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낭만휴가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elly park May 02. 2021

별거 없는 일상 2

비엔티안

비는 멈출 생각이 없나 보다. 사실 더운 이 나라에서 이런 시원한 비는 환영이다. 떨어지는 빗소리도 좋고 비가 떨어지면서 공기가 시원해지는 이 느낌도 좋다. 비 구경도 하고 사람들이랑 이야기도 좀 하다 보니 다행히 비는 조금씩 잠잠해진다. 천둥 번개도 멈춘듯하다. 아직은 우산이 있어야만 나갈 수 있을 정도지만 또 언제 다시 비가 몰아칠지 몰라 일단 뛰어서 숙소로 가기로 했다.



숙소에 가서도 아직 할 얘기가 남았나 보다. 내일 일찍 떠나는 사람들은 자러 들어가고 나를 포함해 몇 명이 테라스 앉아 맥주 몇 병을 더 시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나는 도저히 피곤해서 먼저 올라가서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역시나 아침 일찍 혼자 일어나서 테라스에 1등으로 내려가 자리잡고 앉았다.


“일단 라오스 커피 한잔 주세요”



모닝 커피에 담배 하나를 물고 라오스의 아침을 즐겨봤다. 어제 그 미친듯이 내리던 비가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아침부터 햇빛이 내려 쬔다. 오늘도 너무 일찍 혼자 일어나서 아침식사는 아직 안 된단다. 


1시간쯤 멍하게 앉아 있으니 하나 둘씩 눈을 비비며 내려온다.


“좋은 아침”


토스트와 계란후라이 그리고 바나나와 함께 오늘도 맛있는 아침식사다. 오늘은 신도 떠나는 날이다. 하지만 어디로 갈지 아직도 고민중이다. 



“여기서 바로 루앙프라방으로 갈려면 너무 오래 걸리니까 방비엥에 잠깐 들러서 좀 쉬다가 올라가. 요즘엔 한국인이 너무 많아져서 많이 바뀌었다고 하긴 하는데 방비엥은 방비엥일꺼야. 멍 때리고 쉬기엔 거기만한 곳이 없어”


살짝 조언했더니 신은 바로 낮에 방비엥으로 출발하는 미니벤을 예약했다. 그리고 나도 오늘이 마지막 날이지만 밤 비행기라 하루 더 체크인 했다. 어차피 하루 5불이니 편하게 푹 쉬다 가고 싶었다. 거기다 바꿔온 돈을 아직도 다 못썼다. 그렇게 신이랑 모닝 커피 타임을 갖고 신과 다음에 또 언젠가 만나기로 기약을 하고 그렇게 떠났다. 



그리고 알렉스가 내려왔다. 알렉스도 오늘 떠나는 날이다. 알렉스는 오늘 루앙프라방으로 떠난다. 알렉스와 둘이서 점심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알렉스가 비엔티안에 와서 자주 가던 쌀국수 집이 있단다. 떠나기 전에 주인 아저씨한테 인사도 할 겸 같이 가기로 했다. 참 대단한 알렉스다. 비엔티안에 나보다 하루 전에 왔는데 이렇게 아는 사람이 많다니. 쌀국수도 맛있었지만 알렉스의 친화력에 더 놀란다.



다시 숙소로 돌아와 그리울 것 같은 이 숙소의 사진을 좀 찍고 낮잠을 좀 잤다. 그리고 다시 1층 테라스로 내려가니 알렉스와 빌랄이 앉아있다. 



“우리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마리화나를 해보고 싶은데 내가 어디서 사는지 알아 같이 가볼래 넬리야?”


빌랄이 말한다. 


“그래 가보자”


그래서 우리 남자셋은 또 길을 나선다.



매거진의 이전글 여행자들의 이런저런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