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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낭만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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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lly park Apr 26. 2021

니니 백패커스

비엔티안

전날 새벽 5시에 일어나서 라오스에 와서 한국시간으로 6시쯤 넘어 잠이 들었으니 25시간 이상 깨어있었지만 자고 일어나니 아침 9시다. 좀 더 자고 싶었지만 워낙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삶에 적응이 돼 있어서 그런지 몸이 반응하나 보다. 억울하다.


커피 한잔하러 방에서 나와 밑으로 내려가니 메니저 통이 앉아있다.


“굿모닝. 커피 한잔 줄 수 있어?”


통은 오케이 하더니 나한테 묻는다.


“어제 너 맥주 값 다 안 냈어”


무슨 소리지. 분명히 어제 분명히 맥주 시킬 때마다 꼬박꼬박 돈 내고 마셨는데. 일단 커피 한잔하면서 담배 하나 피고 생각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아침부터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맞으며 살짝 걸어보기로 했다. 골목골목 발길 닿는 대로 걷다 보니 괜찮아 보이는 게스트하우스가 보인다.



‘NINY Backpackers’


한글로 강추한다는 글도 보인다. 바가지 씌우려 하는 통도 마음에 안 들겠다 방이 괜찮으면 그냥 옮기기로 했다. 숙소에 들어가니 서양인 두 명, 흑인 한 명, 아시아인 두 명이 다 같이 아침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 중 서양인 한명이 손짓하며 말한다.


“방 알아보고 있어? 여기 진짜 좋아. 싸고 깨끗하고 밤엔 조용해”


“지금 다른 숙소에 묵고 있는데 여기 괜찮으면 옮기려고”


“혹시 펑키멍키야?”


내가 고개를 끄덕이니


“거기 쓰레기야. 얼른 나와”


그렇게 주인 아주머니를 따라 방을 돌아보고 옮기기로 결정했다. 다시 펑키멍키로 가서 통에게 물었다.


“어제 나 맥주 마신 거 돈 다 냈는데?”


그랬더니 통은 오묘한 표정으로


“어제 네 번째 맥주 돈 안냈자나”


어제 난 분명히 맥주 세 병 마셨다. 마지막에 자기네들끼리 한 병 더 꺼낸 거 내가 사는 건 줄 알고 돈 달라고 하나보다. 이번 여행은 이런 돈에 스트레스 안받기로 했다. 그래서 줬다. 12000낍 (1.5불). 그리고 펑키멍키 너도 안녕이다. 같이 루프탑바 가자고 약속했던 라위는 아직 자고 있다. 깨어나서 내가 나간 걸 보면 당황하겠지.


‘라위… 미안!’


그렇게 배낭을 짊어지고 걸어서 5분 거리인 니니백패커스로 옮겼다. 가자마자 가방을 던져놓고 1층으로 내려왔다.


“아침 먹을 수 있어요?”


하루밤에 단 돈 5불에 조식까지 포함되어 있지만 아침은 하루 머물고 다음날 아침부터 제공된단다.


“그럼 그냥 주세요. 아침식사비 낼게요. 배가 너무 고파요”


아주머니는 웃으며 아침을 주신다. 그리고 바나나 세 개를 더 주신다.


“유 헝그리. 잇. 잇”


통이랑 너무 다르다. 그렇게 난 이 숙소에 빠져들어 방비엥이고 농카이고 다 필요 없고 여기서 집에 갈 때까지 머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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