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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낭만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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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lly park Mar 01. 2021

나름 낭만적이었던 벚꽃놀이

니시 타치카와

3년만에 만난 사토시상. 변하지 않았다. 조금 피곤해 보이는 정도다. 아사가야역에서 사토시상 집까지는 걸어서 5분 정도 거리. 홍대의 우리 집보다는 조금 큰 정도의 깨끗한 방이었다. 내가 일본에 오기 전부터 사토시상은 말했었다.



“우리집 엄청 좁아. 그리고 이불도 없어서 혹시 여기서 머물려면 침낭 가져와야 해 괜찮겠어?”


그래서 침낭을 가져왔다. 사토시상은 이불을 펴고 나는 그 옆에 침낭을 펼치고 가지고 온 옷 몇 개를 겹쳐서 베개를 만들었다. 자기 전에 화장실 좀 쓴다고 일어났더니 사토시상이 말한다.



“우리 집은 룰이 있어. 소변볼때 앉아서 봐야 해”


나는 황당해서 되물었다


“왜요??????”


그러자 사토시상은 멋쩍어하며


“튀거든….”


그렇게 소변을 보고 자리에 누웠더니 사토시상이 묻는다.


“혹시 자고 일어나서 하고 싶은 거 있어? 가보고 싶은 곳은 없어?”


그래서 나는


“이번이 세 번째 도쿄 오는 거라 웬만한 곳은 다 가봤어요. 그냥 벚꽃 시즌이니까 벚꽃이나 보러 갈까 생각했었어요”


그러자 사토시상은 기다렸다는 듯이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내 친구 여자애가 결혼했거든. 그래서 그 여자애 부모님이랑 걔 남편 부모님이랑 다 같이 벚꽃놀이 가자는데 같이 가자”


‘응????????????’


사토시상 친구의 남편과 그 가족들이 벚꽃놀이 가는데 나도 같이 가자고? 거기다 사토시상도 그 여자분만 알고 다 모르는 사람이라고? 이게 가능한 조합인가?


“그래서 내일 낮 12시까지 가야 하니까 일찍 일어나야 해. 얼른 자자”


그 말을 하는 시간이 벌써 아침 7신데 여기서 벚꽃놀이 하는 공원까지는 1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니 지금 자도 3시간 좀 넘게 잘 수 있겠다. 나 술도 먹고 밤새 신주쿠 걸어 다닌데다 지금 26시간째 깨어있는 상탠데? 하는 생각하다 잠이 들었다.


그리고 조금 있다 사토시상이 나를 깨운다. 시간은 11시.


“너 잘자요 하고 3초후에 코골길래 장난치는 줄 알았어. 얼른 준비하고 나가자”



그렇게 3시간 좀 넘게 자고 서둘러 준비해서 나갔다. 여행의 즐거움이 피곤함을 이긴 건지 다행히 그렇게 피곤하진 않았다. 한 시간 좀 덜 걸려 도착한 니시타치가와역. 410엔이라는 거금의 입장료를 내고 공원 안으로 들어갔다. 생각보다 쌀쌀한 날씨에 하늘은 흐리다. 벚꽃은 생각보다 많이 피어있지 않았다.



길을 따라 걸어가 큰 공터에 도착했다. 굳은 날씨에도 많은 커플들과 가족들이 도쿄의 봄을 즐기고 있었다. 거기서 사토시상의 친구 시노짱 가족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사토시상도 다른 사람 얼굴은 모르고 시노짱 얼굴만 안단다. 나는 시노짱의 얼굴도 모른다.



“시노짱은 키가 완전 완전 작아. 그리고 아마 시노짱 부모님은 나이가 꽤 있다니까 아마 머리가 벗겨졌을 거야. 난쟁이와 대머리가 같이 있는 7명 그룹을 찾자”



그렇게 30분 넘게 찾아 다니고 몇 번이나 전화를 하고 메시지를 보냈지만 읽지도 않는다. 그래서 포기하고 그냥 벚꽃나무 밑에 앉아 둘이서 맥주나 한잔했다.



“나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일본인 가족을 만나서 일본 문화 체험을 시켜주려고 자고 있는 너를 깨워서 1시간이나 걸려서 여기 왔더니 만나지도 못했네. 그냥 돌아가자 춥다”


그래서 다시 전철을 타고 돌아오는데 시노짱에게 전화가 왔다. 날짜를 착각했단다. 내일 벚꽃놀이 가는 걸 오늘로 알고 약속을 잡았단다. 지금은 일하고 있어서 전화도 못 받고 메시지도 못 봤단다. 


이건 뭐지. 만우절 거짓말인가. 덕분에 잠도 못 잔데다 추운데 열심히 걸어 다녀서 두배로 피곤하다.


존재하지도 않는 사람을 찾아 다니다니 이번 일본 여행도 참 다이나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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