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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세 곰파 가기

by nelly park

오늘은 좀 활동을 해보기로 했다. 어제 만난 태국인 마루랑 중국인 잉 그리고 내 동생 야스 넷이서 곰파 (티벳 불교의 절) 중에 가장 멋지다는 틱세 곰파로 가보기로 했다. 틱세 곰파는 다른 곰파들과 다르게 레 시내에서 떨어져 있어 레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로 1시간 정도 걸린다고 했다.



넷이서 숙소 아주머니가 해주시는 아침을 맛있게 먹고 집을 나섰다. 생각보다 집에서 버스정류장까지는 거리가 있었다. 걸어서 한 30분은 간 것 같다. 참 레는 버스정류장도 어떻게 이렇게 운치 있고 멋진지. 틱세 곰파행 버스를 1시간 동안 기다리면서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버스를 타니 우리빼고는 다들 인상 좋은 라다크 사람들. 우리가 먼저 ‘줄레’하고 인사하니 더 큰 미소로 ‘줄레’하고 답해주신다.



틱세곰파에 도착했다고 기사아저씨가 내리란다. 도착하니 휑한 황무지다. 옆을 보니 저 멀리 흰색 궁전같은 게 눈에 들어왔다. 설레임과 두근거림으로 발걸음을 때고 위로 굽이굽이 나있는 계단을 따라 한걸음 한걸음 발을 옮기기 시작했다.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보이는 틱세 곰파의 아름다움도 좋았지만 높은 곳에서 보이는 광활한 레의 모습이 더 인상적이었다. 하얀 바탕에 뾰족뾰족 솟아있는 나무들. 저 멀리에는 설산도 보이고 사람은 단 한명도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신나게 사진 찍기 시작했다. 넷이서 갔으니 열심히 넓적한 돌멩이를 찾아 그 위에 카메라를 놓고 타이머로 찍어 단체 기념사진도 몇장 건졌다. 한참을 걷다 지친 우리. 레 시내로 돌아가는 다음 버스까지 두 시간은 기다려야 했다. 히치 하이킹을 하고 싶었지만 지나가는 차도 없어 그냥 도로에 멍하게 앉아있다 버스를 타고 다시 레 시내로 돌아왔다.





숙소에 도착해 피곤해 기절했다 배가 고파져 밖으로 나왔는데 어떤 동양인 남자가 야스를 향해 손을 흔든다. 야스 고향 선배란다. 륜상이라고 부르는 이 친구는 나랑 동갑내기다. 일본에서 태어난 제일교포 3세였다. 이름은 전륭법. 일본에서 프로 축구선수였단다. 지금은 은퇴하고 새로운 삶을 살아보려고 모은 돈으로 세계 일주를 나왔단다. 더 놀라운건 제일교포 축구선수 정대세와 초중고 동창에 제일 친한 형이란다. 실제로 륭법이가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리면 정대세 선수가 자주 댓글을 달았다. 신기한 친구다.





이렇게 륭법이가 동행하면서 난 여행하면서 가장 특이한 조합의 그룹과 함께 하게 되었다. 한국인 나. 일본인 야스. 반일본인반한국인 (제일교포) 륭법이. 태국인 마루. 중국인 잉. 그리고 숙소에 같이 묵었던 이름이 기억 안나는 대만인까지.


왼쪽부터 륭법이, 야스, 마루, 나, 잉, 대만친구



다음날.


이제 레에서 다른 도시로 가는 도로가 닫히기 시작한단다. 레는 10월이 되면 눈이 와서 다른 도시와의 교류가 거의 끊어진다. 그래서 그런지 숙소는 계속 정전이 이어지고 온 도시에 와이파이가 되는 곳을 찾기 힘들어졌고 따뜻한 물을 쓸 수가 없었다. 방에서는 촛불을 켜고 생활했고 추워서 가지고 있는 옷을 다 껴입고 자고 와이파이 되는 곳을 찾아 헤메기 시작했으며 온수가 아님 얼어 죽을 것 같아 고양이 세수로 매일매일을 보냈다. 그래도 레를 떠나기는 싫었다.



정말 어쩔 수 없었다. 레에서 마날리로 가는 도로가 모레면 닫힌단다. 그전에 나가는 수 밖에 없었다. 눈물을 머금고 마날리 행 티켓을 끊었다. 마날리를 나갈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라 단 1루피도 흥정이 안됐다. 슬프지만 이제 레를 떠난다.


배고프다 다 내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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