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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에서 캄보디아 국경 넘기

캄보디아

by nelly park

중국과 키르기즈스탄, 타지키스탄 그리고 인도를 거쳐 집 같은 태국으로 돌아오며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내 여행은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었다. 결코 여행 난이도가 낮지 않았던 이 네 나라를 갔다가 태국으로 오니 그 동안 긴장했었던 몸과 마음이 녹아 내리며 방콕의 지니네 게스트하우스에서 한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푹 쉬면서 보냈다. 방콕은 어딜가든 영어가 통하고 도시와 도시 사이에는 당연히 대중교통이 있었으며 밤이 어둑어둑해서 밖에 나가도 얼마든지 안심하고 돌아다닐 수 있고 길에 편의점은 걸어서 3분마다 있다. 지친 내 자신을 힐링하기에 이곳만한 곳은 없는 듯 했다. 그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게스트하우스 방바닥에서 딩굴딩굴 굴러다니고 2주쯤 지났다. 이것도 슬슬 질리기 시작하고 내 여행의 목적은 무엇이며 무엇을 위해 난 이곳에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다시 생각난 곳이 캄보디아. 첫번째 캄보디아 여행은 생각보다 너무 짧았고 시엠립에서만 있었다. 캄보디아의 다른 도시들도 천천히 돌아보고 싶어졌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우연히 만난 션형. 션형은 미얀마로 간다고 했다. 전에 캄보디아 갔을 때 얘기를 하며 너무너무 좋았다고 같이 갈 생각 있냐고 물어보니 미얀마 비행기표 찢어버리고 같이 가기로 했다.


첫 번째 캄보디아 행 때는 현지 사람들이 타는 카지노 버스를 타고 국경에서 내려 시엠립까지 택시를 타고 갔는데 카오산로드에 있는 여행사에 들려 알아보니 카오산에서 미니벤으로 출발해서 시엠립 시내까지 가는 방법이 있었다. 심지어 가격도 더 쌌다. 한가지 문제는 아침 9시 출발이라 미니벤 안에서 하루를 다 보내고 저녁에 도착한다는 것이다. 그래도 한번에 가고 가격도 더 싸게 가는 거라 표를 끊었다.


다음날 아침. 짐을 싸서 배낭을 메고 픽업장소로 가서 미니벤을 탔다. 설레었다. 다시 캄보디아라니. 지루해지기 시작한 방콕생활과 내 여행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어줄 것 같았다. 버스보다는 좁았지만 이런 작은 미니벤으로 몇 시간 이동하는 것은 이미 익숙해서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후 2시쯤 캄보디아 국경에 도착한 것 같다. 기사 아저씨가 일단 국경 근처에 있는 식당으로 가서 밥을 먹는단다. 배가 고파진 우리는 밥을 맛있게 먹고 담배 한 모금 피고 있는데 아저씨는20불만 더 주면 택시 타고 바로 시엠립 시내까지 갈 수 있다고 한다. 황당했다.


"우리 시엠립 시내까지 한번에 가는 표 끊었어요. 돈 더는 못 내요"


그러자 아저씨는 웃으면서


"원래는 더 비싼 건데 우리 회사 전용 택시가 있어서 싼 거에요"


"장난쳐요? 돈 절대 더 못 내요"


아저씨는 표정이 일그러진다.


"그럼 국경 앞에 나라에서 운영하는 버스 있어요. 그거 타고 가요. 그거는 공짜에요"


우리는 됐다고 하고 그냥 캄보디아 국경으로 걸어갔다. 어쩐지 너무 싸다 했다. 다시 태국으로 돌아가면 여행사로 가서 따져야지 했지만 캄보디아 여행이 너무 좋았는지 다시 방콕으로 왔을 때 여행사로 가는 건 까먹었다.


국경을 건너니 아까 그 아저씨가 우리를 따라 오더니 택시 15불에서 해줄 테니 타고 가란다.


"꺼져"


욕해버리고 좀 더 걸어갔다. 그리고 역시 예상했던 대로 캄보디아 택시기사 호객꾼들이 몰려온다.


"시엠립? 시엠립? 13불! 오케이? 컴컴"


션형이 말했다.


"넬리야 13불 이라는데? 15불보다 싸잖아 가자"


나는 날씨도 더운데 사기를 당해서 짜증이 잔뜩 난 얼굴을 하고


"형 일단 잠깐 여기로 와봐요 우리 담배 하나 피면서 생각해봐요"


담배 피면서 그늘에 서 있는데 계속 호객꾼들은 왔다.


"13불! 오케이?"


"노"


다른 호객꾼은


"11불! 오케이?"


"노"


션형은 궁금한 표정으로 말했다.


"넬리야 얼마에 갈꺼야?"


"전에 왔을 때 10불에 갔는데 오늘은 짜증나서 안되겠어요 8불까지 깎을 거예요. 어차피 기사들도 시엠립으로 가야 해요. 손님 놓치면 자기들만 손해죠"


여러 호객꾼들이 왔는데 계속 8불만 외치니까 어이없어 하더니 다 떠났다. 그리고 한 택시기사가 오더니 어차피 시엠립 가는 길이니까 8불에 해줄테니까 다른 사람한테 절대 말하지 말고 가자고 한다. 이럴 줄 알았다. 그대신 다른 사람 태우지 말고 바로 우리 둘만 가자고 하니 오케이 오케이 하며 바로 타란다. 언제 올지 모르는 버스를 기다리는 것보다 이렇게 싸게 가는 게 나을 것 같아서 택시에 올랐다.


우여곡절 끝에 시엠립으로 출발. 운전기사는 가는 길에 집에 들러서 싣고 있는 쌀만 가족들한테 주고 바로 다시 출발해도 되냐고 한다. 전에 왔을 때도 이랬는데. 이 차가 정말 캄보디아인들의 삶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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