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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리에서 맥그로드 간지 가기

by nelly park

마냥 델리에만 있을 순 없었다. 어딘가로 떠나야 했다. 계획없이 인도에 와서 어디로 갈지 생각하며 이것저것 인터넷으로도 찾아보고 같은 방에 있는 여행자들에게도 물어봤다. 2년 전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었던 이유. 인도 다큐멘터리 한편, 그리고 레라는 도시의 사진 한 장. 내가 가야 할 곳은 레였다.



델리에서 바로 레로 가려면 비행기 말고는 다른 수단이 없어 다른 곳을 여행하며 올라가기로 결심하고 지도를 펴고 루트를 짜보았다. 다음 목적지는 맥그로드 간지. 티벳의 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이곳으로 망명을 온 곳으로 유명했다. 목적지를 결정하고는 거침이 없었다. 이곳저곳 교통수단을 찾다 숙소 앞에 있는 몇 곳의 여행사를 가서 가격을 알아보고 바로 출발하는 티켓을 끊었다. 나와 같이 전혀 계획없이 온 친동생같은 야스도 같이 가기로 했다.



숙소 바로 앞 식당은 정말 싸고 맛있다. 70루피면 세가지 종류의 카레와 밥이 무한 리필이다. 항상 배가 고픈 나에게는 정말 천국이다. 밥 먹고 나서 마시는 라씨 한잔에 담배 하나. 이건 평생 질리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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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서 나와 오른쪽으로 2분 걸어가면 라씨 가게 두 개가 옆에 붙어 있는 곳이 있다. 항상 100미터 앞에서부터 서로 자기네 가게로 오라고 정신없이 손을 흔든다. 그러면 우리는 항상 고민에 빠진다. 어디로 가야 하지. 그럴 때 우린 가위바위보를 한다. 내가 이기면 오른쪽 가게. 너가 이기면 왼쪽 가게. 오늘은 오른쪽 가게다. 행복하게 라씨를 마시고 있으면 항상 우리에게 물어본다.


“하빠? 하빠?”



하빠는 일본어로 대마초라는 뜻이다. 내 머리스타일 때문인 거 같다. 매일 갈때마다 노노 라고 말해도 믿지 않는 눈치다. 여기 라씨 가게도 그립겠지. 땀을 뻘뻘 흘려가며 빠하르간지의 이곳저곳을 돌아보며 쇼핑을 좀 했다. 배낭여행을 처음 나온 야스에게는 내 옷차림이 멋있어 보이나 보다. 계속 나에게 옷을 골라 달란다. 처음에 마음에 들어하며 나한테 이거 어때요 하고 물어보고 내가 별론데? 하면 바로 내려놓고 다른 가게로 간다. 귀엽다.



숙소에서 샤워를 하고 푹 쉬며 버스 시간을 기다렸다. 호텔빠얄의 좋은 점이다. 체크 아웃을 하고도 짐만 밑으로 내려 놓고 쓰던 침대위에 그냥 누워 있어도 별 신경 안쓴다. 샤워도 하고 낮잠도 자도 별말 없다.



날이 어두워지고 가방을 메고 밖으로 나가 여행사로 갔다. 저녁 8시 버스다. 7시 반쯤부터 기다렸다. 8시 반쯤 되니 따라 나오란다. 델리역 맞은편 큰 길가로 데려간다. 거기에는 몇 명의 여행자가 더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는 한 시간을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 인솔자에게 물어보니 노 쁘라블럼이란다. 약간의 사고가 생겨 조금 지연되는 거뿐이란다. 샨티샨티의 나라 인도다. 뭐 아무렴 어떤가. 버스가 오기만 하면 되는 거다.



10시 좀 넘어서 드디어 버스가 나타났다. 분명히 8시 버스라고 했는데. 나도 그렇지만 다들 별 신경 안쓰는 눈치다. 인도니깐.



여행자 버스라 그런지 생각보다 쾌적했다. 동남아와 경쟁이라도 하듯 폭풍 에어컨은 여기도 존재했다. 배낭은 짐 칸에 싣고 얇은 윈드브레이커 자켓은 손에 들고 타서 그걸 입고 바로 곯아 떨어졌다.



눈을 뜨니 날은 밝았고 야스는 눈이 빨개져 한숨도 못잤단다. 의자가 고장나 뒤로 못재끼고 덜컹거려 서란다. 아침 7시 반쯤 돼서 맥그로드 간지에 도착한거 같다. 찌는듯한 더위의 델리와는 다르게 선선하다 못해 아침은 추웠다. 맨발로 다니기엔 좀 지저분한 델리의 거리와는 달리 너무 깨끗했다. 인도에 이런곳이 있구나.



여러 곳의 숙소를 찾아다니며 가격대비 성능을 비교하다 버스 정류장 초입에 있는 절벽이 바로 앞에 있는 경치가 좋은 숙소에 짐을 풀었다. 역시 둘이 다니면 좋다. 더블룸이던 트윈룸이던 그냥 들어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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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출해진 우리는 티벳식 만두. 모모와 짜이한잔을 마셨다. 신선한 공기에 먹는 이 조합이란. 거기다 만두에 짜이까지 해서 단돈 30루피. 정했다. 이제부터 맥그로드 간지에서 아침은 이거다.



맥그로드 간지. 생각보다 좋은 곳 같다. 일단 한숨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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