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티안
아침부터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어젯밤에 8시쯤 넘어서 잠들어 눈뜨니 아침 6시쯤이다. 분명히 어제 신이랑 나이트 마켓 가기로 했었다.
“잠깐 눈 붙일 테니까 9시되면 깨워줘”
하고 잠깐 눈을 뜨니 새벽 1시 반. 신도 곯아떨어져 자고 있다. 에잇 망했다 하고 또 잠들었다 일어나니 아침이다. 1층으로 내려가니 주인 아저씨가 청소를 하고 있다.
“커피 한잔 주실 수 있어요?”
그랬더니 아침은 7시부터 준비된단다. 모닝 커피 생각도 간절하고 비 오는 라오스의 아침이나 즐겨볼까 하고 가방을 챙겨 나왔다. 강가를 따라서 생각 없이 걸어봤다. 자전거를 타고 운동하는 서양인들도 보이고 시스타의 노래를 틀어놓고 체조 같은 것을 하는 라오스 아주머니들도 보인다.
재미있는 건 강 하나를 두고 내가 지금 걷는 곳은 라오스고 강 반대편은 태국이다. 비슷한 거 같지만 저곳에는 태국 국기가 걸려있고 아마 태국어로 아침을 열고 있겠지. 산책을 하고 나니 배가 고프다. 이른 아침이라 문 연 식당은 거의 없다.
‘아 옛날에 라오스 여행 했을 땐 맨날 라오스식 바게트 샌드위치로 아침을 시작했었는데’
하고 생각하는데 샌드위치 가게가 이제 막 문을 열고 있다.
“지금 샌드위치 먹을 수 있어요?”
하고 아저씨에게 물으니 다행히 오케이 하신다.
“그럼 포크 샌드위치 하나랑 라오스 커피 하나 주세요”
평화로운 아침이다. 옛날에 먹던 샌드위치는 내장이 파괴될 것 같은 고칼로리의 샌드위치 였던 것 같은데 여기는 파파야랑 야채가 많이 들어있다. 그리고 역시 빠질 수 없는 라오스 커피. 아무 생각없이 천천히 커피를 마시며 멍하게 앉아 있는데 앞에서는 툭툭 기사 아저씨가 몇 번이고 반짝반짝 트럭을 닦고 또 닦는다.
즐겁게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가는데 뭔가 양이 조금 부족했는지 과일 셰이크가 마시고 싶다. 요즘 한국에서 유행하는 과일 셰이크 가게에 가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조합은 안 판다. 나는 동남아를 여행할 때 항상 망고랑 파인애플을 섞어 마신다. 망고의 그 진한 단맛과 파인애플의 신맛이 합쳐지면 진짜 환상적이다. 과일 셰이크 가게를 찾아 주문했다.
“망고랑 파인애플 섞어서 셰이크 하나 만들어줄 수 있어요?”
“노 헤브 파인애플… 쏘리”
음. 할 수 없지 한국에서 맨날 먹는 조합으로 먹자.
“그럼 망고랑 바나나 섞어주세요”
그러자 아주머니는 난감한 표정으로
“노 헤브 바나나… 쏘리”
하아. 그럼 뭘 먹어야하지. 아무거나 눈에 보이는 걸로 주문했다.
“그럼 망고랑 딸기랑 섞어주세요”
그러자 오케이라고 하신다. 망고랑 딸기랑 섞은 건 생각도 못해봤지만 생각보다 괜찮다. 그렇게 기분 좋게 과일 셰이크를 가지고 숙소로 돌아가니 신이랑 알렉스가 앉아 있다.
“굿모닝!”
오늘은 뭐하지. 어떤 일이 일어날까. 또 누구를 만날까. 매일 설레는 날의 연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