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퐁참
캄보디아에서 가장 잘 알려져서 그만큼 관광객이 가장 많은 시엠립을 떠나 두 번째 도시 캄퐁참에서의 아침. 외국인들도 거의 없고 강가 바로 앞에 자리잡은 숙소라 조용한 아침의 여유는 몇 배로 크게 다가온다. 항상 여행하면서 계획이 없지만 여기서는 딱히 볼거리도 유명한 먹을 거리도 없어 가만히 앉아 이 도시를 느끼는 것이 계획이 되어버렸다.
다같이 현지 아침시장으로 가서 아침을 간단히 먹고 숙소로 돌아와 커피한잔하며 쉬다 자전거를 빌려 캄퐁참을 한번 둘러보기로 했다. 루도랑 동동은 친구 일을 도와준다고 해서 션형과 둘이서 카메라를 챙겨 나왔다.
숙소 바로 앞의 강가에는 여기와는 왠지 어울리지 않는 세련되고 긴 다리가 머리위로 놓아져 있었다. 그 긴 다리를 건너 건너편 마을로 한번 가보기로 했다. 자전거 타고 나가기 전에 루도가 말했었다.
"저기 다리 건너 마을 보이지? 거기서 왼쪽으로 꺾어서 쭈욱 들어가면 캄보디아 원주민들 사는 마을이 있을 거야. 거기도 한번 볼만해"
캄퐁참 시내를 한 바퀴 둘러보고 다리를 건너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이 다리는 길었다. 찌는 듯이 더운 날씨에 포물선으로 되어 있는 다리라 오르막길을 오를 때는 죽을 맛이었다. 그래도 강 위에서 바라보는 캄퐁참 시내와 건너편 마을 그리고 다리 밑 여유롭게 노를 저어 가는 상인들 구경하는 맛에 다시 힘을 내어 다리를 건넜다.
다리를 건너니 완전한 자연이 눈앞에 펼쳐졌다. 여기는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듯했다. 집도 몇 개 없다. 우거진 숲과 나무들 그리고 가끔씩 누워있는 물소들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마을이라기보다는 잘 보존된 국립공원에 가까운 느낌이다. 황홀환 광경에 신이 나서 사진도 찍고 괜히 물소한테 말도 걸어보며 열심히 달리다 결국 더위와의 싸움에 졌다. 굳이 원주민 마을까지 안가도 여기까지 충분히 즐긴 거 같다.
자전거 머리를 돌려 다시 다리를 건너 숙소로 돌아왔다. 씻고 시원한 에어컨 방에서 눈을 좀 붙이고 나니 루도와 동동이 돌아왔다. 맥주를 들고 강가에 있는 테라스에 앉으니 어제 만난 루도 친구 커플 벤과 요바나도 왔다. 프랑스남자인 벤과 콜롬비아여자인 요바나. 너무너무 잘 어울리고 사랑스러운 이 커플은 여행하다가 서로 만나 몇 년 동안 계속 여행 중이란다. 지금은 우리가 건넌 강 하구 쪽에 작은 삼각주 섬에 게스트하우스를 오픈 한단다. 내가 꿈꿔온 삶을 살고 있는 이 커플들. 내일 첫 오픈이라 내일은 거기서 머물기로 결정했다.
다음날 아침. 짐을 싸고 내려와서 강 하구의 선착장으로 갔다. 섬까지 거리는 얼마 안되지만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게스트하우스. 신선하다.
Mekong Bamboo Hut Guesthouse.
정성스럽게 나무로 푯말을 만들어 놓은 게 느껴진다. 푯말을 따라 쭉 걸어가니 오두막 같은 집이 나온다. 여기가 게스트하우스란다. 소박하고 아담하다. 오늘 오픈 한 것이라 아직 매트리스도 없고 와이파이는 당연히 안되고 그냥 오두막 위에서 모기장을 치고 자야 한단다. 게스트하우스가 숲에 둘러 쌓여있고 강 바로 옆이라 모기도 많겠지만 그럼 좀 어떤가. 이 섬에는 작은 슈퍼 조차도 없고 거주하는 사람들도 몇 명 없단다. 강 위의 작은 섬 위에 우리밖에 없는 이 숙소에서 완전한 자유와 원시적인 삶으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