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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낭만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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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lly park Apr 28. 2021

별거 없는 일상

비엔티안

1시간 반 동안 걸어서 10분만에 끝난 탓루앙 사원. 땀은 뻘뻘 흐르고 힘도 없고 배는 고프고. 탓루앙을 등지고 앞으로 주욱 뻗은 길을 따라가보니 꽤 잘해놨다. 우리가 머무는 여행자 거리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굳이 말하면 한국의 청담동 일본의 긴자 정도라고 할까. 뭔가 고급스럽다. 


“밥 어떻게 할래? 여기까지 왔는데 밥이나 먹고 가자 배고프다”


다들 오케이 하고 앞에 있는 식당에 들어갔다. 영어 메뉴 따윈 전혀 없는 현지 식당이지만 깨끗하고 고급스럽다. 일단 자리잡고 앉긴 했지만 뭘 시켜야 할지 전혀 모르겠다. 꼬불꼬불 라오스 글씨에 옆에 사진이 있다. 어느 식당을 가던 메뉴 고민은 잘 안하고 대충 고르는 나는 앉자마자 제일 위에 있는 국수 그림을 골랐다. 그리고 다들 나를 따라 똑같은 국수를 시킨다. 그리고 목이 말라 콜라를 시켰다. 그리고 다들 콜라를 시킨다. 귀여운 친구들이다. 



다행히 내가 고른 국수는 태국에서 먹은 소고기 국수 맛이다. 성공이다. 전혀 라오스스럽지 않은 예쁜 그릇에 위쪽에는 구멍 두개가 뽕뽕 뚫려있다. 메뉴 고르는 거도 빠르고 먹는 것도 엄청 빨리 먹는 나는 먼저 국수를 국물까지 다 마셔버리고 이 구멍 두개가 왜 있지 하고 살펴보고 있으니 미유짱이 젓가락 두 개를 구멍에 넣는다.


‘아 테이블이 더러울 수 있으니까 이렇게 젓가락을 올려 놓는구나!’



누가 디자인 했는지 귀엽다. 배부르게 밥을 먹고 나니 날씨는 덥고 졸리다. 얼른 맥주나 한잔 하고 시원한 에어컨 방에서 낮잠이나 자고 싶다.


“또 걸어가기는 좀 무리지? 툭툭 잡아서 숙소까지 가자. 이 정도 거리면 아마 한 사람당 10000낍 (1.25불) 정도는 달라고 할 거야. 내가 대충 흥정할 테니까 일단 큰 도로로 가보자”


그렇게 또 다들 나를 따라온다. 큰길에서 5분 정도 기다리니 툭툭이 온다. 툭툭 기사는 영어를 잘 못했다. 그래서 일본 가이드북에 나와 있는 지도를 보여주며 대충 숙소 근처를 찍으니 오케이라고 타란다.


“타오다이? (얼마에요?)”


그러자 툭툭 기사는 조금 망설이더니


“한사람 10000낍!”


역시나 내 예상이 맞았다. 동남아만 7번 왔더니 대충 가격이나 수법이 다 보인다. 


“노노. 한사람 7000낍! 오케이?”



하고 손가락 7개를 펴 보이며 말했다. 그러자 툭툭 기사는 계속 노노 하더니 결국 포기하고 오케이 하더니 타란다. 흥정 성공. 일본 친구 셋은 툭툭에 올라타고 나에게 엄지 손가락을 펴 보인다. 그렇게 툭툭을 타고 길 따라 20분 정도 걸려서 숙소 도착. 차 타고 20분 걸리는 거리를 그렇게 걸었으니 지친다. 


숙소 앞 테라스 앉아 얼른 비어라오를 시켰다. 땀을 뻘뻘 흘리다 시원한 맥주가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는데 이제야 좀 살 것 같다. 그냥 앉아 있기 심심해서 주인 아저씨한테 카드 있냐고 물어봤다. 아저씨는 이곳저곳 다 뒤져보더니 오토바이 헬멧 밑에서 찾아서 주신다. 왜 카드를 굳이 오토바이 헬멧 밑에 숨겨놨을까.



카드 게임을 한창 하고 있으니 밖에 나갔던 사람들이 돌아온다. 아침부터 친해진 호주 친구 알렉스랑 레바논 친구 빌랄. 점점 판이 커진다. 맥주 병이 점점 쌓여간다. 알렉스는 술을 마시다가도 숙소 앞에 누가 배낭을 매고 지나가면 계속 말을 건다.



“방 찾아? 여기 방 좋아. 깨끗하고 싸고 밤에는 또 조용해”


그렇게 오늘 알렉스가 10명은 체크인 시킨 것 같다. 술을 마시다 알렉스가 갑자기 진지해진다.


“넬리야 나랑 빌랄이랑 지금 비즈니스 계획이 있는데 한번 들어봐 봐”


그러더니 나는 술에 취해서 정신 없는데 혼자 심각하게 사업 얘기를 막 털어놓는다. 그런데 생각보다 그럴 듯 하다.


“어때? 너도 같이 할래?”


뜬금없다. 오늘 처음 만났지만 내가 마음에 들었나 보다. 


“그래 같이 하자. 그런데 내일 술 깨고 다시 한번 더 얘기하자”


그렇게 술 자리가 대충 마무리 되고 배가 고파진 나는 알렉스랑 둘이서 알렉스가 찾아냈다는 현지 맛집에 가서 로스트 포크 덮밥 같은 걸 먹는데 맛은 기가 막힌다. 겉은 바삭한데 안은 부드럽다. 진짜 현지 맛집인지 우리 둘만 외국인이고 다들 라오스인들이다. 



그리고 숙소에 가자마자 뻗었다. 


이렇게 또 하루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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