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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트투어

캄퐁츠낭

by nelly park

낮잠을 자고 일어나서 멍하게 앉아서 밖을 바라보다 보니 어느덧 저녁 시간이 되었다. 루도가 오더니


“여기 바로 앞에 강 있지? 오늘 여기 보트투어 가볼래?”


얼른 카메라를 챙겨 준비하고 나오니 오늘은 온 가족이 다같이 가나보다. 루도네 아버님 어머님도 나갈 준비를 하고 어차피 손님이라곤 우리밖에 없는 게스트하우스를 쿨하게 문 닫는다.


숙소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에 선착장이 있었다. 정말 정말 외국인을 오랜만에 본다는 듯. 호객꾼들이 달라붙는다. 대부분 어린 아이들이었다. 루도가 캄보디아어로 흥정을 하더니 처음에는 10불이었던 가격이 어느새 한 사람당 3불에 가기로 되었다. 역시 언어는 중요하다.


루도와 나와 션형이 한배를 타고 루도네 부모님과 동동이 다른 한배를 탔다. 인도 스리나가르에서 탔던 관광용 보트와는 너무 달랐다. 진짜 캄보디아인들이 일상 생활에 쓰는 배에 태워주는 것 같았다. 배의 선체가 너무 낮아 간신히 물이 안으로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아슬아슬했다. 무슨 일 있겠어 하고 ‘출발!’을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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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나아가다 보니 금방 익숙해졌는지 저절로 웃음이 나오고 배가 낮은지 높은지는 잊어버렸다. 강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나아가니 수중 가옥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정말 물 위에서 사는 사람들이다. 물 위에 집들이 있고 심지어 강아지까지 키우고 있는 집들도 많았다. 저 강아지들은 얼마나 육지가 밟고 싶을까. 우리가 지나가니 반갑다고 힘차게 짖어준다. 집 밑에는 각자 배들이 있었다. 몇 일에 한번은 장을 보던 옆 집 친구를 만나러 가던 노를 저어 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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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위에서 사는 이 아이들은 어떤 삶을 살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학교는 어떻게 다닐까. 달리기는 할 수 있을까. 자전거는 탈 수 있을까. 수영은 하나같이 다들 잘하겠지. 배도 잘 다루겠지. 낚시도 기가 막히게 하겠지. 한번쯤은 이 사람들과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지만 기회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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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스러운 수상 가옥을 보며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 해가 뉘엇뉘엇 지기 시작했다. 물 위에서는 보는 석양은 또 다른 느낌이었다. 물 위에 햇빛이 반사되고 또 그 빛이 반사되어 가지각색의 물 위의 집들을 비추고 하늘에는 마치 용이 불을 뿜는 듯한 모양의 구름 뒤에 해가 숨어 장관을 이루었다. 단 돈 3천원에 이런 멋진 경험을 하게 해 준 루도에게 감사하고 또 캄보디아에 감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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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선착장으로 돌아와 숙소에서 간단하게 요기거리와 맥주 한잔을 곁들여 다같이 두런두런 이야기하고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을 사러 밖에 나가니 선착장에서 캄보디아 전통 가면놀이가 한창이었다. 우연히 발견한 거라 멍하게 서서 일단 사진만 몇 장 찍고 바라보았다. 아직도 이것이 연극 극단이 공연하러 가기 전 배 앞에서 준비를 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오늘이 축제날이었는지 국경일이었는지 모르겠다. 단지 우린 타이밍 좋게 좋은 구경을 하고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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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먹고 오늘은 사원으로 한번 가봤다. 규모가 큰 사원은 아니지만 아침 산책 겸 둘러보기에 딱 좋은 곳이었다. 태국이나 라오스처럼 경건하고 웅장한 분위기라기 보다는 경쾌하고 아기자기한 느낌의 사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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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숙소로 돌아와서 멍하게 앉아있다 카드게임도 좀 하고 맥주한잔도 하며 여유로운 캄퐁츠낭에서의 마지막 날을 즐겼다. 내일은 션형이 방콕으로 돌아가야 하는 날이라 오늘이 마지막 날이 되었다.


밤이 되고 아쉽지만 잠을 자려고 하는데 션형이 말한다.


“넬리야 MTV라는데 가보자. 그냥 우리나라에 룸 잡고 술 마시는 곳 같은데야. 경험도 되고 좋잖아”


나는 반쯤 감긴 눈으로 말했다.


“저는 됐어요. 별로 안 땅겨요. 재미있게 놀다 오세요 형”


그러자 형은 조금 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지 말고 형 오늘 마지막 날이자나 한번만 같이 가자. 루도랑 셋이서 가서 놀다 오자”


그렇게 계속 거절했지만 형의 마지막 날이기도 하고 끈질긴 설득에 같이 가기로 했다. 루도의 오토바이를 타고 20분쯤 달리니 MTV라고 적혀 있는 가게가 쭈욱 늘어서 있었다. 그 중 한곳으로 들어가봤다. 방안에는 노래방 기계가 있고 술을 마시고 있으니 캄보디아 아가씨들이 쭈욱 들어와서 우리 앞에 서더니 파트너를 골라야 한단다. 당황해서 상황 파악을 하고 있는 순간에 이미 둘은 파트너를 골랐다. 나는 아무나 괜찮다고 하고 그냥 앉아있었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 맥주 한잔씩 하고 노래도 조금 부르니 피곤해서 이제 그만 가자고 했다. 나는 루도 뒤에 오토바이를 타고 션형은 좀 더 놀다 온단다. 숙소에 먼저 도착해서 씻고 누우려고 하니 어느새 션형이 숙소에 도착해서 잠깐만 나와서 얘기 좀 하자고 한다.


“넬리야. 아까 그 아가씨랑 좀 잘 됐는데 너 다른 방에서 자면 안되겠냐?”


황당했다.


“형 여기 방 여기밖에 없어요. 형도 알자나요. 우리 방 말고 다른 방은 아직 침대시트도 없고 배게도 없고 이불도 없고 에어컨도 없고 아무것도 없어요”


형은 나를 달래며 말한다.


“너 방 내가 돈 내줄게 한번만 그렇게 하자 응?”


돈이 문제가 아니고 너무 더울 것 같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갑자기 갈 곳을 잃었다.


그렇게 캄퐁츠낭에서의 마지막 밤이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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