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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놈펜

프놈펜

by nelly park

옆방에서의 다음날 아침.


방이 아닌 방에서의 하룻밤은 너무 불편했다. 잠을 설쳤다. 아니 잠을 거의 못 잤다. 침대 매트리스에는 시트가 아직 깔려있지 않아 매트리스는 비닐도 아닌 플라스틱도 아닌 재질로 쌓여있어서 누우면 살에 쩍쩍 달라붙었다. 그렇다고 옷을 입고 잘 수도 없는 것이 에어컨도 선풍기도 없어 너무너무 더웠다. 방충망도 제대로 없어서 밤새 모기들의 공격에 시달렸다.


차라리 밖이 시원해서 입구의 테라스에 앉아 있으니 션형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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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리야 고마워”


뭐 지나간 일은 지나간 거고 하룻밤 숙박비 5천원 벌었다. 그런데 다시는 밤새 못 자고 5천원 벌기는 싫다.


다시 그리웠던 우리 방으로 들어가 좀 씻고 짐을 챙겨서 내려왔다. 작별의 시간이다. 루도와 동동에게는 이루 말할 수 없이 고마웠다. 덕분에 최고의 캄보디아 여행이 되었다. 작별의 포옹을 하고 손을 흔들고 다음에 꼭 다시 보자는 기약을 하고 배낭을 메고 숙소를 나섰다.


루도가 예약해 놓은 프놈펜행 택시를 탔다. 택시라고 하기 보다는 개인용 승용차를 택시 대용으로 손님을 태우는 것 같다.


여기서 참 희한한 경험을 했다. 우리 둘뿐만이 아니라 다른 손님들도 태웠는데 자리가 부족하니 나랑 션형을 조수석에 둘이 포개 앉으라고 한다. 어쩔 수 없지 하고 둘이 엉덩이 반쪽씩 간신히 의자 위에 올리고 가다 보니 또 다른 한 사람이 타고 이번엔 운전석에 두 명씩 타고 간다.


‘뒷자리에 사람이 얼마나 더 타길래 앞쪽에만 네 명 타고 뒷자리에는 두 명이 타고 가는 거지?’


그렇게 세시간 정도 달린 것 같다. 결국 운전석에 두 명. 조수석에 두 명. 그리고 넓은 뒷자리 전체에 두 명.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자리 배정이다. 뒷자석 두 명은 VIP인가.


점심시간쯤 되어 이상했던 택시에서 내려 션형은 비행기 시간 때문에 바로 다른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갔다. 그렇게 작별 인사를 했다.


캄보디아에 와서 오랜만에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다. 그것보다 무더운 날씨에 무거운 배낭을 둘 숙소를 얼른 찾아야 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어 물어 리버사이드로 갔다. 강 쪽으로 가면 아무래도 숙소가 있을 것 같았다. 배낭을 메고 땀을 뻘뻘 흘리며 걸어가니 오토바이 호객꾼들이 계속 달라붙었지만 무시하고 계속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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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치라 뱅글뱅글 돌아 1시간은 걸은 것 같다. 게스트하우스들이 몇 개 보였지만 하나같이 너무 비쌌다. 그렇다고 혼자 호텔에 자고 싶지는 않았다. 호텔이라고 해 봤자 허름한 모텔 수준인 것도 그렇지만 혼자서 자는데 두 명분을 내야 하는 것도 마음에 안 들었다. 2시간쯤 돌아다니니 이제 한계가 오기 시작해서 돌아봤던 곳 중에 그나마 가장 싼 호텔로 들어갔다. 하루에 12불이지만 다른 곳들은 다 15불이라 눈물을 머금고 일단 짐을 내려놓고 땀 범벅이 된 몸을 좀 씻었다.


눈을 좀 붙이고 나갈까 하다 배고픔을 못 이기고 일단 밖으로 나왔다. 캄보디아의 시골만 여행하다 수도 프놈펜에 오니 건물들이 많은 도시라 길을 잃을까 싶어 호텔 건물과 지나온 길을 사진 찍으며 걷기 시작했다. 적당한 곳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어쩔 수 없이 다음 도시로 가기 위해 버스가 많은 수도인 이곳 프놈펜으로 오긴 했지만 그래도 왔으니 조금 둘러보자 하는 생각으로 걸어봤다.


시장도 가보고 강가를 따라 산책도 해보고 공원에 가만히 앉아서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구경하기도 했다. 조금씩 해가 기울기 시작하고 아까 숙소를 찾느라고 리버사이드를 걸으며 기억해 놓았던 분위기 있는 선술집으로 들어갔다. 테라스에 앉아 생맥주 한잔과 간단한 안주거리를 시켜서 강을 보며 최대한 도시판 캄보디아 프놈펜을 즐겨보려고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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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테이블에 있던 일본 남자 둘이 말을 걸어왔다.


“일본인이세요?”


“아니요 한국사람인데 일본어도 할 수 있어요”


그렇게 프놈펜에서의 밤도 외롭지 않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보냈다. 내일은 얼른 나랑 맞지 않는 도시를 벗어나야지. 다시 캄보디아의 시골로 돌아가야지 다짐하며 허름한 호텔방에 에어컨을 최대한 빵빵 하게 틀어놓고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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