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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lly park Mar 04. 2021

아카하바라에서의 재회

아키하바라

아침부터 잠도 못 자고 존재하지도 않는 사람을 찾아 다니다 힘들어 일단 다시 아사가야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서 커피한잔하며 옛날 사토시상이랑 같이 여행했던 중앙아시아 사진을 보며 추억에 젖어 한참 이야기하다 사진을 받고 싶어서 전자상가가 모여있는 아키하바라로 가서 USB를 사기로 했다. 그리고 옛날 내가 게스트하우스에서 일할 때 만난 일본 동생 이레에게서 연락이 와 다 같이 아키하바라에서 만나기로 했다.


15년 전 아키하바라에 와본 적이 있다. 당시 전차남이라는 일본 드라마를 보고 오타쿠라는 말을 처음 알게 되었다. 그리고 실제로 이곳을 방문했을 때는 충격 그 자체였다. 진짜 드라마에서처럼 게임이나 에니메이션 캐릭터 코스프레를 한 사람들이 거리를 아무렇지 않게 돌아다니고 그 캐릭터들을 좋아하는 오타쿠들은 큰 안경을 끼고 체크셔츠에 통이 넓은 바지를 입고 자기들이 좋아하는 캐릭터 앞에 서서 행복하게 웃고 있었다. 



15년이 지난 지금. 생각보다 코스프레를 한 사람들과 오타쿠들은 보이지 않았다. 밤이라 그런지 쌀쌀한 날씨 때문인지 아니면 오타쿠들도 세련되게 패션을 바꾼 건지. 조금은 다른 분위기였다. 그래도 건물 곳곳에 붙어 있는 캐릭터들의 사진들은 아키하바라에 온 걸 느끼기에 충분했다.



이레에게서 연락이 왔다. 요도바시 전기상 옆에 있는 빵집앞이란다. 열심히 요도바시 전기상까지 걸어가서 빵집 앞에 갔지만 이레는 없다. 빵집 안을 들어가봐도 앞을 어슬렁거려도 도저히 없다. 그리고 또 이레에게서 연락이 왔다.


‘빵집 간판 바로 밑 인도인 옆에 있음’


인도인이라고? 인도인 같이 생긴 사람을 무작정 찾아 다녔지만 이레는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빵집 안으로 들어가 혹시 체인점 같은 게 있냐고 물어보니 길 건너에 또 있단다. 아차하고 길 건너려고 하니 이레가 걸어온다. 드디어 만났다. 이번 여행은 참 쉬운 일이 없다.



사토시상이 제안한다.


“이 근처에 세계 일주한 사장님이 차린 카페 겸 술집 한번 가볼래? 거기가면 여행자들 많이 모여 있어. 저번에 한번 가봤는데 분위기도 괜찮고 좋더라”


그렇게 사토시상을 따라 열심히 걸어서 도착한 가게


‘리모델링 중. 일주일 후 재 오픈’


역시 쉽지 않다. 그래서 그냥 근처에 맛있어 보이는 가게로 대충 들어갔다.


역시 일본 음식은 맛있다. 이름은 정확히 모르겠지만 이것저것 시켜 맥주와 함께 먹었다. 이레는 아까부터 남자친구가 생겼다고 난리다. 사귄지 3개월 정도 됐는데 우리에게 사진을 보여주며 계속 자랑한다. 보기 좋다. 이 마음 변치말고 쭈욱 이쁜 사랑하길 바란다.



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요코하마에 사는 이레의 막차 시간에 맞춰서 10시쯤 전철을 탔다. 중간에 이레는 환승 때문에 내려야해서 작별 인사를 하고 헤어지고 우리는 다시 아사가야 집으로 돌아왔다.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비 내리는 도쿄는 왜 그렇게 또 아름다운지.



너무 피곤하다. 또 눕자마자 코 골며 잠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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