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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lly park Jul 11. 2019

맥간에서 스리나가르 가는 길

낙원같던 맥간을 떠나는 날. 다음 행선지는 스리나가르라는 도시다. 교통편을 찾아 보던 중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혔다. 원래는 가이드북에 나와있던 대로 맥간에서 잠무라는 도시로 가서 버스를 갈아타고 스리나가르로 갈려고 했었다. 그러나 맥간에서는 잠무로 바로 가는 버스가 없다고 한다. 잠무로 가는 버스는 밑동네 다람살라에서 아침 8시 출발이란다. 



항상 일어나고 싶은 시간에 일어나던 우리는 최소한 아침 6시에 기상해야 하는 이 상황을 납득할 수 없어 다른 방법을 찾았다. 숙소 주인 아주머니에게 여쭤보니 여기서 아침 10시에 파탄콧으로 가는 버스가 있단다. 그리고 파탄콧에서 잠무로 가는 버스가 있을거란다. 그럼 우린 9시에 일어나도 되는거다. 이거구나.



예상과는 달리 우린 8시쯤 눈을 떠 여유가 있어 여길 떠나면 분명 그리워질 모모 가게 아주머니한테 가서 모모 10개랑 짜이한잔을 사서 맛있게 먹고 여유롭게 샤워도 하고 짐을 싸서 나왔다. 역시 버스 정류장에 외국인이라곤 우리밖에 없었다. 30분이나 일찍 도착해서 정류장에 있는 찻집에서 짜이한잔을 시켜 테이블에 앉아 카드 게임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이윽고 버스 기사 아저씨가 와서 버스에 올라탔다. 처음에는 우리밖에 없었는데 이곳저곳에 멈추면서 사람이 계속 탄다. 결국 다람살라까지 가서 사람을 꽉 채우고 파탄콧으로 출발했다.




4시간 반쯤 걸린거 같다. 파탄콧에 도차하니 시간은 오후 2시반. 시원한 맥간에서 다른 도시로 내려오니 너무 더웠다. 4시에 잠무로 가는 버스가 있어 티켓을 끊고 또 기다렸다. 파탄콧은 일반 여행객이 오는 곳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우리를 신기하게 쳐다봤다. 그런거 신경 쓰지 않고 아무데나 엉덩이 깔고 앉아 담배 하나씩 물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예전에 인도 갔다온 친구한테 들은 기억이 난다. 잠무에서 1박하는거는 정말 최악이라고. 숙소는 더러운데 더럽게 비싸단다. 어쩔 수 없었다. 우리는 오늘 잠무까지만 가는 계획밖에 없다. 잠무에서 어떻게 스리나가르로 갈지. 잠무에 숙소는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일단 가는거다. 뭐 항상 그랬다. 가는 곳에 길이 있으니깐.





버스가 곧 출발한다는 말을 듣고 얼른 짐을 짐칸에 싣고 버스에 탔다. 맥간에서와는 달리 만석이었다. 다행히 2시간 정도면 도착한단다. 진짜 눈 깜짝하니 도착이다. 잠무에 도착하니 이제 저녁 6시 반쯤. 이제부터다. 내려서 사람들한테 숙소가 어디있는지 물어보자. 예상과는 다르게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한 인도인이 우리에게 묻는다.


“스리나가르?”



깜짝 놀랐다. 어떻게 알았지. 그래서 그렇다고 하니 따라오란다. 버스에서 1분 거리에 미니벤이 서있었다. 지금 출발하니까 얼른 타란다. 그렇다고 지금 타버리면 도착해서 얼마를 부를지 모른다. 그래서 얼마냐고 물었다.


“600루피!”



사실 600루피면 나쁘지 않다. 여기서 숙소를 찾아다니고 밥 먹고 다시 내일 교통수단 찾아다니고 하는거보다 지금 바로 출발하는게 낫다. 저 인도 친구가 갑이고 우리는 을이다. 그래도 나는 되물었다.


“너무 비싸. 두 명이니까 500루피 500루피 해서 1000에 가자!”



안 된단다. 그럼 됐어 안타 그랬더니 알았다고 타란다. 성공이다. 역시 난 여행 운이 좋다. 잠무에서 하루 자고 가야 할 줄 알았는데 바로 출발한다. 



사람이 자리에 꽉 찰 때까지 30분 정도 기다려서 7시 반쯤 출발했다. 아까 가격 흥정한 친구는 다른 미니벤을 호객하러 가버리고 미니벤 기사랑 다른 승객들은 영어를 못했다. 아 이거 뭔가 불안한데 하면서 그냥 눈 붙이고 잠들어 버렸다. 



구불구불 길을 계속 가며 잠이 들었다 깼다 반복하다 밤 12시쯤되니 잠깐 차를 멈춰선다. 밥 먹으란다. 참 이 친구들 애매한 시간에 밥 먹는구만. 불빛 하나 없이 칠흑 같은 곳에 식당이 딱 하나 있다. 가격표도 제대로 없는 허름한 식당이었다. 기사 아저씨랑 손님들이 먹는 것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저거 똑같은 걸 달라고 해서 밥을 시켜 맛있게 먹었다. 설마 똑같은 건데 안 비싸겠지 했는데 하나당 200루피란다. 이런 미친 식당이 다 있나. 델리에서도 카레 무한리필에 70루피밖에 안하는데. 어쩔 수 없다. 깜깜한 밤에 외국인은 우리 단 둘이다. 그냥 주자. 



다시 한참을 달려 스리나가르에 도착하니 새벽 5시 좀 안됐다. 기사 아저씨가 어디로 가냐고 하길래 우린 하우스보트를 찾는다고 했다. 하우스보트는 강위에 집 같이 큰 보트 위에 사는 사람들이 방을 내 주는 식의 숙소다. 새벽 5시. 미니벤에서 내리고 보니 불빛 하나 없고 거리엔 개미 한 마리 없다. 다행히 어떤 인도인 청년이 지나가길래 말을 붙여보니 하우스보트 주인이란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곳 저곳 둘러보고 가격대비 시설을 보고 결정하고 싶었지만 그 청년을 따라갈 수 밖에 없었다. 





가트에 묶여있던 조그만 배를 타고 강위를 가로질러 하우스보트에 도착했다. 가격을 물어보니 한 사람당 500루피씩 1000루피란다. 맥간에서 머물렀던 숙소가 방 하나에 380루피 였는데 한 사람에 500루피라니. 눈물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냥 오케이라고 했다. 그리고 어제 아침 10시부터 하루종일 이동해서 여기 도착한 거라 일단 좀 쉬고 싶었다. 뭐 일단 성공적으로 목적지 스리나가르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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