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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lly park Apr 27. 2021

탓루앙

비엔티안

아침을 먹고 나니 비가 억수같이 쏟아진다. 떨어지는 비를 보며 테라스에 앉아서 어쩌지 하고 있으니 아까 아침에 같이 밥을 먹고 있던 동양인 둘 중 남자가 옆 테라스에 앉아서 담배를 피운다.


“오늘 어디 가세요?”


내가 먼저 말을 걸어봤다. 그러자


“원래 아침에 나가서 탓 루앙이라는 사원을 좀 보고 오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비가 많이 오네요. 지금 어쩔까 고민하고 있어요”


이렇게 말하는 남자는 일본인 신사쿠. 그냥 신이라고 불러달라고 한다. 나이는 나보다 한 살 어리고 지금은 일 그만두고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를 마치고 잠깐 1달정도 동남아 여행중이라고 한다.


“지금 일 안하는 거면 좀 더 여행하다 들어가. 지금 아니면 이제 여행 못 가. 알잖아 우리 나이면 이제 일 시작하면 끝이야. 일 그만두기 전에는 무슨 일 했었는데?”


그러자 신은 조금은 멋쩍은 듯이 말한다.


“원래는 경찰이었어”


재미있는 친구다. 젊은 나이에 경찰 되기도 힘들 텐데 그걸 또 그만두고 뛰쳐나왔다. 이렇게 이런저런 이야기하고 있으니 아까부터 배 고프다고 냐옹냐옹 우는 고양이가 내 무릎 위에 앉아서 떠날 생각을 안한다. 미안하다. 밥은 다 먹었다. 이렇게 쏟아지는 비를 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고양이랑 장난도 치고 하고 있으니 아까 아침에 봤던 다른 동양인 여자가 내려온다. 이름은 미유짱. 21살 어린 나이에 세계일주를 목표로 나왔단다. 오늘 뭐할 거냐고 물으니



“신이랑 같이 탓 루앙 사원 갈려고 했는데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지금 우산을 사러 갈까 생각 중이에요”


미유짱은 동남아에 있을 시간이 많이 없어서 최대한 많이 돌아다니고 많이 보려고 하는 활동파다. 


“뭘 비가 이렇게 오는데 굳이 나가려고 그래? 여기서 좀 느긋하게 쉬다가 비가 좀 그치면 나가면 되지. 1시간 정도 기다리다 비 좀 그치면 다 같이 가자”


1시간 정도 지나니 진짜 비가 거짓말 같이 그친다.


“이거봐. 우산 샀으면 돈 아까울 뻔했다나. 가자”


나도 탓 루앙은 안 가봤다. 아까 숙소 아주머니한테 물어보니 걸어서 15분 거리란다. 걸을만하다. 그래서 나가려고 하는데 아침에 나보고 들어오라고 했던 서양인이 묻는다.


“다들 어디가?”


그래서 나는 대답했다.


“탓 루앙이라는 사원가는데 아주머니가 걸어서 15분이면 갈 수 있대서 한번 가보려고”


그랬더니 옆에 있던 친구랑 웃으며 말한다.


“걸어서 15분이라고? 아마 뛰어도 30분 걸릴걸?”


뭐가 맞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걷기로 했다. 길 따라 주욱 걷다 보니 뭔가 정부기관 같은 큰 건물이 나온다. 거기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데 뒤에 걸어오던 동양인 남자가 말을 건다.



“일본인 이시죠?”


그렇게 멤버가 하나 더 늘어서 길을 따라 계속 걸었다. 개선문 같이 큰 문이 나온다. 드디어 다 왔구나 했는데 이건 그냥 공원이다. 공원에서 조금 휴식하다 또 걸었다. 이제 조금 지친다. 그러다 신이 외친다.



“저기 표지판에 300m 남았다고 적혀있어. 힘내자!”


표지판을 보고 조금만 더 걷자 하고 10분 더 걸었더니 앞에 또 표지판이 나온다. 또 300m 남았단다. 그래도 저 멀리 금색 사원 비슷한 곳이 보인다. 이제 진짜 다 왔나 보다. 걸어서 15분은 무슨 1시간 반은 걸었다. 라오스인들은 대체 어떤 보행 법을 가지고 있는 걸까. 이걸 걸어서 15분만에 오는 거면 축지법 수준이다.


막상 도착하니 생각보다 별 거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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