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캄폿

캄폿

by nelly park

나름 12불짜리 호텔을 혼자 썼으니 체크아웃 시간을 꽉 채워서 나가자는 생각으로 괜히 좀 더 편안한 침대에서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하며 호사를 누려봤다. 배낭을 챙겨 나와 카운터로 내려가서 캄폿으로 가는 교통편을 물어봤다. 미니벤으로 25불 정도였다. 생각보다 너무 비쌌다. 그래서 비싸다고 그랬더니


“이거 오토바이로 미니벤 픽업 장소까지 가는 비용까지 다 해서 하는 가격이에요”


그래도 비싼 것 같아 그냥 호텔을 박차고 나왔다. 막상 나오니 조금 막막하긴 했지만 버스정류장을 찾아 걷기 시작했다. 루도가 프놈펜에 가면 꼭 Capitol이라는 회사 버스를 타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캄폿으로 가는 버스는 많지만 너도 캄보디아 버스 타봐서 알자나. 그런데 카피톨은 가격에 비해 꽤 괜찮아”


배낭을 메고 땀을 뻘뻘 흘리며 사람들에게 물어 물어 버스 정류장을 향해 열심히 걸었다. 드디어 버스 정류장 발견. 아무리 찾아도 카피톨은 없었다. 그래서 정류장 직원에게 물어보니 카피톨은 바로 건너편에 다른 정류장에 있단다.


다시 터벅터벅 걸어 정류장을 찾기 시작했다. 바로 건너편에 있다던 다른 정류장은 건너편이긴 했지만 바로 건너편이 아닌 꽤 저 멀리 건너편에 그것도 정류장 같이 생기지도 않은 2층에는 게스트 하우스가 있는 건물 1층에 조그맣게 자리잡고 있었다.


일단은 찾았으니 표를 끊고 1시간 정도 시간이 남아 근처에서 간단하게 밥을 먹고 커피 한잔사서 들고 담배 하나 피면서 느긋하게 기다렸다. 드디어 기다렸던 버스가 왔다. 생각보다는 쾌적한 버스였다. 당연히 에어컨 같은 건 없었지만 미니벤에 쪼그려서 앉아 가는 것 보다는 훨씬 나았다. 역시나 버스에 동양인 여행자들은 보이지 않았고 대부분 서양인 여행자들과 현지 사람들이 있었다.


P1040870.JPG


4시간 좀 덜 걸려 캄폿에 도착했다. 지도도 없고 정보도 없었지만 옛날에 루도가 캄보디아에 와서 처음 경영했었다던 ‘라스트 게스트하우스’를 무작정 찾아 보기로 했다. 버스에서 짐을 내려서 담배 하나 물고 터벅터벅 걸어가는데 수염이 덥수룩한 서양인 남자가 말을 걸었다.


“혹시 어디로 가세요? 아는 숙소 있어요?”


“아니요 그런데 일단 라스트 게스트하우스라는데 갈려 구요. 예전에 프랑스 친구가 여기 운영했었는데 지금은 그 친구의 친구가 하고 있다네요”


“저도 딱히 정해진 곳은 없는데 혹시 같이 가도 될까요?”


그렇게 갑자기 동행자가 생겼다. 역시 나는 어디를 가도 혼자 여행 하지 않는다. 항상 누군가가 옆에 있다. 나는 정말 운이 좋은 여행자다. 그 서양인 여행자는 벨기에 출신인 데이빗.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끝내고 뉴질랜드를 자전거로 일주하고

베트남 여행을 한 달하고 지금은 캄보디아 여행 중이라고 한다.


많은 오토바이 호객꾼들을 거절하고 데이빗이 가지고 있는 론니플레닛에 캄폿 지도를 보고 걸었더니 20분만에 도착했다.


역시 루도가 했었던 숙소다. 첫 느낌이 너무 좋았다. 강가 바로 옆에 방갈로가 자리잡고 있는 이 곳. 방갈로에는 가지각색의 자유로운 느낌의 서양 여행자들이 널브러져 우리가 도착하니 하나같이 ‘Hi’라고 하며 우리를 반겨주었다.


P1040871.JPG
P1040872.JPG
P1040874.JPG
P1040875.JPG


데이빗과 같이 방을 쉐어하기로 하고 짐을 풀고 좀 씻고 다시 방갈로로 나갔다. 프랑스인인 루도가 하던 곳이라 주인 프랑스인 피터를 포함해서 거기에 누워있는 다른 여행자들도 다 프랑스인들이었다. 나는 프랑스인들을 좋아한다. 여행하면서 만난 프랑스인들은 하나같이 다 인상이 좋았다.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고 자유로운 생각에 배려도 깊은 것 같다. 무엇보다 나는 프랑스 억양의 영어를 좋아한다. 역시 우리가 갔더니 일단 앉으란다. 다 같이 자기 소개를 하고 맥주 한잔씩 하며 하루 종일 떠들고 놀았다. 강 바로 앞 해먹에 누워 가만히 강 위로 떨어지는 해를 구경하는 것도 좋았다.

IMAG1045.jpg
P1040886.JPG
P1040900.JPG
P1040901.JPG


밤이 되니 프랑스 친구들이 과일을 사오더니 주방에 있는 믹서기에 바카디 술과 파인애플을 갈아서 즉석 칵테일을 만들어준다. 꿀맛이다. 그렇게 취하며 캄폿에서의 첫날이 간다. 아쉽게도 이 친구들은 내일 다 같이 섬으로 떠난다고 한다. 나는 캄폿을 좀 더 둘러보고 싶어 좀 더 있기로 하고 각자 방으로 흩어졌다.


P1040869.JPG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