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퐁츠낭
꿀 같은 낮잠을 자고 이번엔 오토바이를 타고 이 도시를 돌아보기로 했다. 나는 운전을 못한다. 면허증도 없고 운전을 해본 적도 없다. 오토바이 운전에 자신이 있는 션형이 운전하고 난 뒤에 타고 움직이기로 했다.
“야 나는 너 운전기사에 사진사에 네비게이션이냐?”
라고 션형은 연신 불평은 했지만 친절하게 운전해 사진도 열심히 찍어주셨다. 오토바이로 시내를 이리저리 둘러보다 교복을 입고 가는 학생들을 따라 학교로 들어가보기로 했다.
외국인 여행자가 전혀 없는 이 도시에 특이한 행색을 하고 있는 우리의 등장은 엄청난 화제가 된 듯 했다. 학생들은 수업을 하다 우리를 발견하고 창문으로 우리를 구경하기 바빴다. 조그만 매점에 가서 음료수라도 사먹어야지 하고 가니 다들 몰려들었다. 수줍은지 우리에게 용기 내어 말을 거는 학생들은 없었다.
그러다 출출해진 우리는 간식을 팔고 계시는 아주머니한테 가서 튀긴 빵 종류를 몇 개 사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물론 영어가 전혀 안 통해 그나마 조금 알고 있는 캄보디아어를 총 동원해 손짓 발짓하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한참 떠들다 우리가 간다고 인사를 하니 아쉬웠는지 같이 사진이라도 한 장 찍자고 수줍게 말씀하셔서 흔쾌히 사진을 찍고 다시 오토바이에 올랐다.
그렇게 몇 개의 학교를 둘러보고 앞으로 쭈욱 뻗어있는 길을 따라 무작정 달렸다. 스쳐 지나가는 멋진 풍경에 연신 감탄하고 있는데 갑자기 앞에 소 한 무리가 천천히 걸어오기 시작했다. 신기해서 오토바이에서 내려 지켜보니 뒤에는 목동인 듯한 아이들이 소들을 치고 있었다. 10살도 채 안되 보이는 이런 조그만 아이들이 이런 큰 소 무리를 이끌다니. 캄보디아어를 할 수 있었다면 몇 시간이고 대화를 해보고 싶었지만 인사만 하고 헤어졌다.
다시 골목골목으로 들어가보니 루도가 아침에 이야기 했던 산 비슷한 큰 언덕 같은 길로 이어지는 곳이 나왔다. 오토바이에서 내려 계단을 따라 천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높고 경사가 심해 도중에 몇 번이나 쉬며 헥헥거리며 정상까지 올라갔다.
캄보디아의 끝없는 숲들이 한눈에 보였다. 숲들 너머에는 메콩강이 흐르고 고지대라 그런지 시원한 바람이 오늘의 열기를 식혀준다.
문득 캄보디아에 와서 시엠립의 앙코르왓만 보고 가는 관광객들 한 사람 한 사람을 붙잡고 전해주고 싶어졌다.
‘진짜 캄보디아의 매력은 여기 있는데 왜 유적지 하나만 보고 가나요’
사실 나도 4년 전 처음 동남아시아 여행을 하는 두 달 동안 캄보디아는 오지도 않았었다.
‘캄보디아? 거기 앙코르왓 있는 곳 아니야? 그거 하나 보려고 비자 값 내고 들어 가기에는 돈도 시간도 좀 아까운데’
했었다. 시엠립을 벗어나 다른 도시 한 곳만 가봐도 생각이 바뀔 것이다. 캄보디아의 매력은 유적지 하나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다시 숙소로 돌아와 션형에게 내가 나온 사진 좀 달라고 했다.
형을 만난 첫날부터 내가 나온 사진을 달라고 했지만 이런저런 핑계로 주지 않았다. “알았어 나중에 줄게 혹은 내 사진은 아무나 주는 게 아니야 혹은 내가 멋지게 사진 작업해서 줄게 등등”
사진에 대한 자부심이 있는 건 나도 알지만 다른 풍경사진이나 인물사진이 아닌 내가 나온 사진을 달라는데 주지 않는 게 화가 났다. 그래서 형이 샤워를 하러 간 사이에 그냥 내가 나온 사진 몇 장만 빼서 내 노트북에 담았다.
아마 이때 그냥 사진을 안 가져왔으면 캄보디아에서 찍은 멋진 내 사진들은 볼 수 없었겠지. 나중에 형이 사진을 가져 간 걸 알았지만 머쓱하게 미안해 하며 사진 몇 장을 더 멋지게 보정해서 주셨다. 그리고 사진 찍는 방법. 사진 보정하는 방법 등 몇 가지를 배웠다.
이때부터였던 것 같다. 내가 가지고 있는 카메라를 버리고 다음 여행 나올 때는 기필코 괜찮은 카메라를 사서 다시 나오리라 하고 결심했던 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