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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낭만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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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lly park Apr 24. 2021

비엔티안으로

비엔티안

한국에서 바쁘게 일하면서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누워 있었던 동남아의 생활이 그리워 지기 시작했다. 무언가를 굳이 하지 않아도 그곳에 머물면서 모르는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또 친구가 되고 같이 밥도 먹고 술도 한잔하며 아무런 계산이 없는 또 긴장감도 없는 그래서 진짜 나일 수 있는 그 곳. 그곳의 끈적끈적한 공기가 그리웠고 냄새가 그리웠으며 사람들의 앵앵거리는 말도 그리웠다.


마침 짧은 휴가가 생겨 동남아로 가기로 했다. 사실 태국으로 가고 싶었다. 내가 여행하면서 가장 많이 갔던 곳 태국 방콕. 거기엔 잘 곳도 있고 단골 주스 가게도 있고 아침마다 먹는 국수집도 있었다. 그렇게 비행기표를 알아보니 태국행 티켓은 생각보다 비쌌고 라오스 비엔티안행 티켓이 너무 싸게 나와서 라오스로 가기로 했다.


사실 라오스도 이미 세번째 여행이라 가볼 곳은 거의 다 가봤다. 그리고 여행하면서 방콕 빼고는 웬만하면 그 나라의 수도는 잘 안가는 편이라 지난 두 번의 라오스 여행 동안 비엔티안은 스쳐만 가곤 했었다.


그래서 생각한 두가지의 루트. 비엔티안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야간 미니벤으로 바로 방비엥으로 가서 쉬다 다시 비엔티안으로 돌아와 잠깐 둘러보다 한국으로 갈지. 아니면 하루 비엔티안에서 머물고 다음날 국경을 넘어 태국 농카이에서 보내다 돌아갈지. (비엔티안에서 태국 농카이까지는 길게 잡아 한 시간 걸린다.) 이렇게 비엔티안에서 뭔가 하겠다는 계획은 없었다.


저녁 8시 25분 비행기라 퇴근하고 바로 인천으로 가서 공항에서 좀 쉬다 비행기에 올라탔다. 인천에서 라오스 비엔티안까지는 5시간. 라오스와 한국의 시차는 2시간이라 공항에 도착하면 현지 시간으로 밤 11시 25분. 이민국을 통과해도 넉넉잡고 12시쯤이면 도착 예정이었다. 2년 반만의 동남아 여행이라 설레는 마음에 비행기에 올라타서 출발 시간만 보고 있는데 갑자기 안내방송이 나온다.


“지금 공항 신호대기로 1시간 정도 비행이 지연되겠습니다. 이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러면 도착하면 새벽 1시쯤 되겠다. 비행기 안에서 시간도 많으니 혹시나 비엔티안에 자야한다면 숙소가 필요하니 숙소 검색을 해봤다.


‘Funky monkey guesthouse’


여기로 정했다. 그리고 좀 멍하게 있으니 비행기가 출발한다. 그리고 잠깐 눈을 붙이고 일어나니 도착 예정시간 1시간 남았단다. 설레는 마음에 괜히 창문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비행기가 심하게 흔들린다. 밖을 보니 뭔가 번쩍번쩍거린다. 맞다. 한국에서 찾아본 비엔티안 일기 예보에 오늘 내일 천둥번개라고 써져 있었다.


비행기가 흔들리고 밖은 번쩍번쩍 하지만 기분은 좋다. 라오스 도착이 얼마 안 남았다는 말이다. 그렇게 무사히 비엔티안 왓타이 공항에 도착했다. 1등으로 이민국을 통과해 거침없이 밖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얼른 라오스를 보고 싶었다. 얼른 공기를 느끼고 싶었다.



게이트 문이 열리고 라오스가 나온다. 피부색이 갈색인 라오스 사람들이 나온다. 익숙한 말도 들려온다.


“땍씨? 땍씨?”


택시는 어차피 타야 하지만 일단 밖에 나가 담배 한 모금이 절실했다. 밖으로 나가는 순간 절로 미소가 나온다. 이 습한 공기. 뭔지 모르겠지만 익숙한 이 냄새. 꼬불꼬불한 글씨. 들려오는 ‘땍씨 땍씨’ 소리. 


라오스에 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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