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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lly park Mar 09. 2021

중앙아시아 여행 멤버들과의 재회 2

도쿄

중앙 아시아 멤버 아키, 나츠코, 타쿠야, 사토시상


정확히 아키와 난 중국과 키르기즈스탄의 국경 도시 카슈가르에서 처음 만났다. 중국여행을 한달 동안 하면서 처음 만난 일본인이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카슈가르에서 다시 중국 남쪽의 윈난성을 여행할 생각이었지만 아키와 함께 국경을 넘어 중앙아시아로 가게 되었다. 아키는 내가 아는 모든 여행자 중 가장 파란만장한 여행 이야기와 여행 실력을 가지고 있는 친구다.



아키는 사진 전문 대학을 졸업했다. 그리고 알바로 카누와 트레킹 그리고 페러글라이딩 조교를 했었다. 지금은 취미로 암벽타기를 할 정도로 여행에 최적화 된 친구다. 처음 아키는 알바로 모은 돈으로 호주 워킹 홀리데이를 가게 되었다. 외국생활이 처음인 아키는 영어를 배울 생각이 아예 없었다. 여기서 돈이나 모아야지 할 생각으로 열심히 식당에서 접시 닦는 일을 했었다. 거기서 만난 마음씨 좋은 프랑스 할아버지 셰프에게 어깨 넘어로 요리도 배우고 영어도 배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호주에서 모은 돈으로 유럽을 여행하고 남은 돈으로 스페인어나 좀 배우자 하고 스페인에서 3개월동안 스페인어를 배우다 이제 돈이 거의 다 떨어질 때쯤 학원에서 만난 그리스 아주머니.


“혹시 요리 좀 할 줄 알아?”


그래서 요리 할 줄 안다고 하니 그 그리스 아주머니는 그리스의 큰 호텔에서 부지배인을 하고 있단다. 그렇게 아키는 그리스의 호텔에서 셰프로 일하게 된다. 손재주가 좋은 아키는 오리엔탈 파트의 헤드셰프를 맡게 된다. 호텔에서 숙식도 해결되고 호텔에서 일을 하다보니 꽤 큰 돈을 모은 아키는 6개월 동안 모은 돈으로 스페인어도 할 줄 알겠다 이번엔 남미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1년 동안 남미에 있는 모든 나라를 하나도 빠짐없이 여행하고 모은 돈을 다 쓴 아키는 이제 슬슬 돌아가야 하는구나 하는 순간에 아르헨티나에서 일본인 부부를 만나게 된다.


“저희는 지금 캐나다에서 정원을 크게 하는데 거기서 일해 볼 생각 없어요?”


그렇게 또 아키는 남미에서 바로 캐나다로 떠나게 된다. 정원에서 2년 동안 열심히 일하며 돈도 모으고 브라질 여자친구도 만나 결혼까지 약속하게 된다. 결혼하기 전 마지막으로 여행을 결심하고 일본에서 비행기 없이 아프리카까지 갈 계획을 세우고 일본에서 배로 한국으로 그리고 한국에서 다시 배로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으로 들어가 몽골과 중국을 여행하다 나를 만난 것이다. 아키는 지금 80개국 정도를 여행했다고 한다.



우리 멤버 중 유일한 여자 나츠코. 나츠코는 여행을 하기 위해 열심히 오키나와의 바(Bar)에서 돈을 모았다고 한다. 당시 은행에 가서 돈을 저금 하는 게 귀찮았던 나츠코는 집에 현금으로 차곡차곡 모았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날 오키나와에 태풍이 와서 오키나와에 홍수가 났다고 한다. 엄청난 파도가 집까지 닥쳐 눈앞에서 현금 2000만원이 흘러 가는 걸 봤다고 한다. 다행히 나츠코는 살아 남았지만 결국 다시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렇게 2년을 다시 돈을 모아 여행을 나와 3년 동안 90개국을 여행하고 일본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타쿠야는 원래 컴퓨터 프로그래머였다. 첫 여행을 세계 일주로 나온 타쿠야는 수염 덥수룩한 외모와 세계일주 중이라는 타이틀과는 달리 여행 초보였다. 다른 멤버들과 달리 여행 하는 목표는 단 하나. 블로그를 쓰기 위해서이다. 이런 일화도 있었다. 어느날 키르기즈스탄에서 다 같이 이쉬쿨이라는 러시아의 바이칼 호수에 이어 세계 두 번째 투명도를 자랑하는 호수에 다 같이 가게 되었다. 그러자 타쿠야는 묻는다.


“거기 와이파이 돼?”


거기는 시골이라 아마 숙소에 와이파이가 없을 거라고 하니 자기는 블로그 써야 한다고 안간다고 한다. 황당하지만 그렇게 타쿠야만 빼고 다 같이 다녀왔을 정도였다. 그래서 우리가 물었다.


“그럼 여행하다 노트북 잃어버려서 블로그 못쓰게 되면 어떻할꺼야?”


그랬더니 타쿠야는 단호한 표정으로


“그럼 여행 중단하고 다시 일본으로 돌아갈꺼야. 여행하는 의미가 없자나”


그래서 타쿠야의 별명은 블로그 소년이다. 그렇게 여행 초보였던 타쿠야가 아프리카와 남미여행까지 마치고 지금은 꽤 단단해진 느낌이다.



사토시상의 스토리는 생각보다 없다. 나와 띠동갑인 사토시상은 여행 내내 분위기 메이커였다. 디자인 일을 하며 자기 브랜드까지 런칭했었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이곳저곳 여행을 다녔다고 한다. 이번 여행 테마는 비단길을 따라 여행하기로 하고 중국에서 시작해 터키까지 갔다왔다고 한다. 이번에 사토시상이 키르기즈스탄에서 아키와 나를 처음 만났을 때 썼던 일기를 읽어줬다.


“옥상에 올라갔더니 이상한 레게 머리한 놈(나)이랑 빡빡머리 놈(아키)이 바지만 입고 돌아다니면서 좋다고 히히덕 거리고 웃고 있다. 쟤네들이랑은 절대 친하게 안지내야지”


그리고 한달 뒤 일기는 정반대의 일기가 쓰여있었다.


“아키는 여행을 정말 잘한다. 계획도 잘짜고 정보력도 엄청나다. 협상에도 뛰어나고 재밌는 친구다. 넬리는 한국인인데 영어와 일본어까지 완벽하게 하는 천재다. 그리고 말을 조리있게 잘한다”


이렇게 전혀 다른 목적과 방법으로 여행을 떠난 사람들이 키르기즈스탄에서 만나 타지키스탄까지 중앙아시아를 두 달 동안 여행한 것이다. 그리고 내 20대 마지막 생일을 축하해준 친구들이기도 하다.



여행자들끼리 만나서 이야기를 시작하면 며칠밤이 지나도 끝나지 않는다. 특히 몇 달동안 같이 여행한 사람들을 만나면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라그만과 맥주를 시켜서 떠들다 조용한 레스토랑에 민폐를 끼치는 것 같아 우리만의 공간이 있는 이자카야로 옮겨 또 이야기를 시작한다.



여행 내내 죽자사자 했던 카드게임 다이후고도 오랜만에 한다. 애 보느라 잠을 많이 못잔 아키는 술 먹다 먼저 쓰러져 잔다. 아키가 애 아빠라니. 어리버리했던 타쿠야가 결혼을 했다니.



그렇게 4시부터 10시까지 쉬지 않고 마셨다. 다들 막차 시간 때문에 전철을 타고 작별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평생 못 만날 줄 알았던 친구들을 만나니 너무 즐거웠다. 또 만날 수 있길. 한국이든 일본이든 캐나다든 아니면 언젠가 다시 각자 여행하다 길 위에서 만날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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