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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낭만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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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lly park Aug 03. 2020

카오슝의 매력

카오슝

앨빈형의 생활 패턴에 벌써 몸이 맞춰졌나 보다. 아침 8시쯤 눈을 떴다. 어제 자기전 담배 하나 피러 베란다 나갔다가 만난 일본친구 류지. 세계일주 중이란다. 이제 1개월째. 나도 작년까지는 2년동안 여행했었는데 하고 생각하니 귀엽다.  이것저것 여행 얘기를 하다가 얘기가 길어져서 늦게 잤다.


그렇게 친해진 류지 그리고 같은 방 쓰는 마사토랑 셋이서 근처에 아침 먹으러 갔다. 로컬 식당이라 영어가 안 통했다. 이제 이런 거쯤이야 중국어로 가능하다.

"이거 얼마에요? 이거는요? 커피 있어요? 커피에 얼음 넣고 설탕은 빼주세요"

내 중국어가 이제 통한다. 이 정도에 놀라기는. 연신 류지와 마사토는 '스고이 스고이'를 외친다. 아침 먹으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여기서 중대발표.

"사실 나 한국 사람이야"



어이없게 웃으면서 거짓말 하지 말라고 하며 안 믿고 넘어가려고 한다. 여권. 한국이름. 한국에 대한 지식 등 여러가지 증거를 보여준 다음에야 한국인으로 인정받았다. 


숙소로 돌아가서 모자란 잠을 자고 싶었지만 신디랑 밥을 먹기로 약속 했었다. 1시간후에 숙소로 신디가 데리러 왔다. 이번엔 스쿠터를 타고 왔다. 일단 내일 한국으로 돌아가니까 타이페이에 있는 타오위안 공항으로 가는 표를 끊으러 갔다. 기차표는 다 매진. 입석밖에 없단다. 내일. 그러니까 10월 10일은 타이완의 국경일 이란다. 그러니 자리가 없을 수 밖에. 다시 스쿠터를 타고 이번엔 버스표를 사러 갔다. 다행히 버스표는 있다. 거기다 기차표보다 300원 정도 싸다. 한 번 환승해야 하고 총 다섯시간 걸린단다.


근데 어제의 기억 때문에 아침 일찍 시간으로 끊기로 했다. 만약에 진짜 만약에 또 차가 밀려서 공항에 늦게 도착하면 한국에 못 올 수도 있으니 공항에 일찍 도착해서 시원한 공항에서 와이파이나 쓰면서 기다리는 게 낫다.

저녁 6시 20분 비행긴데 아침 8시 40분 차를 끊었다.



표를 끊으니 심적으로 안심이다 된다. 이제 밥을 먹으러 갔다. 자꾸 뭐 먹고 싶냐고 하길래

"카오슝 출신이자나. 아무거나 카오슝에서 유명한 거 먹자"

"카오슝 그런 거 없어. 엇 저기 파스타 88원 밖에 안한다. 저기 에어컨도 빵빵해"

"ㅡㅡ"

"내일 한국가도 먹을 수 있는 파스타를 굳이 여기까지 와서 왜 먹냐. 그럼 타이완 음식 아무거나 먹자"

그렇게 진짜 로컬스러운 식당으로 가 치킨 라이스를 먹었다. 먹으면서 이제 뭐하고 싶냐고 하길래 피곤해서 숙소에서 좀 자고 저녁에 다시 만나서 러브 브릿지 보러가자 그랬다. 거기는 야경이 유명하니까.



그랬더니 오토바이 타고 여기까지 왔는데 밥만 먹고 헤어지자고 하니 어이없어 하며 일단 그럼 여기서 러브브릿지 가까우니까 갔다가 헤어지자고 해서 가봤다.

항상 차타고 다니다가 스쿠터를 타고 도시를 둘러보니 새로운 느낌이다. 도시 자체가 너무 예쁘다. 작고 개성 있는 오래된 건물도 많고 아직 더워서 그런지 사람도 거의 없이 조용했다.


마을이 너무 예뻐 신이 난 나는 피로가 싹 사라졌다. 스쿠터를 타고 좀 가니 바다가 나온다. 이거였다. 타이중이 너무 예뻤는데 조금 모자란 느낌. 바다였다. 카오슝의 바다는 평화롭고 반짝반짝 거렸다. 한가롭게 낚시 하는 사람들. 숲을 지나가다 만난 원숭이들. 바다를 오가는 배들. 너무 낭만적이다.



이제 배를 타고 바로 앞에 있는 치잔으로 가보기로 했다. 내가 너무 흥분해서 좋아하니 이제 신디가 피곤한지.

"오빠 안 피곤해? 숙소에서 쉰다며"

하고 자꾸 물어본다. 그럴리가. 너무 좋다. 대만에서 제일 살아보고 싶은 도시다.

치잔은 캐나다 벤쿠버에 살 때 자주 갔던 그랜빌 아일랜드 같은 느낌이다. 여유롭고 아기자기한 건물들. 해변도 있다. 서핑도 한다. 대만에 이런 곳이 있다니. 대만의 매력은 어디까지일까. 내일 돌아간다니. 너무 짧다. 



치잔을 이곳저곳 스쿠터로 돌아보며 매력에 흠뻑 빠져 있으니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온다. 둘 다 스쿠터를 타고 있어 비가 오면 정말 낭패라 얼른 밟아 다시 숙소로 향했다. 다행히 숙소에 도착하기까지 비는 오지 않았다. 

신디에서 너무 고마웠다. 계속 피곤하다고 불평하던 나를 대만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을 구경시켜주고 숙소까지 데려다줬으니. 한국에 오면 꼭 이 은혜를 갚으리라 다짐을 했다. 



숙소에서 드디어 한 시간 정도 잠을 자고 아침에 만난 일본 멤버들이랑 야시장에 갔다. 대만에서 마지막 야시장이다. 간단히 요기를 하고 맥주 한병씩 사들고 숙소로 돌아와 이것저것 이야기를 했다. 대화의 주제는 당연히 여행이다. 내 여행얘기의 단골 주제 타지키스탄 이야기다. 타지키스탄은 경치도 좋고 사람들도 좋고 다 좋았지만 무엇보다도 같이 다닌 사람들이 너무 좋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타지키스탄에서 만난 일본친구가 이 숙소에 체크인을 하고 들어왔다. 참 사람일은 모른다. 

"야 타쿠야! 니가 여기 왠일이야"

"오오 넬리상! 대만여행하고 있었어요?"

이게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여행하는 사람들은 언젠가 어딘가에서는 마주치게 되어있다.

내가 여행을 끊을 수 없는 이유.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다시 나가려고 하는 이유.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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