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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lly park Apr 30. 2021

현지 시장 찾아가기

비엔티안

“오늘 할 거도 없는데 현지 시장이나 한번 가보자”


어제 숙소에서 걸어서 왼쪽으로 주욱 올라가면 현지 시장이 있다는 말을 얼핏 들은 것 같다. 시장 못 찾으면 어쩔 수 없고 그냥 산책하는 겸 길 따라 걸어올라 가봤다. 우리가 머무는 숙소 근처는 아무래도 여행자들이 모이는 곳인 것 같다. 큰 길을 따라 왼쪽으로 조금만 가니 진짜 라오스가 나오기 시작한다. 영어로 된 간판도 하나 둘씩 자취를 감추고 꼬불꼬불한 라오스 글씨들 밖에 안보인다. 그 흔한 서양인 여행자 하나 안보이고 여기에 외국인이라곤 나와 신밖에 없다.


열심히 걷고 또 걸어도 마켓 같은 건 나올 생각이 없다. 지나가다 보이는 사람들한테 계속 물어봤다.


“마켓? 마켓?”


그랬더니 한결 같이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그 방향을 따라 계속 걸었다. 우주 최고의 길치인 나와 아마 나보다 더 심한 길치라고 말하는 신과 걷다 나중에 돌아오는 길을 까먹으면 그냥 툭툭을 잡아 타기로 하고 생각 없이 걷다 보니 시장 비슷한 것이 나온다. 외국인인 우리가 신기한지 다들 웃으며 수근수근 거린다.



우기라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길 한가운데 천막이 처져있다. 거기를 지나가는 트럭이 생각보다 차체가 높아 중간까지는 들어갔는데 천막에 걸려 더 이상 나아가지도 뒤로 가지고 못하고 있어 나와 신이 양쪽에 있는 천막 지지대를 살짝 들어주었다. 그렇게 차가 앞으로 빠져나가고 라오스 사람들이 흐뭇하게 우리를 쳐다봐준다. 별거 아닌 일인데 괜히 뿌듯하다.


천막을 통과하고 드디어 시장에 도착. 어제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바닥은 빗물에 흙이 섞여 걷기도 힘들지만 뒤뚱뒤뚱 흙탕물을 피해 시장 안으로 들어갔다. 생각보다 별 건 없다. 각종 야채들과 고기 생선들을 팔고 한쪽에는 옷가지를 팔고 있다. 


1시간 걸어서 시장 구경은 5분만에 끝났다. 목적지는 시장이었지만 오는 길에 진짜 라오스도 보고 재미있는 경험 했다. 길치 두 명이서 다시 숙소로 찾아가는 길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중간중간에 사진을 많이 찍어놔서 가는 길이 기억이 난다. 드디어 여행자 거리가 보이고 배가 고파 간단하게 국수를 먹기로 했다.


“여기 근처에 한국어로 도가니 국수라고 써져 있는 현지 맛집이 있대”


다행히 국수집도 쉽게 찾아 자리잡고 앉았다. 나는 도가니 국수라고 적혀 있길래 한국인들이 많이 오는 곳인 줄 알았는데 여기서 우리 말고는 다 현지인들이다. 영어도 잘 안 통한다. 그래서 도가니 국수라고 쓰여져 있는 글씨를 가리키며 손가락 두 개를 펼쳐 보였다. 그랬더니 오케이란다.



10분 정도 기다렸더니 국수가 나온다. 돼지 무릎 연골로 만든 도가니탕이다. 술 먹은 다음날에 먹으면 해장에 딱인 시원한 맛이다. 그리고 페트병에 조그만 물도 나온다. 신이 물을 마시려고 하길래 내가 말했다.


“내가 블로그에서 봤는데 이 물 공짜 아니야. 물 뜯는 순간 돈 내야할걸? 여기서 조금만 참고 아까 오는 길에 본 과일 주스나 사먹자”


물값은 안내고 국수만 맛있게 먹고 나왔다. 그리고 오는 길에 봐둔 주스 가게에 가서 그렇게 먹고 싶었던 망고 파인애플 셰이크를 사서 숙소로 돌아갔다. 아침부터 열심히 땀 흘리고 걸었으니 낮잠을 한숨 자고 싶었지만 숙소 입구 테라스에는 알렉스와 빌랄이 기다리고 있다.


“어서와 넬리야. 한잔해야지?”


낮술. 조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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