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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낭만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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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lly park Mar 05. 2021

시모키타자와 쇼핑

시모키타자와

평화로운 아침이다. 어제는 너무 피곤해서 못 느꼈지만 역시 매트리스가 아닌 맨바닥에 방석 몇 개 깔고 그 위에 침낭을 펴고 그 안에 들어가서 자니 허리가 아팠다. 그래도 그것 때문에 깼다기 보다 원래 일 때문에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는 게 습관이 되어 버렸는지 생각보다 일찍 눈을 떴다.


“넬리야 아침 뭐 먹을래?”


사토시상이 묻는다. 그래서 그냥 집 앞 편의점 가서 벤또나 사먹자고 하니 또 묻는다.


“너 나또 좋아해?”


나는 나또를 아주 좋아한다. 한국에서 일본 카레집을 가면 꼭 나또를 토핑해서 먹을 만큼 좋아한다. 그랬더니 요리를 해주겠단다.


“식빵에 나또 올려먹자! 어때?”


이건 또 뭐야. 나또랑 밥이랑만 먹어봤지. 빵이랑 나또랑 먹는다고? 그래서 평소에 그렇게 자주 먹냐고 물어보니


“나도 이렇게 처음 먹어봐. 먹어보자”



그렇게 나또 토스트랑 모닝 커피를 한잔했다. 생각보다 나또 토스트는 맛있었다. 아마 다른 사람들은 별로 안 좋아할 듯하다. 내가 워낙 나또를 좋아하니 맛있게 느껴졌을 것 같다. 식사를 마치고 좀 쉬고 있으니 사토시상이 옷장을 열고 뭔가 주섬주섬 꺼낸다.


“혹시 이 옷 입을래? 너 일할 때 입으면 될 것 같은데? 우리 회사에서 만드는 옷인데 나는 항상 공짜로 받으니까 필요없고 너 입어”


진한 파랑색 니트랑 아이보리색 가디건 그리고 빨강색 체크 무늬 목도리다.


“아 이 목도리는 아직 회사에서 출시 안한거라 지금 입지 말고 내년 겨울에 입어. 이거 준거 걸리면 나 큰일나니깐”


입어보니 사이즈가 딱이다. 아직 태그도 붙어있는 새 옷이다. 태그를 보니


‘응? 29000엔?’


한국돈으로 29만 원짜리 옷을 두 개나 받았다. 너무 비싸서 안받는다니 괜찮다고 가져가란다. 생각지 못한 득템. 원래 브랜드나 비싼 옷을 안 입는 나는 의도치 않게 내가 가진 모든 옷 중 가장 비싼 옷을 일본에서 얻게 되었다.


오늘 밤 비행기로 한국으로 가야해서 짐을 다 챙겨서 밖으로 나왔다. 짧지만 정들었던 사토시상 집에 인사를 하고 길을 나섰다. 도쿄는 생각보다 추워서 일단 구제옷 집에서 후드 티 한장을 싸게 사고 싶었다. 10년 전 도쿄에 왔을 때 갔던 시모키타자와에 다시 가보고 싶었다. 당시 시모키타자와는 구제옷의 천국이었다. 벽에다 아무렇게 옷을 걸어놓고 팔고 있고 사람들의 패션도 뭔가 달라보였다.



설레는 마음으로 시모키타자와로 가서 이곳 저곳 구제옷을 둘러보았다.


“요즘 시모키타는 유명해져서 구제옷 가게가 좀 비싸”


사토시상이 말한다. 진짜 사토시상 말대로 다양한 옷이 있지만 생각보다는 조금 비쌌다. 그래도 조용한 분위기에 뭔가 톡특한 맛이 있는 것은 예전과 변하지 않았다. 여기는 생각보다 가격이 비싸서 차라리 하라주쿠로 가기로 했다. 디자이너인 사토시상이 예전에 옷 만들 때 하라주쿠에 있는 구제 옷집에서 대량으로 옷을 사서 디자인을 했었단다. 다시 전철을 타러 갔다.


“여기서 얼마 안걸려 한 10분? 요요기역까지 두 정거장 가서 환승해서 또 한 두정거장만 가면 돼. 총 4정거장 정도?”


그렇게 전철을 탔다. 두 정거장만 가면 되는데 전철은 도저히 멈출 생각을 않는다. 이상하다 싶어 전철맵을 보니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다. 거기다 급행이라 도중에 내려서 다시 탈 수도 없다. 그렇게 우린 30분 걸려 도쿄 끝자락에 있는 신유리가오카 역에 내린다. 다시 하라주쿠까지 가려면 40분 걸리겠지. 10분이면 갈 하라주쿠를 70분에 걸려서 간다. 



이번 여행은 정말 쉬운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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