은 꼭 완독 해서 녹음 파일로 업로드할 수 있게 하자고 강사님이 숙제를 내주셨다. 10월은 학교 행사도 도서관 행사도 많은 달이다. 우리 학교도 가을 운동회, 진로직업체험 등 굵직한 행사들이 운영되었다. 


앞으로 남은 두 달여의 기간 동안 낭독수업 3분기도 잘 마무리하고, 오디오북도 꼭 론칭해서 업로드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10월의 마지막 월요일 밤도 이렇게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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