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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낭만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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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lly park Apr 25. 2021

라오스 클럽

비엔티안

조용한 밤의 라오스의 습한 공기를 온몸으로 느끼며 담배 두 개를 연거푸 피워 버리고 공항 안으로 다시 들어왔다. 오늘은 그냥 비엔티안에 있기로 하고 택시 가격을 물어보니 타운까지 7불. 정찰제다. 항상 하던 장기여행이었으면 좀 더 기다렸다 배낭을 매고 있는 사람들한테 물어봐서 택시비 쉐어하자고 했을텐데. 이번엔 짧게 오기도 했고 직장에 다니고 있으니 금전적으로도 여유가 있어서 돈에 스트레스 받지 않기로 마음 먹고 와서 흔쾌히 오케이하고 택시에 올라탔다. 그리고 얼른 비어라오가 마시고 싶었다.


택시타고 15분쯤 가니 ‘펑키멍키게스트하우스’ 앞에 내려준다. 벌써 새벽 1시가 넘은 시간이라 주위 가게는 다 문을 닫고 어두웠지만 숙소 앞 테이블에서 간단하게 사람들이 한잔하고 있었다.


“헤이 사바이디. 웰컴 웰컴”


첫날이라 환전한 라오스돈이 아직 없어 일단 하루치 숙박비로 5불을 내고 숙소 앞 테라스에 앉았다. 목이 말라 비어라오 큰 병을 하나 시켜 다 같이 라오스에 온 걸 자축했다. 거기엔 스위스인 루루, 나이지리아인 라위, 메니저 통, 그리고 라오스인 농이 있었다. 이렇게 오랜만에 낯선 사람들과 낯선 곳에서 맥주 한잔 하니 기분이 좋아져 맥주 세 병까지 시켰다. 내 맥주로 다 같이 즐기다 라위가 음악을 틀고 나는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클럽 가볼래?”


라위가 묻는다.


“와이낫! 렛츠고!”


라위가 방으로 올라가서 준비하는 동안 나는 밑에서 기다렸다. 기분도 좋고 설레는 마음에 미소 짓고 있으니 농과 통이 심각한 얼굴로 말한다.


“가면 안돼. 쟤 위험한 애야. 지금 날도 어두운데 쟤가 이상한데 데려가면 어쩌려고 그래? 내일 날 밝으면 돌아다녀”


그 말을 듣고 덜컥 겁이 났는데 라위가 내려온다.


“레츠고!”


모르겠다. 가보자. 설마 무슨 일 있겠어.


클럽까지는 꽤 많이 걸어야했다. 라위랑 걸으며 내가 물었다.


“통이 클럽 가지 말라고 위험하다고 그러는데 무슨 말이야?”


그러자 라위가 웃으며 말한다.


“쟤 나 싫어해. 전에 한번 술 잔뜩 먹고 취해서 방에 토한적 있거든. 그리고 쟤 게이야. 처음 보는 니가 가버리는 게 싫은 거지. 그리고 그 옆에 여자는 프리랜서 매춘부야. 너가 거기서 술 취하길 바라는 거지”


그렇게 20분쯤 걸어 클럽 ‘앳 홈’에 도착했다. 클럽은 생각보다 컸다. 관광객들이 가는 클럽이라기 보다는 로컬 클럽에 가까웠다. 음악은 거의 디스코에 3분의2 이상이 라오스인이었다.


역시 클럽이다 보니 술값이 비싸다. 보통 비어라오 큰 병에 1.5불이지만 여긴 5불이었다. 일단 술을 시켜 라위 친구들이 있는 흑인 테이블로 가서 놀았다. 


이 친구들은 특이하다. 아니 이상하다. 간단하게 눈 인사만 했는데 자꾸 담배 하나만 달란다. 한 두 개며 별 거 아니지만 돌아가면서 하나씩 달라고 그래서 벌써 10개피를 줬다. 나중에는 짜증나서 없다고 하고 그냥 열심히 춤추고 놀았다.


이제 클럽에 불이 켜지고 집에 갈 시간이다. 라위는 라오스인 여자 둘과 남자 하나가 같이 온 테이블로 가서 말을 건다.


“넬리! 우리 내일 얘네들이랑 루프탑바 가서 놀자. 내일 우리 게스트하우스로 온대”


흔쾌히 오케이 하고 밖으로 나가니 이 친구들은 차를 타고 왔다. 비도 오고 피곤해서 또 숙소까지 어떻게 걸어가나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 친구들이 나와 라위를 숙소까지 데려다 주었다.


숙소에 들어가니 새벽 4시가 좀 넘었다. 그대로 침대로 직진해서 뻗었다. 첫째 날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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