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먹고 야스가 무서워하는 덩치 큰 개들을 만나기 전 또 다른 만남이 있었다. 숙소로 가는 골목으로 들어 가려는데 낯익은 여자애가 일본어로 말을 걸어왔다.
“엇 혹시 델리에서 호텔 빠얄에 묵지 않았었어요?”
기억났다. 야스랑 호텔 빠얄에서 침대에 멍하게 누워서 얘기하는데 일본남자들이랑 들어온 여자애다. 기억에 남는 이유는 일본어로 얘기하던 그 여자애는 태국사람이었다. 이름은 마루. 인도 여행 두달째. 앞으로 세달 정도 더 있을 계획이란다. 그리고 옆에 같이 있는 여자. 중국인 잉. 나는 말했다.
“우리 내일 창스파 쪽으로 숙소 옮길껀데 너네는 지금 어디 묵어?”
마루와 잉은 갑자기 흥분하며
“우리도 오늘 창스파에 숙소 잡았는데 진짜 완전 대박 좋아! 특히 마마가 너무 친절해! 방 두명이서 쉐어하는데 300루피야. 가격도 싸지?”
야스와 난 덩달아 흥분하며
“그 게스트 하우스 이름이 뭔데? 어떻게 찾아가면 돼?”
여자애들은 웃으며
“창스파 로드 길따라 쭈욱 걸어 올라가서 끝 부분이 나와. 거기서 왼쪽 골목으로 들어가면 돼. 그 골목 입구에 표지판이 있는데 한국어로 ‘마마네 집’이라고 적혀 있을 거야. 게스트 하우스 이름은 정확히 모르겠어. 발음하기 어려워 TS로 시작했는데. 짜루? 짜리? 짜바? 뭐 그런 이름이야”
그렇게 해서 아침 8시에 일어나서 짐을 싸고 TS 어쩌고 하는 게스트하우스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막상 창스파 로드로 가보니 생각보다 길이 길었고 굽이굽이 골목도 많았다. 그래서 무거운 배낭을 메고 찾아 다니기는 힘들어서 골목 입구에 가방을 놔두고 교대로 한 사람은 지키고 다른 한 사람은 숙소 찾기를 반복해서 한 시간 좀 넘게 걸려 간신히 찾았다.
숙소로 들어가니 너무너무 인상좋은 라다크 아주머니가 우리를 맞아 주셨다. 방을 보여주시곤 계속 아침 먹었냐고 물어보신다. 안먹었다고 하니 얼른 내려오라고 하신다. 1층 거실로 내려가니 마루와 잉이 있었다.
“잘 찾아왔네!”
꽤 고생해서 찾았지만 얘네들 만난 반가움이 먼저였다. 같이 아침을 맛있게 먹고 라다크 전통 가면 놀이 축제가 있다고 해서 다 같이 가봤다. 역시 라다크는 서남아시아인 인도라기 보다는 동북 아시아 느낌이 강했다. 우리 나라에서도 볼 수 있을 법한 색채랑 음악이었다.
아침부터 숙소 찾는다고 돌아다녔더니 너무 피곤해서 골아 떨어졌다. 생각하면 할수록 여기 게스트 하우스는 지금까지 인도에서 간 숙소 중에 가장 좋았던 거 같다. 싼 가격에 아늑하고 넓은 방에. 햇빛이 잘 들어오는 옥상에 위치해 있고 무엇보다 인상 너무 좋으신 주인 아주머니가 항상 미소로 밥은 먹고 다니는지 불편한 건 없는지 여쭤봐 주신다.
하지만 숙소에 와이파이가 없어서 와이파이가 있는 식당이랑 카페를 가야했다. 뭐 와이파이 없는 거쯤이야 중앙아시아에서 많이 경험했다. 그리고 몇 년 전 첫 장기 배낭여행 했을 때는 전자 제품을 하나도 안 가지고 다녔었다. 스마트폰도 노트북도 없었다. 숙소에 와이파이가 있던 없던 전혀 상관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좀 다른 것 같다. 게스트하우스에서 한자리에 사람이 모여도 같이 대화하고 놀기 보다는 각자 작은 스마트폰을 보고 있기 바쁜 것 같다.
아무튼 한참 돌아다니다 우연히 와이파이가 되는 식당을 발견해서 밥을 먹고 너무 좋은 우리방에서 하루 종일 뒹굴거리다 해가 졌다.
이거지. 인도는. 아무것도 안하는게 제일 잘하는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