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퐁참
아침에 눈을 떠 멍하게 앉아있다 자전거로 산책도 좀 하고 시원한 에어컨 방에 앉아 카드게임도 좀 하고. 동동과 루도가 오토바이를 타고 우리 숙소로 놀러 왔다. 루도는 벌써 4년 째 캄보디아에 살고 있어서 캄보디아어는 물론이고 현지인 친구들이 많았다.
슬슬 출출해져 뭐 먹을까 하다 루도를 따라 현지음식을 먹어보기로 했다. 전에 왔을 때 먹었던 캄보디아의 음식들은 생각보다 입맛에 맞지 않았다. 인도차이나 반도의 다른 동남아시아의 음식들은 하나같이 특색 있고 맛있다. 팟타이와 똠양꿍을 비롯해 셀 수 없을 만큼의 다양하고 맛있는 음식의 태국. 오랫동안 프랑스에 점령이 되어 있었던 탓에 아직까지 바게트 빵에 샌드위치를 먹는 라오스. 수많은 종류의 쌀국수의 나라 베트남. 말레이, 중국, 인도, 그리고 무슬림 영향까지 받아 각양각색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말레이시아에 비해 캄보디아의 음식은 소박하고 심심하기까지 했다. 물론 캄보디아에도 유명한 음식이 있다. 롬락과 아목. 둘 다 몇 번이나 먹어봤지만 그렇게 감동은 받지 않았던 것 같다.
루도의 오토바이로 동동을 먼저 식당으로 실어 나르고 다시 숙소로 돌아와 나와 션형을 싣고 식당으로 왔다. 숙소에서 10분정도 거리에 있는 현지식 바베큐 식당이다. 역시 예상대로 외국인이라고는 단 한 명도 없는 식당이었다. 꽤 큰 식당이라 대부분 가족단위로 와있었다. 캄보디아어를 능숙히 하는 루도가 신기했다. 나 혼자 왔으면 여기 오는 건 엄두도 안 났을 것이다. 메뉴도 읽을 수가 없고 식당 직원과 의사소통도 되지 않는다. 그렇게 맛있게 식사를 하고 루도가 말했다.
"우리는 내일 캄퐁참으로 갈 거야. 거기에 친구가 게스트하우스 하거든. 옛날에 거기에 살면서 이것저것 일도 했었어. 혹시 너희 오면 구경시켜줄게"
"캄퐁참이 어디야? 처음 들어보는데? 거긴 어떻게 가는데?"
"나랑 동동은 오토바이 타고 갈 거야. 너희는 버스회사에 캄퐁참 간다고 말하면 일단 프놈펜으로 가는 버스에 타고 도중에 내려줄 거야. 아마 4시간? 5시간? 걸릴 거야. 우리는 오토바이 타고 바로 가니까 아마 3시간 좀 넘게 걸릴 거 같으니까 캄퐁참에 도착해서 선셋 게스트하우스 찾아와. 찾기 어렵지 않을 거야"
그렇게 내일을 기약하고 헤어졌다. 그리고 션형과 나는 나이트마켓으로 가서 어제 내기 카드게임 했던 빚을 정산했다. 각자 티셔츠 5장씩은 샀다. 그래 봤자 한국 돈으로 만원씩이다. 숙소로 돌아와 시엠립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내기가 아쉬워 방에서 맥주 한 병씩 먹고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9시 버스라 짐을 싸서 숙소식당으로 내려와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밀크티 한잔하면서 기다리니 숙소 앞으로 버스가 온다. 생각보다 쾌적한 버스라 조금 놀랐다. 아마도 제2의 도시 시엠립과 수도 프놈펜을 잇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버스라 그런 것 같다. 한 2시간 넘게 달렸을까. 캄퐁참 가는 사람은 내리란다. 그래서 내렸더니 여기서 다른 차로 갈아타고 캄퐁참으로 가란다. 그렇게 다시 한 시간쯤 기다리니 곧 망가질 것 같은 미니벤이 오더니 타란다. 그렇게 또 2시간쯤 달려서 캄퐁참에 도착했다..
루도가 말했던 대로 선셋 게스트하우스를 찾아 다니기 시작했다. 작은 도시라 사람이 많이 없어 물어볼 사람이 없었다. 한 10분쯤 걷고 있으니 갑자기 오토바이가 우리 앞에 선다. 호객꾼이겠지 하고 무시하고 가려는데
"유 코리안?"
어떻게 알았지 하고 가만히 서있었다.
"아임 루도 프렌드 컴컴"
루도가 우리를 픽업해 오라고 사람을 보냈나 보다. 작은 오토바이에 앞에는 형의 배낭을 싣고 중간에 타고 나는 배낭을 뒤로 매고 힘겹게 달렸다. 아마 루도는 이렇게 설명했겠지.
'배낭 맨 동양인 둘에 한 명은 얼굴이 하얗고 안경 쓰고 다른 한 명은 새까만 얼굴에 이상한 머리하고 있을 거야'
그렇게 캄퐁참 선셋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했다. 루도와 동동과 재회를 하고 씻고 좀 쉬고 나니 어둑어둑해진다. 강이 바로 앞에 보이는 이 숙소는 밤이 되니 불빛이 반사되어 장관이다. 테라스에 앉아 맥주한잔에 웃고 떠들고 기타치고 노래 하고. 또 행복한 캄보디아의 하루가 그렇게 저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