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날리에서의 생활은 예상대로 바쉬쉿에서의 그것과 큰 차이가 없었다. 달라진게 있다면 야스와 둘이서 맨날 뭐할까 하던거에서 륭법이와 카나짱까지 넷이서 뭐할까 고민하게 됐다는거 정도였다.
둘보다 넷이서 고민하는 건 확실히 재미있었다. 더 많은 얘기를 할 수 있었고 카드 게임을 해도 더 재미있었다. 밥을 먹어도 좀 더 다양한 것을 먹게 되고 좀 더 멀리까지 걸어보기도 했다.
넷이서 마날리 자연공원을 가봤다. 입장료가 5루피인데 입구에는 지키는 사람이 없다. 괜히 찔렸지만 륭법이가 전에도 갔었는데 아무도 머라고 하는 사람 없다 그래서 그냥 들어갔다. 흙먼지가 짙은 갈색의 인도가 익숙한 우리에게 새초록빛 이 공원은 또 다른 세계였다. 우선 공기가 너무 달랐다. 날씨도 다른 곳과는 달리 서늘하고 시원한 폭포소리와 새소리가 있었다. 이 초록색 신세계를 마음껏 만끽하고 출구로 나가니 지키는 사람들이 있었다. 당황해서 이거 어떻하지 그러니 륭법이가 말했다.
“괜찮아. 우리는 외국인이니깐 영어 못하는 척 하면 돼”
영어 못하는 척은 내가 또 기가 막히게 잘한다. 그래서 당당하게 앞으로 나갔더니 검사하는 사람들은 우리를 본체 만체 했다. 음 좀 허무하지만 그래도 즐거웠다.
이렇게 이틀 그리고 삼일이 지나가고 반가운 연락이 왔다. 몇 달 전에 호주 다윈에서 바텐더로 같이 일했던 스웨덴 여자애 제니카가 마날리에 있단다. 그 친구도 참 히피같은 친구였다. 맨날 심심하면 둘이서 여행얘기하고 태국이 이렇고 인도가 저렇고 얘기하면서 떠나고 싶다고 얘기했었는데 막상 이 넓은 인도에서 이렇게 딱 마날리에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점심 약속을 하고 숙소 바로 앞 식당에서 만났다. 너무 반가워 서로 얼싸안고
“잘 지냈어?”
라는 인사말로 시작해서 그 동안 있었던 일들, 여행이야기를 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적어도 5시간 정도는 수다를 떨다 오늘 마날리 클럽에서 클로징 파티가 있다고 해서 거기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숙소로 가서 한숨자고 륭법이와 야스랑 셋이서 어둠을 뚫고 한 시간 정도 뱅글뱅글 돌며 헤매며 간신히 클럽을 찾았다. 왜 인도인들은 길을 물어보면 모르면 모른다고 하면 되지 일단 알려주는 걸까. 왜 세 사람한테 물었는데 확신에 찬 눈빛으로 셋 다 다른 곳을 가르쳐주는 걸까. 덕분에 열심히 땀 흘리며 남자 셋이서 달밤에 운동했다.
그렇게 열심히 찾아간 클럽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우리가 너무 일찍 왔나 해서 입구 옆에 있는 광장 한쪽 구석에 엉덩이 깔고 앉아 셋이서 카드 게임하며 사람이 차길 기다렸다. 그렇게 한시간 정도 게임하고 있으니 사람들이 조금씩 오기 시작한다. 실망스럽게도 인도인 남자들만 잔뜩 오기 시작했다. 제니카는 다른 클럽 어딘가에서 먼저 놀고 있다고 연락이 오고 11시가 되도록 오지 않았다. 인도의 어두운 밤 11시는 생각보다 안전한 시간이 아니다. 그래서 우린 일단 숙소로 후퇴하기로 했다. 제니카는 그날 술 먹고 기절해서 그 다음날 오후 5시에 일어났다고 한다.
그렇게 특별히 하는 일도 없이 마날리에서의 4일이 흘렀고 떠날 때가 온 것 같았다. 바쉬쉿이랑 마날리에 열흘 정도 머물렀는데 사진은 고작 20장 남짓 찍은 것 같다. 정말 푸욱 잘 쉬다 간다.
안녕 마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