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서 고생하는 사서 Jan 16. 2024

보이스 컬처

낭독연수 41회 차

겨울방학이라 그런지 시간이 유난히 더 빨리 지나가는 것 같다. 어느덧 겨울방학을 시작한 지도 2주가 지났고, 낭독연수도 4분기 다섯 번째 수업이다. 2월이면 일 년 동안 달려왔던 낭독연수도 종료된다. 월요일 저녁 7시 책상에 앉아 줌을 켜고 낭독의 즐거움에 빠져본다. 


오늘 수업에서는 지난 시간 이어서 한국 단편 소설 중에서는 각자 선택한 작품을 6분 내외로 낭독해 보고 성우님의 피드백을 받았다. 총 열 명의 사서 선생님이 참석하셨다. 방학 기간이라 여행을 떠나신 분들도 있으시고, 각자 고른 작품들을 본인만의 색깔로 낭독해 보았다. 


내가 고른 작품은 이상의 '권태'로 지난 시간에 이어서 낭독해 보았다. 아래는 내가 낭독했던 작품의 일부분이다. 

닭은 그래도 새벽, 낮으로 울기나 한다. 그러나 이 동리의 개들은 짖지를 않는다. 그러면 모두 벙어리 개들인가, 아니다. 그 증거로는 이 동리 사람이 아닌 내가 돌팔매질을 하면서 위협하면 10리나 달아나면서 나를 돌아보고 짖는다. (장면을 상상하면서 내가 그 공간에 있다고 생각하며 낭독하기)

그렇건만 내가 아무 그런 위험한 짓을 하지 않고 지나가면 천리나 먼 데서 온 외인, 더구나 안면이(입을 크게 벌려 발음 주의하기)이처럼 창백하고 봉발이(음절 살려내면서 크게 발음) 작소를 이룬 기이한 풍모를 쳐다보면서도 짖지 않는다. 참 이상하다. 어째서 여기 개들은 나를 보고 짖지를 않을까? 세상에도 희귀한(포즈 두고) 겸손한 개들도 다 많다. 


대사가 나올 때에는 여유 있게, 그리고 문장과 앞과 뒤는 더 여유 있게 포즈를 두고 낭독하기가 포인트였다. 


수업 마지막 10분간은 성우님이 준비해 주신 '잠만 잘게요!'라는 낭독극을 릴레이로 낭독해 보았다. 낭독극은 등장인물의 성격과 특성을 목소리에 담아내야 해서 더 어렵긴 했다. 


등장인물로는 혜진(여, 20세)은 철은 없지만 사랑스럽고, 순탄치 못한 가정 속에서 자란 아픔을 견디며, 영훈과 밝게 고시원 생활을 하는 주인공, 영훈(남, 20세)은 착하고 부지런하다. 나이보다 어른스럽고 명랑하다. 역시 가족에 대한 상처가 있지만 꿋꿋하다. 할머니(여, 70세)는 고시원 주인으로 통일을 바라며 정이 많고 사람을 잘 믿는다. 티격태격하던 혜진을 손녀처럼 아끼게 된다. 동남(남, 35세)은 백수로서 고시원 사람들은 증권사 직원으로 알고 있다. 매너남인척 하다, 결국 고시원사람들에게 사기를 치고 도망간다. 은하(여, 30세)는 아나운서 지망생으로 야무지고 깍쟁이지만 정은 있다. 정 씨(남 50세)는 노숙사 수준이나 나름의 철학을 가졌고 과거 설계사였다. 


이렇게 등장인물들의 특성이 적혀있는 글을 보고, 그 인물을 상상해서 외모나 성격을 투영해서 목소리에 담아내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함께하는 사서샘들과 한 달 동안 연습해서 2월에 수업 종강 때 낭독극 발표회를 가져보는 것도 의미 있고 재미있는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겨울방학기간이니까 시간을 유용하게 매일 한 작품씩 녹음하기 꼭 실천하자 싶다. 

작가의 이전글 보이스 컬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