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퐁츠낭
이른 아침부터 루도와 동동은 오토바이를 타고 먼저 캄퐁츠낭으로 가 있는다고 떠났다. 션형과 나는 어제 루도가 예약해준 미니벤을 타고 캄퐁츠낭으로 달렸다. 3시간 좀 넘게 달려 도착한 이 곳. 생각보다 깨끗하고 운치 있는 도시였다. 외국인이라고는 정말 단 한 명도 찾아볼 수 없고 당연히 영어도 전혀 통하지 않았다. 주위를 아무리 둘러봐도 게스트하우스 같은 것은 없고 게스트하우스를 물어봤자 오늘 오픈 한다는 루도 부모님네 게스트하우스를 사람들이 알리 없었다.
미니벤에서 내린 곳에서 시내까지 한 사람당 2불씩 해서 꼬마 애들이 오토바이로 우리를 실어주겠단다. 우리가 배낭을 메고 두리번두리번거리고 있으니 딱해 보였나 보다.
시내에는 잘 정돈 된 강가에 벤치까지 마련되어 있었다. 이런 곳에 외국인 관광객이 없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분명히 시내에 있으면 거기서 얼마 안 걸리니까 루도가 픽업을 하러 오기로 했는데 1시간이 지나도 오질 않는다. 영어도 안 통하고 숙소도 없는 이곳에 형과 둘이 덩그러니 남겨졌지만 뭐 어떻게든 되겠지. 이런 작은 마을에서 우리를 못 찾을 리 없잖아 하면서 벤치에 앉아서 담배도 피고 사진도 찍으면서 기다렸다.
2시간쯤 지나니 루도가 왔다.
“어디 갔었어?”
루도는 우리가 내린 곳 부근에 오토바이를 타고 몇 번이나 갔었단다. 조금 늦게 만나긴 했지만 일단 만났으면 된 것이 아닌가. 우리가 있던 곳에서 루도네 숙소까지는 걸어서 5분정도 거리. 우리가 조금만 찾아봤으면 됐을 텐데. 우리도 참 게으르다.
캄퐁참에서 벤과 요바나의 Mekong Bamboo Hut 게스트하우스의 첫손님에 이어서 여기도 우리가 첫손님이다. 가방을 메고 루도네 부모님한테 인사를 하니 너무너무 선한 미소로 인사를 받아주신다. 그러고는 부랴부랴 이불과 베개를 사러 나가신다. 정말 우리가 처음으로 이곳에 머무는 손님인가보다. 에어컨도 서둘러 설치를 하시고 아직은 문에 열쇠 구멍을 뚫은 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열쇠를 꽂고 문을 열기가 아직 뻑뻑했다.
짐을 풀고 좀 씻고 근처의 식당에서 먹을 거리를 좀 사와서 다같이 둘러앉아 맥주 한잔씩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앉아 쉬고 있는데 엄청난 문화충격을 받았다. 루도와 루도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 이 세 가족은 오순도순 대마초를 말아 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 아닌가. 부모님 앞에서 담배도 못 피는데 다같이 둘러 앉아 대마초라니. 외국생활을 오래하고 여행도 오래해서 웬만하면 문화충격은 안받는데 이건 좀 놀랍다.
취기가 올라 방에서 좀 쉬다 밖을 보니 벌써 어둑어둑해져 있다. 배가 고파져 밥을 먹으러 현지 식당으로 갔다.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이다. 캄퐁참에서 우리를 픽업하러 왔던 캄보디아인 아저씨. 이름은 ‘낌’이란다. 한국에 대해 관심도 많고 우리에게 한국말을 자주 물어보신다. 한국어를 공부해서 꼭 한국에서 일하고 싶으시다고 하신다.
캄퐁참과 별반 다름 없는 그런 평온하고 조용한 아침을 맞았다. 외국인은 단 한 명도 없지만 깨끗하게 잘 정돈된 이 도시는 뭔가 활기 차 보였다. 그리고 곳곳에 베트남 글씨가 쓰여져 있었다. 여기는 베트남 정착민들이 많이 사는 곳이라고 한다.
아침을 간단히 먹고 루도가 말했다.
“진짜 현지인 집에 한번 놀러 가볼래?”
“가자!”
루도는 오토바이에 나와 션형을 태우고 어디론가 골목골목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숲 속 같은 곳에 아기자기한 가정집들이 드문드문 있고 그 중 한 집으로 들어갔다. 캄보디아 아주머니와 어린아이들이 있었다. 그 집 아들이 루도와 친구란다. 마침 그 친구가 없어 거기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왔다. 실제로 본 캄보디아 집과 부엌은 멋있었다기 보다 조금 신비로운 느낌이었다. 티비 다큐멘터리에서 나올 법한 그런 모습이었다.
그렇게 몇 시간 앉아 있다 다시 숙소로 돌아와 우리는 항상 그래왔든 달콤한 낮잠을 즐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