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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낭만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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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lly park Aug 02. 2020

또 다른 만남

카오슝

폰을 찾으러 가기 위해 아침 5시 반에 일어나서 숙소를 나섰다. 해가 뜨고 있었다. 천천히 구름위로 하얀 빛이 번지며 해가 뜨는 것을 보고 너무 가슴이 벅차 올라 폰 잃어버린 것도 까먹고 멍하게 서 있다 열심히 카메라를 눌러댔다.


어제는 그렇게 깜깜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길을 다시 걸었다. 산뜻한 이름모를 나무향이 코를 간지럽히고 기분 좋은 바람이 살결을 툭툭치고 지나간다. 그렇게 기분 좋게 걸어서 세븐일레븐에 힘차게 들어가서 영어, 중국어 다 동원해봤지만 직원은 그런거 없단다. 힘이 쭈욱 빠져버린 나는 터덜터덜 걸어서 다시 숙소로 돌아갔다. 형이 물었다.

"찾았어?"

힘 빠진 목소리로 나는

"아니 그런 거 없다는데? 거기 세븐 일레븐 두개자나. 밑에 있는거 아니야?"

형은 잠이 덜 깬 목소리로

"아니야 분명히 어제 맨 위에 있는 거라 그랬어"

"알았어 그럼 밥 먹고 한번 더 가보지 뭐. 근데 아침에 산속길 너무 이뻐. 장난 아니야"

그랬더니 형이 눈을 번쩍 뜨며

"너 폰도 찾을 겸 나가자"



형은 몇 분전만 해도 잠이 덜 깨서 눈도 못 뜨더니 밖에 나가니까 풍경이 너무 멋지다고 난리다. 일단 두 개 중 밑에 있는 세븐 일레븐을 갔더니 없대서 다시 아까 내가 아침에 갔던 위에 있는 곳으로 갔다. 계속 나한테 무뚝뚝한 표정으로 손을 저으며

"메이요, 메이요 (없어, 없어)"

하던 남자 직원이 형이 중국어로 뭐라고 했더니 멋쩍게 웃으면서 폰을 찾아서 준다. 됐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이제 다시 정상적으로 여행할 수 있다.



기분좋게 콧노래를 부르며 숙소로 돌아가 아침을 먹고 일찍부터 설쳤더니 둘 다 피곤해서 귀찮다는 말만 반복하면서 계속 늘어져 있다 차에 올라타 다시 타이중을 향해 갔다.


올 때는 네시간 넘게 걸려서 왔는데 고속도로를 타고 쭈욱 내려오니 1시간 반만에 왔다. 오는 길에 잠깐 내려서 밥도 좀 먹고 구경도 좀 했다. 12시 좀 넘어서 타이중 시내에 도착했다.



"할머니가 편찮으셔서 내가 돌봐드려야 될 것 같애. 오늘 혼자 먼저 카오슝에 가있어. 내일 상황보고 나도 갈께"

형이랑 헤어지려니 아쉬웠지만 한편으로는 이제 카오슝 가서 좀 쉬어야지 하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카페에서 커피 한잔 하고 타이중 버스터미널에서 헤어졌다.



버스시간은 1시 37분. 카오슝까지 2시간 반 걸린다고 하니까 4시에서 4시반에는 도착하겠지 하고 카오슝에 사는 친구 신디한테 4시반까지 카오슝 역으로 와 달라고 했다.

버스는 잘 달리다 갑자기 엄청 막히더니 움직일 생각을 안 한다. 카오슝에 도착하니 저녁 7시다. 2시간 반 걸린다더니 딱 두 배 5시간 걸렸다. 눈이 퀭해져서 내려서 일단 참았던 담배 하나 피고 MRT 역 안으로 들어갔다. MRT 역에서 와이파이가 된다는 걸 기억하고 와이파이를 켰더니 진짜 된다. 

앨빈형이랑 신디에게 메시지 폭탄이 와있다. 이제 도착했다는 메세지를 보내고 예약해 놓은 게스트하우스에 체크인 하고 연락하기로 했다. 그리고 지도를 보고 Formosa Bouluvard 역에서 내려 지나가는 사람들에 물어물어 쉽게 숙소를 찾았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점원이 인사한다.

"곤니찌와"

왜 '니하오'가 아니고 '곤니찌와'지? 여행할 때 항상 만나는 사람들이 '아유 재패니즈?'라고 하긴 하는데 숙소에서까지 그렇다니. 내가 일본어를 못했으면 어떡할 뻔 했나. 알고 보니 여기는 일본인이 경영하는 일본인 게스트하우스다. 참 나는 여행할 때 마다 이상하게 일본인들이랑 인연이 많았는데 어떻게 우연히 예약 한 곳이 일본인 게스트하우스다. 일본인과는 정말 땔 수 없는 연이 있나보다. 정말 깨끗하고 아기자기한 숙소다. 

신디한테 체크인 했다고 하니 20분 후에 숙소 앞 세븐일레븐에서 보자고 해서 나갔다. 신디 친구들이랑 같이 차를 타고 나를 데리러 왔다. 다들 한국을 너무 좋아하고 그 중 셋은 동대문에서 옷을 때와서 대만에서 파는 일을 한단다.

차를 타고 30분 정도 걸려 로컬 야시장에 도착했다. 지금까지 가 본 야시장과는 정말 다르게 진짜 로컬 말 그대로 재래시장이었다. 규모는 지금까지 갔던 곳 중 가장 컸다. 걸어도 걸어도 끝이 안 나온다. 계속 쌓인 피로와 장기간 버스 이동으로 너무 피곤해져 야시장 끝까지 가보지도 못하고 다시 차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끝까지 안 가봤다 해도 한 시간은 넘게 걸었다. 내일은 진짜 푹 쉬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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