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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lly park Mar 07. 2021

중앙아시아 여행 멤버들과의 재회

도쿄

내가 이번에 일본에 온 가장 큰 이유. 


중앙 아시아를 같이 여행했던 멤버들을 만나는 날이다. 여행을 좋아하는 나에게 사람들은 자주 묻는다.


“지금까지 여행지 중에 어디가 제일 좋았어요?”


그럴 때마다 나는 항상 똑같은 대답을 한다.


“내 20대 최고의 여행지는 타지키스탄이었어요. 근데 다시 가라고 하면 못 갈꺼같아요”


그만큼 즐거웠지만 고생도 많이 했다. 아마도 이렇게 아름다운 나라를 같이 고생하며 여행한 이 멤버들 덕분에 내 기억에 더 남는게 아닌가 싶다. 타지키스탄 멤버는 아키, 사토시상, 나츠코, 타쿠야 그리고 나 이렇게 일본인 네명과 한국인 나까지 총 다섯명이다. 항상 생각했었다. 과연 죽기전에 이 멤버 다 같이 한번 볼수 있을까 하고.


아키는 나와 타지키스탄에서 헤어져 육로로 이동하며 아프리카까지 여행을 마치고 지금은 캐나다에서 브라질 와이프와 결혼해 이쁜 딸을 낳고 살고 있다. 나츠코는 타지키스탄 이후 3년 동안 계속 세계일주 중이었고 타쿠야도 그 이후 2년동안 세계일주를 하다 지금은 일본에서 일을 하고 있고 사토시상은 타지키스탄에서 비단길을 따라 터키까지 여행을 마치고 지금까지 일본에서 디자인 일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이후 혼자 중앙아시아 루트에서 떨어져 인도로 비행기로 날라갔다 인도와 동남아시아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서 일을 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나츠코에게서 연락이 왔다.


“아키가 캐나다에서 잠깐 일본 들어온대. 나도 여행 마치고 곧 일본 들어가. 넬리 너 일본 올 수 있어? 오랜만에 다 같이 한번 모이자”


그래서 이번 기회가 아니면 평생 볼 기회가 없을 수도 있겠다 싶어 나도 도쿄로 오게 되었다. 도쿄에 다른 친구들도 많지만 이번엔 오직 이 멤버를 만나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여기까지 날라온 것이다.


도쿄로 온 다음날 바로 모이고 싶었지만 각자 사정이 있었다. 아키는 와이프와 애기를 데리고 일본에 와서 애 본다고 시간을 빼기 힘들고 나츠코는 너무 오랜시간 동안 여행하면서 차가운 바닥에 자주 앉아 치질에 걸려 병원 검사. 그리고 놀랍게도 타쿠야는 어제 결혼 했단다. 그래서 어쩔수 없이 나를 위해 3일 연속 휴가를 받은 사토시상과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3시까지 신주쿠에 있는 위구르 레스토랑 앞”


약속 장소와 시간이 정해졌다. 일본에 단 하나밖에 없는 이 레스토랑에서는 우리가 중앙 아시아를 여행할 때 거의 맨날 먹었던 라그만 이라는 음식을 판다. 오랜만에 만나서 추억에 젖기에는 이만한 곳이 없는 것 같다. 


3시까지 가려면 얼른 하라주쿠로 가서 옷을 사고 다시 신주쿠로 넘어가야 하는데 전철을 잘못 타서 10분이면 갈 하라주쿠를 70분 걸려서 도착했다. 하라주쿠는 10년 전에 왔을 때 특이한 패션을 한 사람들이 집합 한 곳이라고 기억한다. 그리고 진짜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그 유명한 타케시타 도오리 (타케시타 길)를 지나갔던 걸로 기억한다. 


역시나 타케시타 도오리에는 지금까지 본 적도 없는 많은 수의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사토시상의 단골 구제옷집은 여기를 가로질러 가야 빨리 도착하는데 할 수 없이 조금 돌아가기로 했다. 



지하에 있는 이 구제옷집은 생각보다 꽤 규모가 컸다. 그리고 들어가자마자 내가 딱 원하는 디자인과 사이즈에 가격까지 적당한 옷을 찾았다. 시모키타자와를 그렇게 돌아다녀도 없더니 가게에 들어가자마자 사고 싶은 옷을 찾아서 바로 샀다. 3시까지는 시간이 촉박해 얼른 다시 전철을 타러 갔다. 그러자 아키와 나츠코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애가 자꾸 울어서 좀 재우고 가느라 한 시간 늦을 것 같음”


“병원 검사가 생각보다 늦게 끝나 한 시간 늦을 것 같음”


괜히 서둘렀다. 아침으로 나또 토스트만 먹고 아무것도 못 먹은 우리는 일단 신주쿠에 도착해 간단하게 츠케우동을 먹었다. 메밀소바처럼 면과 육수가 따로 나와 찍어먹는 건데 생각보다 너무 맛있었다. 아마 배가 고파서 더 그랬을 것이다.



위구르 식당 앞에 도착하니 타쿠야 혼자 기다리고 있다. 여행하다 만난 덥수룩한 수염의 타쿠야가 말끔해졌다. 반갑다. 이어서 아키와 나츠코도 도착한다. 



각자의 삶은 그때와 많이 달라졌지만 변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들 그대로다. 내 여행 최고의 멤버들과의 재회. 3년이 지났구나 벌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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