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델리에서 만난 첫 친구들

by nelly park

인도에서 처음 짐을 풀게 된 빠하르간지의 호텔 빠얄. 사실 처음에는 충격적이었다. 지금까지 갔던 게스트하우스의 도미토리 방들은 다 이층침대들로 이루어져있었다. 그러나 인도의 도미토리는 기다란 방에 언제 빨았는지도 잘 모르겠는 흰색 침대시트로 쌓인 침대들이 나란히 들어서 있었다. 침대와 침대의 공간은 딱 다리 두 개 들어갈 정도. 그래서 좀 당황해서 다른 곳도 보고 오겠다고 하고 나가서 다른 곳도 보고 왔지만 가격만 좀 더 비싸고 다 똑같은 형태의 방들이었다. 다시 호텔 빠얄로 돌아와 체크인을 하고 샤워를 하고 좀 누웠다. 삐걱삐걱 돌아가는 선풍기 바람에 몸을 의지하고 담배를 하나 물었다. 도미토리에서 그냥 담배를 피워도 되는 인도의 숙소. 천국이 따로 없다.


1371756_459286780855567_1982498295_n.jpg 언제 빨았는지 모르겠지만 누런 침대 시트의 안락한 곳 호텔 빠얄

옆 침대에서 딩굴딩굴 하고 있는 일본인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이름은 야스. 일본에서 6년동안 호스트바에서 호스트 일을 하다 새로운 삶을 살아보려고 그동안 모은 돈으로 세계일주를 나왔단다. 그걸 증명하듯 등 전체에 화려한 용문신이 있었다. 한 한시간 동안 정도 이것저것 얘기하다 야스가 묻는다.


“그런데 이름이 뭐에요?


나는 웃으며 말했다.


“넬리에요”


그러자 어리둥절하는 표정이다.


“네리? 이름이 특이하시네요. 한문으로 어떻게 쓰는거에요?”


나는 더 웃으며


“이건 영어 이름이에요. 사실 저는 한국사람이에요”


야스는 어이없어 하며


“에이 농담하지 마시고 진짜 이름이 뭐에요?


나는 깔깔거리며


“진짜에요. 저 한국사람이에요. 여권 보여줘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여권을 보여달란다. 그러고는


“그럼 부모님이 일본 사람이에요? 아님 일본에서 태어나서 자란거에요?”



그 이후로 아무리 한국인이라고 해도 안 믿다 페이스북에 한글로 글을 올리는 것과 한국 친구와 전화 통화하는 걸 보고는 조금씩 믿기 시작했다. 내가 일본어를 하는 거는 그렇다 치고 한국에는 찾아보기 힘든 좀 없어 보이는 외모이기는 하다. 그렇게 첫 해외여행을 세계일주로 온 야스와 나는 둘 다 인도 여행에 아무 계획이 없어 같이 여행 하게 되었다.



한숨자고 일어나니 도미토리에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총 6개의 침대가 놓여있는 방에 일본인 남자들만 있었는데 왠 서양인 여신이 들어왔다. 이름은 섀런. 이스라엘에서 왔단다. 인도여행만 9개월째. 아무렇게나 묶은 머리와 빛바랜 옷을 보고 여행을 오래 했구나 생각은 했었다. 능숙하게 종이와 담배잎을 꺼내 쓱쓱 말아 입에 물고 내 옆 침대에 앉더니 여신 미소로 인사한다. 음. 이 호텔에 잘 왔구나.

P1030971.JPG

날이 어둑어둑해져 야스. 섀런 그리고 나는 밥도 먹고 술도 한잔 할겸 빠하르간지가 다 보이는 루프탑 레스토랑으로 갔다. 각자 여행 얘기를 하고 앞으로 계획 등을 얘기하며 조금씩 친해졌다.


“제길. 여신하고 바로 얘기하고 싶은데 모든 말을 넬리상이 통역을 안하면 말이 안통하니 분하다”


야스는 귀엽다. 그리고 야스는 결심했다.


“여행이 끝나고 꼭 넬리상하고 영어로 대화하고 싶어요. 어학연수 갈꺼에요. 1년만 기다려줘요”



여러 가지 언어로 여행을 편하게 하는 내가 부러워졌나보다. 이야기 하다 보니 셋 다 아직 타지마할을 안 가봤다. 말 나온 김에 내일 같이 가기로 했다. 내일 일찍 일어나야 돼서 술은 적당히 마시고 숙소로 돌아왔다. 섀런은 거의 옆에 자는 거나 마친가지인 바로 옆 침대에서 딱 붙는 레깅스를 입고 이불도 안 덮고 엎드려서 잔다. 인도여행을 오래하면 신경도 안쓰나보다. 그 도미토리에는 섀런빼고 남자밖에 없는데도.


P1040024.JPG
P1040035.JPG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