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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lly park Feb 27. 2021

나 홀로 신주쿠에서의 긴 밤 2

신주쿠

게이바에 혼자 들어와도 정신만 차리면 된다. 그래서 내가 물었다.


“이 근처에 남자 말고 여자가 많은 바(bar)는 없어?


이 친구는 당황하더니


“Are you straight? (동성애자가 아니야?)”


그래서 그렇다고 했더니 너무 실망한다. 그리고 이 친구는


“나는 게이바 밖에 안 다녀서 이 근처에 있는 게이 바밖에 몰라. 괜찮으면 같이 갈래?”


단호히 거절하고 밖으로 나와 다시 가방을 꺼내 들쳐 메고 근처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진짜 게이, 레즈비언 바 밖에 없다. 당황한 나는 편의점에 들어가 이성애자로 보이는 점원에게 물었다.


“여기 게이바 말고 일반 술집은 없나요?”


그랬더니 여기는 게이바 밖에 없단다. 어떻게 찾아와도 운 없게 게이바 거리로 들어왔을까. 그렇게 다시 배낭을 메고 불빛이 많은 곳으로 한없이 걷기 시작했다.


또 30분 정도 이곳 저곳 헤맸던 것 같다. 지하에서 경쾌한 음악이 들리기 시작한다. 한번 들어가볼까 하고 입구 계단에서 한 발자국 내디뎠더니 문에서 흑인이 나온다.


“여기 입장료 1000엔이에요. 이 티켓 가져가면 프리 드링크 한잔 줄 거에요”


유창한 일본어다. 또 일찍 문 닫을까 봐 몇 시까지 하냐고 물으니 아침 10시까지는 한단다. 여기구나. 여기서 술 한잔하며 첫차시간까지 시간이나 때우자. 


문을 열고 들어가니 대부분 흑인들에 일본인은 두명 정도 있다. 많이 걸어서 목이 마른 나는 일단 바에 앉아 프리 드링크 티켓으로 레드불 보드카를 시켜서 목을 좀 축였다. 그리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 일본에서는 아직 술집에서 흡연이 가능하다. 큰 가방을 메고 들어온 내가 궁금했는지 바텐더가 묻는다.



“여행 갔다 오시나 봐요”


그래서 나는 한국 사람이고 오늘 일본 도착해서 첫차시간까지 시간 때우려고 왔다고 하니


“여기 한국사람 왔어요”


하고 외친다. 춤을 추던 모든 사람들이 나도 일어나서 같이 춤추자고 한다. 그러기엔 피곤하기도 하고 아직 술도 안마셔서 너무 정신이 멀쩡했다. 그러다 목이 말라 맥주 한 병, 두 병 마시다 음악도 내가 좋아하는 노래가 나와 나도 어울려 춤추기 시작했다. 그렇게 조금 놀다 보니 어느덧 다섯 시가 다 되간다.


얼른 가방을 챙겨 나와 신주쿠역을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 신주쿠 길도 모르고 지도도 없고 무엇보다 길치인 나에게 신주쿠역 찾기는 너무 힘들었다. 지나가다 신주쿠역을 몇 개 발견하긴 했지만 아사가야 역으로 가는 쇼부센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30분을 헤매다 사람들에게 물어 물어 몇번이고 확인한 후에 아사가야 행 전차에 올라타고 그리고 10분 정도 후 내렸다. 시간은 5시 40분. 너무 미안하지만 사토시상을 깨울 수 밖에 없었다. 역에 있는 공중전화를 찾아 전화했다.



“아사가야역에 도착했어요. 역 맞은편 버거킹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그리고 5분 후 잠이 덜 깬 얼굴로 터벅터벅 걸어오는 사토시상이 보인다. 3년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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