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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 사기 안당하기

by nelly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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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였다. 인도다. 여행을 좀 해보니 소위 말하는 태국파랑 인도파가 나뉘어져 있는 거 같았다. (유럽과 미국파는 일단 빼기로 한다) 나는 태국파였던 거 같다. 인도로 들어가기 전 이미 내 여권에는 태국 도장이 스무개 이상 있었으니. 사람들은 내 여행 스타일이나 외모로 봤을 때 인도에 빠질꺼란다. 항상 궁금했다. 인도는 어떤 곳일까 하고.



공항에 도착해서 에어포트 익스프레스 라인을 타고 델리의 여행자 거리 빠하르간지로 가기 위해 뉴델리역으로 달렸다. 생각보다 전철 안은 깨끗했다. 내가 상상한 인도의 모습은 이게 아닌데. 그러나 전철에서 내리자마자 이 마음은 싹 바뀌었다.



인도가 시작되었다. 전철 역 밖으로 나오자 마자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인도의 색깔은 아주 진했다. 사람들의 피부색. 건물색. 그리고 어디서 나오는지 알 수 없는 그 특유의 진한 냄새. 인도로 들어오기전 인도에 대한 정보는 딱 하나 가지고 있었다. 에어포트 익스프레스를 타고 밖으로 나오면 앞에 바로 보이는 뉴델리 역 위로 육교 같은 것을 걸어서 건너면 바로 빠하르간지가 있다는 거였다.



씨익 웃으며 배낭을 짊어 매고 힘차게 걸어갔다. 예상대로 많은 호객꾼들이 말을 걸어 왔다. 항상 하던 대로 대충 넘겨버리고 계속 걸어갔다. 뉴델리 역을 통과하려고 하니 목에 직원 목걸이를 걸고 짐 검사를 하던 아저씨가 표를 보여달란다. 표는 없고 빠하르간지로 간다고 하니 잠깐 따라오란다.



“이 목걸이 보이죠? 저는 정부에서 일하는 공무원이에요. 이상한 사람 아니에요.지금 빠하르간지에서 축제를 하고 있어 정부에 외국인등록을 해야해요. 그래야 사고가 생겨도 정부에서 처리를 해줘요”

뭔가 이상했다. 그래도 인도에 정보가 전혀 없었으니 그런가 보다 했다. 그래서 나는.


“그럼 외국인 등록은 어디서 해요?”


그 아저씨는 말했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여행사가 있는데 거기서 해야 되요. 이쪽으로 따라오세요”



아저씨를 따라간 곳은 오토릭샤가 길게 줄 서 있는 릭샤 정류장이었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여기 노란 표시가 되어 있는 릭샤는 정부에서 운영하는 릭샤에요 이걸 타면 30루피면 여행사로 갈 수 있어요”


아무래도 이상했지만 뭐 30루피면 600원이니 가보자 하고 릭샤에 올라탔다. 10분정도 가니 깔끔한 디자인의 한 여행사 앞에 도착한다. 2층으로 올라갔다. 인도에서 잘 찾아보기 힘들법한 훈훈한 외모의 인도인 청년이 데스크에 앉아서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하고 묻는다. 심지어 미국식 영어 발음이다.



“아.. 외국인 등록 때문에 왔어요”


그 청년은 훈훈한 미소로



“네. 가방 내려놓고 여기 앉으세요. 금방 해드릴께요”



그리고 컴퓨터로 이것저것 클릭하며 내 정보를 입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말했다.



“승인이 떨어질 때까지 잠깐 기다려야 해요. 인도는 얼마나 여행하실 거에요? 어디 가보고 싶어요?



나는 담배를 하나 꺼내 물며 말했다.



“아직 정확한 계획은 없어요. 한 두 달 일정으로 왔어요. 아직 인도에 대한 정보는 정확히 없는데 인도 북부를 보고 싶어요”



그 청년은 웃으며 흰 종이와 펜을 꺼내고 오늘 날짜부터 한 달 동안 날짜를 주욱 쓰더니 내 여행계획을 혼자 짜기 시작한다.



“자 델리는 별로 볼 게 없으니 하루 이틀 정도 있다 지금 라자스탄 지방이 여행 하기 좋으니 자이푸르, 조드푸르, 푸쉬카르, 자이살메르를 여행하고 아그라로 가서 타지마할을 보고 카주라호로 갔다가 다음에 바라나시로 갔다 콜까타에서 아웃하면 되겠네요”



하며 정확하게 날짜를 쓰며 여행 계획을 써주었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이런 루트라면 기차와 버스 모두 예약하고 4성호텔에서 자는 거까지 해서 500불에 해드릴게요”


나는 역시 상술이었군 하고 속으로 생각하며



“아니요 저는 루트를 정하지 않고 그냥 자유롭게 여행하고 싶어요”



그러자 그 청년은



“기차나 버스 스케줄은 언제든지 바꿀 수 있어요. 지금 프로모션 해서 특별히 500불. 스페셜한 가격이에요”


한시간 정도 실랑이했던 거 같다. 나는 계속 거절하며


“외국인 등록은 언제 끝나나요?”



그 청년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등록은 이미 됐어요”



그럼 생각해보겠다고 하고 나왔다. 여기서 릭샤를 타면 30루피라는 말을 들었지만 그냥 걸어서 가기로 했다. 길치인 나는 물어물어 왔던 길을 계속 빙글빙글 돌며 두시간이 걸려 빠하르간지 입성에 성공했다. 온몸이 땀범벅이 되어 200루피짜리 도미토리에 짐을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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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들은 얘긴데 직원 목걸이를 한 아저씨와 릭샤 운전수 그리고 여행사 직원까지 다 한통속이란다. 거기다 외국인 등록 따윈 필요없고 500불에 모든 걸 다 해준다는 말에 진짜로 여행사에서 페키지를 끊는 사람도 있단다.


어쨌든 사기 안당하고 인도여행 시작 성공. 점점 기대된다 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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